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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BS 소식

인터뷰-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

2008.11.17 Views 1592 정혜림



‘세계 50대 비즈니스 스쿨 머지않아요’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약속한 시간은 11월 11일 오후 6시 30분, 약속 시간 직전까지 수업을 마치고 나타난 장 학장의 얼굴은 무척이나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짧은 식사를 마치고 다시 학장실에 모습을 보인 장 학장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in put(투입)’ 경쟁에서는 서울대에 뒤질지 몰라도 ‘out put(산출)’ 경쟁에서는 무조건 우위에 설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입학생의 성적이 아닌 4년 뒤 졸업생의 ‘품질’로 평가해 보자는 얘기다. 그는 그러면서도 우리 대학이 우수한 인재들을 뽑아 평범한 둔재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울러 앞으로는 세계무대를 상대로 우리 대학이 뛰어야 하며 그 변화의 바람에 고대 경영대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 고려대 경영대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가장 큰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무엇보다 고대 고유의 문화와 전통이 큰 요인이 되었다고 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공동체 가치를 존중하는 문화와 협동 및 희생정신이 그것입니다. 고려대 경영대는 수업에서도 단순 지식 전달보다 팀워크에 기반한 수업을 강조합니다. 팀워크 속에서 물론 선의의 경쟁도 펼치지요. 그리고 우리 내부적으로 좁게는 5-6년, 길게는 약 10년 동안 치열한 내부 개혁이 있었습니다. 그동안의 노력들이 최근 조금씩 결실을 보고 있는게 아닌가 합니다.

 

 

최근 밖에서 고려대 경영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크게 달라진 것 같습니다. 학장님은 어떻게 느끼시는지요.

사실 우리 자체 변화를 살펴보면 엄청나게 바뀌었지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기업의 예를 한번 들어볼까요. 삼성이나 LG, 현대자동차, 포스코 같은 기업은 이제 글로벌 기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세계 어딜 가더라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지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학은 그러지 못합니다. 한국에서 1위를 하더라도 외국에선 알아주지 않는 경우도 많고요. 인적 자원 제공이라는 대학 본연의 측면에서 보면 많이 미흡했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우리도 세계로 눈을 돌려 세계적인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경쟁해야 합니다. 자랑스러운 것은 아시아권에서 권위 있는 대학으로 인정받는 싱가포르 국립대나 홍콩 과기대 학생들보다 우리 학생들의 자질이 나았으면 나았지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고려대 경영대가 국내 대학에 일대 혁신의 바람을 몰고 왔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원동력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우리 경영대 교수들의 다양성에서 기인하는 게 가장 크다고 봅니다. 우리 경영대 교수 중 고려대 출신은 40%가 체 안 됩니다.

서울대와 연세대의 경우 같은 학교 출신 교수 비율이 80~90%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양한 대학에서 교수들을 채용하다 보니 다른 대학에 비해 스승과 제자, 선후배 같은 관계보다 학문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신규 교수를 뽑을 때도 갈등 같은 것은 아예 찾아볼 수 없습니다. 물론 시니어 교수님들이 흔쾌히 동의해줬기 때문에 가능했지요. 이와 함께 전임 어윤대 총장 때부터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건 국제화 정책이 큰 힘이 됐습니다. 졸업생들의 전폭적인 지원도 빼놓을 수 없지요.

 

 

고려대 경영대생을 어떤 인재로 키우는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까.

고려대 경영대는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리더를 양성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리더란 단순히 지식이나 기능인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리더는 능력과 경험, 비전도 갖춰야 하지만 무엇보다 사회에 책임성을 발휘할 줄 아는 사람을 뜻합니다. 다시 말해 지식과 스킬은 기본으로 갖춰야 할뿐더러 공동체의 가치를 존중하며 조직을 이끌 줄 알아야 진정한 리더라고 부를 수 있겠지요. 고대 경영대는 한국 사회, 나아가 세계가 필요로 하는 이러한 리더를 배출해 내는 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오고 있는지요.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스스로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고요. 경영대에 처음 입학한 학생들을 보면 꼭 스펀지 같아요.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우리가 가르치는 내용을 그렇게 빨리 소화할 수 없어요. 영어 수업만 해도 고등학교 때 본격적으로 영어 공부를 하지 않았던 학생이라면 따라가기가 쉽지 않을 텐데 지금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영어를 구사합니다. 자질만 놓고 보면 우리 학생들이 미국이나 유럽 학생들과 견줘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교환학생으로 해외에 다녀온 학생들의 말을 들으면 우리 학교 시설과 교수진, 커리큘럼 등이 더 낫다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교육 인프라는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 점에서 고려대 경영대의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아시아 최고 수준은 이미 달성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환경이 사람을 지배한다는 말이 있는데 저는 이 말이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최상의 교육 환경에서 최고의 인재가 배출된다는 신념 아래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교육 환경과 연구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리더가 될 인재들은 일찌감치 바닥에서 최고까지 두루 경험할 필요가 있는데 경영대 인프라는 아마도 최고의 수준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겁니다.

 

 

최고의 시설을 갖추기 위해선 아무래도 돈이 많이 들 텐데 필요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계획입니까.

대학이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은 크게 세가지가 있습니다. 등록금과 국고 지원, 그리고 기부금이 그것이지요. 이 가운데 등록금은 함부로 올리지 못하니까 재원 마련 방법 중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합니다. 대학에 대한 국고 지원도 그다지 많지 않아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형편이지요. 그래서 재원 마련 방법 중 가장 기댈 수 있는 것이 학교발전기금과 같은 기부금이죠. 기여 입학 같은 것도 앞으로는 활성화돼야 할 것으로 봅니다. 그렇다고 돈만 내면 다 받아주자는 것은 아닙니다. 일정 정도의 선을 정하고 이 수준을 넘으면 입학을 허용하는 방안을 강구하면 될 것입니다.

 

 

향후 고대 경영대의 비전은 무엇인지요. 구체적인 목표치가 있으면 말씀해 주시죠.

지금은 세계가 어떻게 보고,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시대가 됐습니다. 해외에서 우리 고대 경영대를 한국 최고로 평가해 주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구체적인 우리의 목표를 말하면 우선 2~3년 내 아시아 최고의 경영대로 자리 잡는 것입니다. 나아가 2015년까지 세계 50대 비즈니스 스쿨로 키우는 것입니다. 자신 있습니다. 지금도 우리 학생들의 수준은 세계 상위권이거든요.

 

 

대담=김상헌 취재편집부장

정리=김재창 기자 changes@kbo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