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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원 경영대학장 인터뷰] "학생이 가능성을 마음껏 시험할 수 있는 경영대학을 만들고 싶습니다"

[유승원 경영대학장 인터뷰] "학생이 가능성을 마음껏 시험할 수 있는 경영대학을 만들고 싶습니다"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신임 학장에 유승원 교수(회계)가 임명됐다. 유승원 교수는 2026년 9월부터 2028년 8월까지, 2년간 경영대학을 이끌게 된다.   새로운 120년의 첫걸음을 내딛는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그 길의 선두에 선 유승원 신임 경영대학장을 만나 그가 생각하는 학생의 성장과 AI 시대의 경영교육, 그리고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의 미래를 물었다. 유 학장이 경영대학의 미래를 그리며 강조한 것은 거창한 제도가 아닌 '학생'과 '사람'이었다.   한 학생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것 Q. 경영대학 학장으로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20여 년간 경영대학의 교수로서 학생들을 만나셨는데 신임 학장으로 취임하신 지금, 학생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변화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학장이 되며 학생을 보는 근본적인 시선이 달라졌다기보다 책임져야 할 범위가 넓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교수일 때는 주로 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봤습니다. 그런데 학장이 된 지금은 경영대학 학생들 한 명 한 명이 입학한 순간부터 졸업할 때까지 어떤 교육과 사람, 경험을 거치는지, 그리고 학교가 그 과정을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는지를 함께 생각하게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개별 수업을 넘어 경영대학 전체가 어떤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더 많이 고민하게 됩니다.   Q. 경영대학의 교수로서 오랜 기간 학생들을 가르쳐 오셨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A.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던 한 학생이 기억납니다. 우연히 제 수업을 한 번 들어본 뒤 한 학기 동안 계속 청강했던 학생입니다. 수업 전후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진로에 대해서도 여러 번 대화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대학원 진학을 거의 생각하지 않았던 학생인데 자신의 적성과 앞으로의 길을 다시 고민한 끝에 원래 계획과는 전혀 다른 대학원 진학을 선택했고, 지금은 서울의 한 대학에서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제가 그 학생의 진로를 바꿨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중요한 선택 앞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가능성을 한 번 더 바라볼 수 있는 작은 계기를 줬다는 점이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한 명의 학생에게라도 더 나은 선택을 하는 데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교육자로서는 충분히 큰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120년의 기반 위에, '연속성 위의 혁신' Q. 120년의 역사를 지나 이제 새로운 120년을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앞으로 경영대학은 어디를 향해야 할까요?  A. 경영대학이 12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사람과 변화를 받아들이는 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1905년 보성전문학교 이재학과에서 시작한 이후 여러 세대의 교수와 학생, 교우가 시대마다 필요한 경영교육을 새롭게 만들어왔습니다. 전통이 오래됐다는 사실만으로 현재의 경쟁력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켜야 할 것은 지키되, 시대 변화에 맞게 교육과 연구 방식을 새롭게 해온 것이 2026년 THE 경영·경제 분야 세계 57위·국내 1위, QS 마케팅 분야 세계 33위·국내 1위의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방향을 표현한다면 '연속성 위의 혁신(Innovation on Continuity)'입니다. 그동안 축적한 연구의 깊이와 교육의 전통, 교우사회의 힘은 이어가면서 AI와 글로벌 환경의 변화에 맞춰 교육과 연구 방식은 계속 새로워져야 합니다. 120주년은 하나의 도착점이 아니라 다음 120년을 시작하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AI가 답을 내놓는 시대, 경영학의 '깊이'가 더 중요하다 Q. AI의 발전으로 기업뿐 아니라 대학 교육도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경영교육은 어떤 모습일까요?  A. AI와 기술의 발전은 무엇을 배우는지뿐 아니라 어떻게 배우고 가르치는가까지 바꾸게 될 것입니다. 지식을 전달하는 방법은 물론, 과제, 토론, 문제 해결과 평가 방식도 영향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경영학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AI 시대일수록 경영학 자체에 대한 깊은 이해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AI를 사용하는 능력 자체는 머지않아 기본 역량이 될 것입니다. 그때 차이를 만드는 것은 '무엇을 물어야 하는가', 'AI가 내놓은 결과를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해석하고 검증해 의사결정으로 연결할 것인가'라고 생각합니다. 회계·감사에는 전문적 판단이 필요하고, 마케팅에서는 소비자를 이해하는 힘과 창의성이 필요하며, 금융·투자에서는 기업과 시장을 읽어내야 합니다. 