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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대학 정년퇴임 교수 인터뷰] 박경서 교수 - ‘나’를 바꿔준 경영대학…“제자가 잘되는 것을 볼 때 가장 보람찼죠”

2024.03.26 Views 1417 홍보팀

 지난 2월 28일, LG-POSCO 경영관 6층 안영일홀에서 권수영 교수, 박경서 교수, 한재민 교수의 정년퇴임식이 개최됐다. 권수영 교수는 31년, 박경서 교수는 24년, 한재민 교수는 33년 동안 경영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이에 경영신문에서는 정년퇴임을 맞아 소감을 물었다.

 

‘나’를 바꿔준 경영대학…“제자가 잘되는 것을 볼 때 가장 보람찼죠”
[경영대학 정년퇴임 교수 인터뷰] 박경서 교수

 

 

 먼저, 박경서 교수는 재무금융 분야에서 다수의 논문과 저서를 통해 탁월한 학문적 업적을 이뤘으며, 교내에서는 기업지배연구소장, 기업경영연구원장, Finance MBA 주임교수, 경영학 연구 Asia Hub 사업단장 등을 역임했다. 교외에서는 한국재무학회 회장, 한국증권학회 부회장, 한국금융학회 감사 등 다수 학회의 중책을 맡아 경영학계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셨으며, 한국ESG기준원 원장,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위원회 및 지수위원회 위원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장,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장 등을 역임, 경영대학의 위상을 대내외에 알렸다.

 

Q. 교수님은 학부도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오셨는데요. 어떤 학생이셨나요?


A. 고등학교 때까지만 하더라도 소위 공부만 했던, 어쩌면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학생이었죠. 그러던 중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에 입학했고, KCC라는 학회 활동을 했어요. 동아리 활동과 학술적인 공부도 하면서 선후배들과 술자리를 가질 기회도 많았죠. 77학번이었는데, 그때는 용돈이 부족해 정말 안주도 없이 막걸리를 많이 마셨어요. 그러면서 좀 더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으로 변했죠. 고려대학교의 독특한 문화, 특히 선후배간 끈끈한 관계 덕분에 저라는 사람이 바뀌었어요.

 

Q. 학창 시절, 학자로서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A. 대부분 그렇지만 학창 시절 초기에는 노는 데 집중했던 학생이라 한동안 성적도 별로 안 좋았어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열심히 공부했지만 억지로 하던 공부라 정작 대학교에 와서는 공부를 하지 않게 됐죠. 그렇게 겨우 졸업하고 군대에 다녀와 회사에 들어갔는데 미국에서 MBA 과정을 할 기회가 있었어요. 늦게나마 철이 든 것이지요. 그때 스스로 공부하면서 공부에 흥미를 느꼈죠. 공부가 재미있다는 경험을 처음으로 했어요. 박사까지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도 그때였죠.

 

Q. 어쩌면 인생의 3분의 2를 고려대학교에서 생활하셨는데, 퇴임을 앞둔 소감이 어떠세요?


A. 우선 고려대학교가 오늘날 저를 있게 해줌에 감사합니다. 제가 공부했던 곳에서 후배를 가르친다는 것은 정말 소중한 기회였고 너무 좋았습니다. 고려대학교는 특히 선후배 관계가 끈끈한데 그런 점에서 굉장한 보람이자 자부심이었습니다. 제자들이 졸업 후 사회에 나가 자리잡고 성공하는 모습을 보는게 가장 보람있는 일이었습니다. 지금도 제자들이 불러주어 가끔 술자리를 같이 하는데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들이죠.

 

Q. 오랜 기간 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을 역임하셨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A.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지만, 연구소의 설립 목적상 국내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관련된 연구나 정책세미나 등을 하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기업 경영자나 지배주주(소위 오너경영자) 입장에서는 좀 듣기 싫은 쓴소리도 자주했는데 그에 따라 기업인들과는 좀 불편한 관계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국내기업의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고 이의 주된 원인이 국내기업의 지배구조관행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투자자들의 공감대와 함께 정책당국자들에게도 설득력을 가져 밸류업 코리아 등 다양한 지배구조개선 정책이 검토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Q. 대표적인 지배구조 관련 학자로서, ESG 경영 중 거버넌스(G) 영역에서 기업이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기업의 목표는 기업가치의 극대화라는 것에 대부분 학자나 투자자들이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이는 주주 중심의 개념이라는 점에서 근로자, 지역사회, 지구환경 등 기업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공감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난한 시설의 과거와 달리 경제적 성장을 어느 정도 달성하였고 기업활동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기대 수준과 요구도 매우 높아졌기 때문에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기업경영행태는 다양한 문제점을 유발하는 상황입니다.

 

다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환경보호 등의 성과는 경제적 가치로 측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기업과 이의 경영자가 이를 적절한 수준에서 선택하지 못하는 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특히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낮은 기업에서 문제가 더 심각한 것으로 많은 연구들이 확인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ESG경영을 강조하던 미국의 기업들과 이에 투자하는 블랙락과 같은 자산운용사들이 ESG경영에 대해 한발 물러서는 입장을 취하는 것도 이런 맥락을 반영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소속된 사회가 요구하는 사항을 적절히 반영하는 현명한 지혜가 필요한 시대인 것 같습니다.

 

Q.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에 계시는 동안 수많은 제자를 길러내셨습니다. 제자들과의 기억 중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A. 두 명의 박사 제자가 있었는데 어느 날 연구실에서 평소와 같이 진행 중인 논문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갑자기 둘이서 결혼하기로 했다며 주례를 부탁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가 기억납니다.ㅎㅎ 지금까지도 자주 연락하며 모임도 하는데 잘 사는 모습을 보며 내가 교수가 되길 참 잘했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밖에도 기업들과 일을 같이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담당자가 학부수업을 들었던 제자라고 인사할 때도 너무 반갑습니다. 결국 제자가 잘되는 것을 보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입니다.

 

Q. 교수님에게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을 한 단어 혹은 한 문장으로 다르게 표현하신다면, 어떻게 표현하고 싶으신가요?


A. 앞에서도 말했듯이 ‘사람을 바꾸는 곳’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대학 4년의 학창 생활을 통해 지극히 내성적인었던 자신을 좀 더 적극적이고 모험심이 많은 사람으로 바꾸어준 곳이 고려대학교입니다. 그래서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은 사람을 바꾸는 곳”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Q. 경영대학과 끈끈한 인연을 가진 교수님, 경영대학 모든 구성원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개인적인 경험을 가지고 말하자면, 고려대학교가 가진 대학 문화가 저는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열정을 가질 수 있고, 선후배와 끈끈한 유대를 통해 사회공동체로서 누릴 수 있는 여러 가지 즐거운 경험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려대학교가 가진 독특한 장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도 들어요. 그런 것들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학교 내의 활동, 예를 들면 동아리 활동일 수도 있겠죠. 그런 활동을 도와줄 수 있도록 경영대학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교우(交友)’라는 정체성, 특히 내년이면 120주년의 역사를 갖는 경영대학이 끈끈한 교우 네트워크를 계속 유지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