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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BS 소식
미국 최고의 명문 공과대학으로 꼽히는 MIT와 Caltech 간의 오랜 자존심 싸움이 ‘대포 전쟁’으로 번졌다. 미국 동부 보스톤에 살고 있는 12명의 MIT 학생들이 지난 3월 28일 칼텍의 상징물인 대포<사진/오른쪽 중앙>을 훔쳐와 MIT 캠퍼스의 Green Building 앞에 세워 놓는 장난을 친 것이다.
LA 타임스를 비롯한 미 언론들은 이 사건을 대서특필했다. MIT 학생들은 유령 이삿짐센터인 Howe & Ser 사 직원으로 위장하여 미국 서부의 칼텍 캠퍼스인 캘리포니아 파사데나에 들어간 다음 이 학교의 명물이자 상징인 무게 3t짜리 실제 대포를 대륙의 반대편으로 실어왔다. 130년 이상 된 이 대포는 칼텍이 학위수여식 등 특별한 행사 때 사용해왔다.
MIT 학생들은 뺏어온 그 대포앞에 동판을 만들어 “유령 이삿짐 회사로 가장하여 가져왔다" 고 자랑했다.”"이전 소유주(칼텍)을 기리기 위해 포신을 미 대륙 반대편의 칼텍을 향하도록 한다” 는 설명도 붙여놓았다. 포신에는 MIT의 상징인 황금 쥐가 새겨진 큰 반지도 끼워놓았다. 이 과정에서 선배들 도움이 컸다. 건설 정비 업체를 소유하고 있는 선배 Bob DePietro가 자금을 대 준것. 그는 후배들이 경찰에 잡혀가면 보석금까지 내 주겠다고 약속했다. MIT의 수재들은 칼텍의 기숙사인 플레밍 하우스의 학생들이 단체 스키 여행을 가 한가한 틈을 타 대낮에 대포를 탈취했다. 그리고는 모두 대포에 올라가 기념사진까지 찍었다(사진 오른쪽 상단) .
이 사건의 뿌리는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일단의 칼텍 학생들이 입학식때 MIT 캠퍼스를 방문했다. MIT 신입생들에게 무료로 티셔츠를 뿌린 것. 티셔츠 위에 인쇄된 문귀가 문져였다. ‘칼텍에 가지 못하기 때문에 가는 대학이 MIT“라는 내용이었다. 세계최고를 자임해온 MIT 학생들은 이대목에서 발끈했다. 이번 대포탈취는 그 보복차원에서 단행된 것이다.
세계 최고의 명문인 MIT와 Caltech의 라이벌 싸움은 오래 전부터 전개되어왔다. 두 대학의 라이벌 싸움에 점수를 매기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생길 정도. MIT 학생들은 이번 대포탈취 이후 승리를 기념하여 기념사진과 비아냥거리는 글이 담긴 사이트까지 만들어 놓았다.
23명의 칼텍 학생들과 7명의 칼텍 동창들은 4월 10일 대포를 다시 가져가며 홈페이지에서‘칼텍은 돌아올 것이며 그 때는 모두 놀라게 될 것' 이라고 하여 보복의 의지를 확고히 했다. 이들은 해학과 여유가 미국 사회의 재미있는 화제가 되고 있다.
(경영신문 이수연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