결국 탄탄한 전공지식, 즉 도메인 지식(Domain Knowledge)이 있어야 AI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Q. 이러한 방향을 실제 경영대학에 어떻게 담아낼 계획인가요?  A. 기존 경영학 교육의 강점은 유지하면서 기술과 산업 변화에 대한 이해를 넓혀야 합니다. 현재 경영대학은 AI 세부트랙과 4Tech 마이크로디그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첨단기술을 기술 그 자체로만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그 기술이 기업 전략과 산업 구조, 소비자와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경영의 시선'에서 이해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정보대학·컴퓨터학과·산업경영공학부 등 다른 전공 분야와의 공동수업을 늘리고, 기업 프로젝트와 산학협력도 넓혀갈 생각입니다. 이미 있는 지식을 전달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새로운 문제를 발견해 질문하고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답을 찾아 그것을 실제 가치로 연결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기술을 이해하되 기술에 끌려다니지 않고, 경영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토대로 AI를 판단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경영대학이 길러야 할 인재입니다.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는 경영대학 Q. 학장으로서 그리고 있는 경영대학이라는 공간은 어떤 모습인가요?  A. 서로 다른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만나고, 그 만남을 통해 생각의 범위를 넓힐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합니다. 현재 경영대학 학부 학생 가운데 약 4분의 1이 외국인 학생으로 일상에서 서로 다른 문화와 관점을 접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 교육 자산입니다. 이런 경험을 일부 학생만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충분히 누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영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장소를 넘어 학생과 교수, 기업과 교우, 다른 전공의 사람들이 함께 문제를 풀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 KUBS Trading Zone은 그런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 공간에서 오가는 것은 금융상품이 아니라 아이디어와 지식, 경험과 관점, 그리고 사람입니다. 이런 만남과 협업이 특정 공간에 그치지 않고 경영대학 곳곳으로 퍼져나가기를 기대합니다.   Q. 학생들을 위해 하고 싶으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학장으로서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많은 기회를 열어주고 싶습니다. 대학은 사회에 나가기 전에 여러 가능성을 시험하고, 때로는 과감하게 도전하거나 실패해도 다시 시작해 볼 수 있는 드문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전공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학생들과 문제를 풀고, 기업 프로젝트를 경험하고, 외국인 학생들과 공부하거나 선배 교우와 진로를 이야기하는 경험을 두루 해 볼 수 있으면 합니다. 그 과정에서 학교가 제공하는 기회만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찾아가면서 자신만의 목표와 길을 만들어가는 학생들이 되면 좋겠습니다.   교우는 학교를 함께 만드는 동반자 Q.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을 이야기할 때 교우사회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 학교와 교우는 어떤 관계가 되어야 할까요?  A. 교우와 후원자는 경영대학 밖에 있는 분들이 아니라 학교를 함께 만들어가는 동반자라고 생각합니다. 기부는 경영대학의 발전에 큰 힘이 되지만, 관계가 거기서 끝나서는 안 됩니다. 교우가 현장 경험을 들려주고 멘토가 되어주거나, 기업 프로젝트와 인턴십의 기회를 연결해주고, 학교가 미처 포착하지 못한 변화를 알려주는 것 역시 매우 큰 기여입니다. 학교도 교우의 목소리에 계속 귀를 기울이고 변화와 성과를 함께 나눠야 합니다. 기부 역시 장학금과 새로운 교육 공간, 연구 지원, 글로벌 프로그램으로 이어져 학생과 교수의 성장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우와 후원자가 다음 세대에 경험과 기회를 나누는 관계로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경영대학 학생과 교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20여 년 전 교수로 처음 이 캠퍼스에 왔을 때와 비교하면 캠퍼스도, 학생들도, 경영교육을 둘러싼 환경도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게 하나 있다면 경영대학의 중심은 결국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오늘의 경영대학은 교수와 학생, 직원, 교우 등 여러 구성원이 각자의 자리에서 애써온 결과입니다. 교우 여러분께는 지금의 경영대학을 만들어주신 데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경험과 조언, 후배들과의 만남을 통해 계속 학교와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학생들에게는 대학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만을 생각하기보다 자신이 가진 가능성을 마음껏 시험해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기업과 사회의 변화를 이해하고 실제 문제를 풀어보고, 서로 다른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생각의 범위를 넓혀보면 좋겠습니다. 그런 학생이라면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더 넓은 세계와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경영신문 학생기자단 1기 김연태   

