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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을미년은 고려대학교의 개교와 함께 그 역사를 이어온 경영대학이 110주년을 맞는 해다. 110주년을 맞아 이재학과로 시작한 경영대가 경제학과, 상업과, 상과 등의 이름을 거치며 처음 설립부터 현재의 자리까지 올라간 과정을 살펴봤다.
한국 경영학의 시작
1905년 보성전문학교가 개교와 동시에 설치하려던 5개학과 가운데 법률학전문과 이외의 4개학과(이재학전문과, 농업학전문과, 상업학전문과, 공업학전문과)는 모두 정원이 미달됐다. 이때 신해영 초대교장은 이재학전문과로 지원자를 몰아 개강했다. 신해영 초대교장은 이용익이 전문학교 설립을 구상하고 추진할 당시 대한제국의 학부 편집국장으로 있으면서 학교 체계 및 학과 등을 일임 받았다. 신해영 초대교장은 대한제국 관리로 재임하던 중 1895-1896년 일본의 게이오 의숙에 관비 유학생으로 파견되어 공부했다. 당시 게이오 의숙이 문학, 이재, 법학의 3과로 구성된 대학부를 개설하고 있어 보성전문학교에도 이재학과를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2년제 이재학전문과는 총 40과목으로 편성되어 있고 경제학 14과목, 상업학 11과목(은행실무, 상업부기학, 은행부기학, 관청부기학, 국제무역론, 외국환표 요해, 은행회사상점 관리법 산술 4과목), 법률학 1과목, 교양 4과목으로 구성됐다. 이렇듯 당시 이재학전문과는 상학, 경제학 및 법률학의 집합학과였다. 이재학전문과에 법률학이 포함된 것은 설립초기부터 보성전문학교에서는 법률학 전문과가 이었고 이재학전문과와 서로 과목을 교환하여 강의함으로서 법률 또는 법상계 학생들에게 부전공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사진)1918-1922 낙원동 교사
수난의 일제강점기
이후 1922년 이전까지 이재학과는 경제학과, 상업과의 명칭을 거쳐 상과로 개칭됐다. 그 이전의 상업학은 그 연구대상이 상점이나 점포의 판매관리였는데, 제1차 대전 후 자본주의 경제의 발전과 생산의 기계화 및 자동화, 대규모 공장의 설립과 운영이 활성화됨에 따라 미국, 독일, 일본에서는 경영학이 보급됐다. 이에 따라 당시의 학교 당국도 상업학을 경영학의 전신으로서 상학으로 확대 개편했다.
태평양 전쟁의 막바지, 1944년 3월 조선총독부는 민간사립학교의 교명을 바꾸도록 강요해 보성전문학교는 경성척식경제전문학교로, 상학과는 경제과로 명칭이 바뀌었다. 일본이 태평양 전쟁에서 과학이나 기술면에서 미국과 비교하여 열세에 놓이자 법과와 같은 문과계통의 교육을 폐지하고 이공계 및 실업계 위주의 전시적 교육동원을 하려는 것이었다. 학교 당국은 재학생만이라도 상과 법과 그대로 졸업시켜줄 것을 건의했으나 거부하고 새 학기인 1944년 4월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그 해 입학시험에서 경제과 이름으로 76명이 선발됐지만 수업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2학년과 3학년 학생들은 징병으로 동원되거나 이외의 학생들은 부평소재 조병창과 구청 등 관공서에 가서 일을 했다. 이후 해방까지는 실제 강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경영대학의 이름을 갖다
해방과 동시에 본교는 보성전문학교로 환원할 수 있었고, 1946년에 국가의 교육제도에 따라 4년제 대학의 모습을 갖춰 ‘고려대학교’로 재설립됐다. 당시 3개의 단과대(정법대, 경상대, 문과대)만이 있었고, 경상대학은 다시 상업학과와 경제학과로 나뉘었다.
하지만 8·15 이후의 사회적 정치적 혼란과 6·25전쟁은 대학이 교육과 연구의 내실을 갖출만한 기회를 주지 않았고 또한 시간적으로도 그럴 여유가 없었다. 전란 중 약 1년간 교환교수로 미국에 가 있던 총장 유진오는 미국의 각 명문대학은 물론 귀로에 유럽까지 순방하면서 선진대학의 제도와 조직을 세밀히 시찰하였고 귀국 후 제일 먼저 착수한 것은 대학으로서 새로운 학풍을 쇄신하는 일이었다. 개교 50주년을 맞이하며 이 작업을 본격화했는데,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이 대학기구의 확장과 제도면에서의 개혁이었다. 그 과정에서 경상대학은 상과대학으로 개칭하고 경제학과를 상학과와 분리하는 대신 그 자리에 신설 경영학과를 뒀다. 회계학과 상업학의 원로 김순식 교수와 김효록 교수의 주도로 상과대학이 기존의 상학과와 신설된 경영학과 중심으로 재개편 될 수 있었다.