2026.11.03 Views 1323

[SK 논문상 수상 인터뷰] 정경성 교수 – 플랫폼의 데이터 활용,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SK 논문상 수상 인터뷰] 정경성 교수  플랫폼의 데이터 활용,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IS 전공 정경성 교수가 SK 논문상을 수상했다. 수상 논문 「The Effectiveness of Regulations on the Dual-Role Retailer's Data Use for Sellers」는 아마존처럼 마켓플레이스 운영자이자 자체 브랜드 판매자이기도 한 플랫폼에서, 데이터 사용 규제 강도에 따라 시장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한 연구다. 가장 강한 규제가 늘 최선은 아니라는 결론으로, 2018년 착수 후 여섯 차례 수정을 거쳐 완성되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다음은 그와 나눈 연구와 수상에 관한 이야기다.   Q1. SK 논문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의미 있는 상을 받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이 프로젝트는 2018년에 시작해 오랜 기간 발전시켜 왔고, 논문이 완성되기까지 총 6번의 수정 및 보완을 거쳤습니다. 그만큼 공저자들과 많은 고민과 논의를 함께한 연구이기 때문에 이번 수상이 더욱 뜻깊게 느껴집니다.    Q2. 수상 논문인 「The Effectiveness of Regulations on the Dual-Role Retailer’s Data Use for Sellers」를 간단히 소개해 주신다면 어떤 연구인가요? 이 연구는 아마존처럼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면서 동시에 자체 브랜드 상품도 판매하는 ‘Dual-Role Retailer’를 대상으로, 플랫폼의 판매자 데이터 사용을 규제했을 때 시장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살펴본 연구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플랫폼의 데이터 사용을 강하게 제한하는 정책과, 플랫폼과 판매자가 데이터를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비교했습니다. 연구 결과, 데이터 공유 방식이 플랫폼과 판매자 양측의 이해관계를 보다 균형 있게 맞출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Q3. 아마존 같은 플랫폼이 마켓플레이스 운영자이면서 동시에 자체 브랜드 판매자이기도 한 Dual-Role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자체 브랜드 제품의 품질이 많이 좋아졌고,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 브랜드 제품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던 제품이 알고 보니 플랫폼의 자체 브랜드 상품인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플랫폼이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며 얻은 판매자 데이터까지 활용해 직접 경쟁한다면, 공정한 경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이런 문제의식이 이번 연구의 출발점이었습니다.   Q4. 최근 여러 국가에서 플랫폼의 데이터 사용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는데, 이런 흐름을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플랫폼의 데이터 사용에 대한 일정 수준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나친 규제는 오히려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규제의 목적은 플랫폼을 단순히 제한하는 데 있기보다, 판매자 보호와 공정한 경쟁을 확보하면서도 소비자 후생과 선택권을 함께 고려하는 균형 잡힌 방향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5. 이 연구가 정책 논의에 새롭게 기여하는 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중요한 기여는 규제의 직접적인 효과뿐 아니라 플랫폼의 전략적 대응까지 함께 고려했다는 점입니다. 강한 규제가 겉으로는 가장 효과적인 판매자 보호 정책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플랫폼의 우회 행동을 유발해 실제 효과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다소 유연한 규제가 플랫폼과 판매자의 이해관계를 더 잘 맞출 수 있다면, 현실적으로 더 실행 가능하고 효과적인 정책이 될 수 있습니다.   Q6. 데이터 경쟁과 규제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이 연구를 보면서 어떤 질문을 한번 생각해 볼 만할까요? “가장 강한 규제가 항상 가장 좋은 규제일까?”라는 질문을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기업은 규제가 도입되면 그 안에서 새로운 전략을 찾기 때문에, 규제의 직접적 효과뿐 아니라 기업의 대응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또한 “데이터는 누구의 것인가?”, “AI 시대에는 데이터 접근권뿐 아니라 데이터 활용 능력까지 어떻게 규제해야 할까?”와 같은 질문도 앞으로 매우 중요한 연구 주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래는 정경성 교수의 논문 소개와 요약글이다. 2026년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정경성 교수가 공동 저자로 참여한 논문 「The Effectiveness of Regulations on the Dual-Role Retailer's Data Use for Sellers」(공저: Yeongin Kim, Seokjun Youn, Young Kwark)가 SK 논문상을 수상했다. 본 연구는 아마존과 같이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동시에 자체 브랜드 상품도 함께 판매하는 '이중적 역할(Dual-Role)' 플랫폼을 대상으로, 판매자 데이터 사용을 규제하는 방식에 따라 시장에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수리적 모형으로 규명한 것으로, 강한 규제일수록 효과적일 것이라는 통념을 반박하고 플랫폼과 판매자 양측의 이해관계를 함께 고려한 현실적인 규제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정보시스템 및 플랫폼 경쟁 전략 분야에서 학술적·실무적 지평을 넓혔다.   본 연구는 플랫폼이 마켓플레이스 운영 과정에서 확보한 입점 판매자의 데이터를, 자사 브랜드 상품 개발과 판매에 활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공정 경쟁 문제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플랫폼의 데이터 사용을 강하게 제한하는 정책과, 플랫폼과 판매자가 데이터를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정책을 비교 분석했다. 연구 결과, 가장 강한 규제가 판매자를 가장 확실하게 보호하는 정책은 아니며, 지나치게 강한 규제는 오히려 플랫폼의 전략적 우회 행동을 유발해 규제의 실효성을 약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반면 플랫폼과 판매자가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하는 정책은 양측의 이해관계를 보다 균형 있게 맞출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 논문 원문 보기 : The Effectiveness of Regulations on the Dual-Role Retailer’s Data Use for Sellers   경영신문 학생기자단 1기_김진영

2026.09.17 Views 692

두 세대, 하나의 경영대- 박상진·박준혁 부자, 대를 이어 경영대학에 전하는 뜻

두 세대, 하나의 경영대 박상진·박준혁 부자, 대를 이어 경영대학에 전하는 뜻     13년 전, 현대자동차관이 세워질 때 그 곁을 지킨 이름이 있다. 박상진 교우다. 당시 1억 원을 기부하여 그의 이름을 딴 스터디룸은 지금도 경영관 건물 한편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2026년 8월 25일, 박 교우는 다시 학교를 찾았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 경영대학 Korea MBA 과정에 재학 중인 아들 박준혁 원우와 함께였다. 이번에는 박준혁 원우의 이름으로 2천만 원을 경영대학 장학기금으로 내놓았다. 아버지가 걸어온 자리에, 아들이 나란히 이름을 올린 순간이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기부 증서와 감사패가 전달됐다. 학장님을 비롯해 자리를 지킨 이들은 부자(父子)가 함께 기부에 나서는 경우가 흔치 않다는 점을 여러 차례 짚었다. 두 사람 사이엔 기부보다 먼저, 같은 학교에서 시절을 달리해 각자의 이유로 다시 책상 앞에 앉았던 시간이 있었다.   박상진 원우는 Korea MBA와 Executive MBA를 모두 거쳤다. 처음 MBA에 발을 들인 건 1988년이다. 입사 2년 차에 회사 실무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경영학 전반에 대한 지식이 필요함을 절감했다. "경영 현장에서는 재무나 전략, 마케팅, 인사조직 같은 문제들이 따로 존재하기보다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걸 느꼈다. 이러한 경영학 전반의 주제들을 경험과 상사로부터의 간접적인 지식 전수만으로 익히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본질을 이해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박 원우는 시간이 흘러 다시 Executive MBA에 진학했다. 25년 전에는 직원으로서 실무를 잘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제 최고경영자가 되어 회사와 직원을 잘 이끄는 데 필요한 새로운 지식과 통찰을 얻기 위함이었다. "회사의 복잡한 사안에 매몰되지 않고, 미래를 큰 시각으로 준비할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라고 그는 회고했다.   아들 박준혁 원우는 공대를 졸업하고, 현재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신기사)에서 근무하며 투자 대상 기업의 기술과 시장 잠재력을 평가하고 투자 여부를 심사하는 일을 한다. 실무에서 기업을 판단하다 보니 재무적 판단은 물론이고, 재무제표에는 나오지 않는, 이를테면 산업과 기술의 흐름이나 조직, 경영진의 추진력과 비전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 고민의 연장선에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고려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을 택했다.   그런데 그가 굳이 아버지와 같은 학교, 같은 과정을 선택한 데는 조금 다른 이유가 있었다. "아버지를 따라 같은 과정을 밟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제가 중학생 때 가족 초청 행사로 학교를 찾았다가 경영대학에서 들은 교수님의 설명이 뇌리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어린 시절 아버지가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퇴근 후와 주말까지 시간을 내어 MBA 