1954년부터 경영학과 개설준비를 했는데, 상학과 조교수로 부임한 정수영과 독일 경영학에 관심이 많았던 전임강사 윤병욱이 경영학과 빠른 개설준비를 도왔다. 사회적 영향으로는 6·25전쟁 이후 휴전으로 끝나고 전후복구와 향후 경제재건 및 경제개발 정책이 불가피했던 측면도 있었다.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그 기능을 주도해야 하기에 선진 경영학을 도입 인재양성을 통한 기업경영의 능률화와 합리화가 필요했다. 본교는 연세대와는 달리 경영대학 개설이 미국의 기술 및 원조지원이 계획되기 전 이뤄졌기 때문에 경영학의 특성이 미국의 일방적인 영향만 받은 것이 아니라 독일 경영학 도입으로 양자가 혼성된 특징을 보였다.
군사정부 민주화운동 속 경영대학
1960년대 10여 년간은 4.19이후 연일 학생시위로 전반기는 5.16 군사 쿠데타, 한미 행정협정 체결 촉구데모, 6.3사태와 한일회담 반대, 무장군인 본교 진입, 6.8부정선거 규탄 등으로 학내는 어수선한 분위기의 연속이었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은 학제 개혁이나 대학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구상을 갖고 있지 못했다. 1970년 10월 김상협 총장의 취임으로 고려대학교는 발전계획위원회를 조직하고 장기발전계획안을 수립하였다. 이 계획에 의하면 1단계 졸업학점 감축 조정, 부전공제 실시, 계열별 모집, 능력별 학점취득제 실시, 계절학기 운영, 2단계 졸업학점 140학점에 의한 교육과정 재개편, 계열모집 화대, 부전공 의무화 및 복수전공 실시, 입학시험제도 개선, 전임교원 충원, 3단계 교과과정 재조정, 학교 행정기구 재편성 등이 그 주된 내용이었다. 이후 경영대학 내부에서 학과와 연구소 신설 통합이 이뤄졌다.
(사진)1960.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4.18 의거
글로벌 시대를 준비하다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얼마 있지 않아 우리나라는 점차 세계화의 바람이 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에 경영대학은 본격적인 글로벌 시대를 준비하는 과정을 차차 준비한다. 교과과정 개편, 신임교수 대거채용, 새로운 학풍의 조성이 그것이다. 경영대학의 교과개편은 1992년 외국어 교육 강화와 더불어 기업영어실습과 기업영어 랩이 신설되었다. 1995년에는 전공과 관련된 과목으로서 계열교양과목을 두었다. 그 취지는 전공과목과 관련된 기초지식과 이해를 폭넓게 심화시키기 위한 의도에서 설정된 교양교육의 영역이다.
1981년 정부의 입학정원 증원정책의 발표에 의해 전국의 대학에서 시설확충과 신임교수 확보에 전력을 투입한 이래로 경영대학은 신임교수를 매 학기 대거 채용하는 추세를 보였다. 교수 채용은 철저한 능력위주의 선발이었으며, 출신대학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1980년대 이후 최근 20여년은 경영학의 각 분야별로 많은 교수가 채용되는 과정에서 고려대 경영학은 새로운 학풍과 동향을 갖게 됐다. 현재는 대학원 석사 및 박사과정의 활성화로 각 교수들의 세부전공 및 관심분야가 매우 다양화되고 있다.
세계무대로의 발돋움
2000년대에 들어 경영대학은 이어서 계속해 교육적, 인프라적 발전을 이뤄왔다. 그로 인해 2014년 기준 연구역량 세계 89위(국내1위), 영어강의 비율·외국인 학생 수·파견 교환학생 수·장학금 수혜율 전반에서 국내 최고 수준에 다다르며 최상의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교육기관으로서의 면모를 인증해 보였다. 2005년과 2007년 AACSB(미국 경영교육인증)과 EQUIS(유럽 경영교육인증)의 최초인증을 받았다. AACSB의 경우 2010년 국내 최초로 재인증 받은 것에 이어 작년 12월, 2회 연속 AACSB 재인증에 성공했다. EQUIS 또한 2010년 국내 최초 재인증을 받았으며, 재인증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2013 현대자동차경영관 준공
경영대학의 성과는 이뿐만 아니다. 영국 Financial Times가 선정하는 ‘세계 100대 Executive MBA’ 순위에서 최근 3년 평균세계 21위, 국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경영대학은 미국 텍사스대(University of Texas at Dallas, UTD)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경영대학 연구 성과’에서 2014년 세계 89위, 국내 1위를 기록했다. UTD 평가는 경영학 분야 24개 세계 최우수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 수를 집계해 경영대학 교수진의 연구 역량을 평가하는 권위 있는 지표다. 경영대학은 이 평가에서 2011년부터 세계 100위권에 진입한 국내 유일 경영대학이다.
현재 경영대학은 2030년까지 Global Top30, Asia No.1 비즈니스스쿨 도약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World-Class Knowledge Hub in Business’라는 비전 아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경영대학이 되는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