공부하시던 모습을 오랫동안 보아온 것이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때는 그 모습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본인이 직장인이 되어 MBA를 병행해보니 바쁜 와중에도 보람을 느끼고, 회사생활에 대한 애착심도 더 강해진다고 했다. "자신의 경험에 안주하지 않고 시대를 앞서가는 지식을 계속 배우고 치열하게 실무에 적용해보는 태도 자체가 하나의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버지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웠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기부는 두 사람 사이에서 특별히 누가 먼저 꺼낸 이야기가 아니었다. 평소에도 사업이나 투자, 사회에 남길 가치에 대해 자주 대화를 나누던 부자였다. "개인의 성공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얻은 기회와 경험의 일부를 다시 사회와 다음 세대에 돌려주는 것", 그것이 두 사람이 공유해온 생각이었다. 부자가 함께 인연을 맺은 학교에 기여하자는 데 뜻이 모인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박상진 교우는 "회사에 입사하여 업무의 방향을 아직 제대로 잡지 못하던 시기에 고대 MBA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더 큰 시각으로 매사에 자신 있게 임했기에 성과를 올릴 수 있었고, 그러한 작은 성공이 창업으로 연결되었습니다. 또한 회사를 경영하면서 가지고 있던 지식이 한계에 다다를 때쯤 E-MBA 과정에서 새로운 경영 지식과 다양한 업계의 리더들과 소통하며 통찰을 얻고, 회사를 도약시키는 계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라며 학교에 나름 신세를 졌다고 강조했다. 박준혁 원우는 이번 기부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했다. "아버지와 제가 세대를 달리해 같은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과 인연을 맺었다는 점에서 이번 기부가 더욱 의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세대가 받은 기회와 경험을 다음 세대에 연결하고, 그것이 다시 후배들에게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드는 데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길 바라는지 묻자, 그는 투자자다운 답을 내놓았다. "저는 투자자로서 기업의 현재 모습보다 앞으로 만들어낼 가능성을 중요하게 봅니다. 기부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완성된 것에 대한 보상이라기보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누군가의 가능성에 먼저 투자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언젠가 그 기회를 받은 후배가 또 다른 후배에게 자신의 경험과 기회를 나눠줄 수 있다면 더 좋겠다"고 덧붙였다. 증서 전달이 끝난 뒤, 자리를 함께한 이들은 캠퍼스 곳곳을 둘러봤다. 13년 전 세워진 건물도, 그 사이 새로 생긴 공간들도 있었다. 아버지가 38년 전, 처음 이 학교를 찾았을 때와 아들이 지금 걷고 있는 캠퍼스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면, 배움을 대하는 태도가 세대를 건너 그대로 전해졌다는 사실일 것이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은 아빠보다 사회와 학교를 위해 더 큰 기부를 하길 바란다."  

2026.09.16 Views 750

고려대, 공인회계사(CPA) 최종 합격자 11년 연속 전국 1위 - 제61회 CPA 시험에서 197명 합격, 전체 합격자 6명 중 1명이 고려대

고려대, 공인회계사(CPA) 최종 합격자 11년 연속 전국 1위 -제61회 CPA 시험에서 197명 합격, 전체 합격자 6명 중 1명이 고려대 고려대학교(총장 김동원)가 제61회 공인회계사(CPA) 시험에서 대학 중 가장 많은 합격자를 배출하며 ‘11년 연속 전국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회계법인 및 각 대학 집계에 따르면, 고려대는 올해 시험에서 전년대비 15% 증가한 197명이 최종 합격하여 대학 중 가장 많은 합격자를 배출했다. 이는 2024년 188명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로 2016년 이후 최고 기록이다. 타 대학들과의 격차도 한층 뚜렷해졌다. 최근 4년간 고려대는 2위권 대학 대비 40~60명 이상 많은 합격자 수를 기록해 왔으며, 올해 그 격차를 70명 이상으로 크게 벌리며 공인회계사 양성의 절대 강자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특히 전체 선발인원이 전년(1,200명) 대비 50명 줄어든 상황에서도 지난해보다 합격자 수가 26명 증가해, ‘전체 합격자의 약 6명 중 1명이 고려대’라는 압도적인 성과를 거뒀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최정상을 지켜낸 원동력은 바로 고려대의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전방위적 지원 제도다. 특히 경영대학의 CPA 준비반 ‘정진초(精進礎)’는 경영학과 학생뿐 아니라 회계 전문가를 꿈꾸는 타 학과 학생들에게도 개방되어, 융합형 회계 인재의 육성을 선도하고 있다. 더불어 학습 공간 제공, 인터넷 강의 수강료 및 장학금 지원, 실전 모의고사 프로그램 등 실질적인 혜택은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와 합격 선배들과의 멘토링 제도를 통해 학생들이 학업 과정 전반에서 안정적인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고려대 관계자는 “11년 연속 CPA 합격자 최다 배출이라는 성과는 학생들과 교수진의 열정과 헌신, 그리고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이 빚어낸 결실”이라며 “앞으로도 급변하는 금융·회계 환경을 선도하며 세계적 무대에서 활약할 최고의 회계 전문가들을 양성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고려대학교는 2016년 이후 매년 공인회계사(CPA) 시험에서 대학별 최다 합격자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공식 통계를 공개했던 2022년까지의 합격자 수는 ▲2016년 118명 ▲2017년 97명 ▲2018년 114명 ▲2019년 109명 ▲2020년 127명 ▲2021년 152명 ▲2022년 175명이다. 

2026.09.08 Views 1618

[IBRE Awards 수상 인터뷰] 이동원 교수 - 격변하는 비즈니스의 파도 속에서 시대의 질문을 탐구하다

[IBRE Awards 수상 인터뷰] 이동원 교수 - 격변하는 비즈니스의 파도 속에서 시대의 질문을 탐구하다   일론 머스크의 트윗 한 건에 암호화폐 가격이 수십 퍼센트씩 출렁이던 시절, 이동원 교수는 단순한 시장의 소음으로 흘려보내지 않았다. 내재 가치가 모호한 디지털 자산이 온라인 감성에 이토록 격렬하게 반응하는 현상—그것은 전통 금융학의 언어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질문이었고, 그 질문이 연구의 출발점이 됐다. 정보시스템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를 이어오고 있는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이동원 교수가 공저자들과 함께 수행한 연구 「The Heterogeneous Impact of Social Media Sentiment on Cryptocurrency Valuation」(공저: James L. Park, Gisu Kim, Young-Kyu Kim, Kyuhan Lee)이 국제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Electronic Commerce에 출간되며 IBRE Awards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소셜 미디어 감성을 시장·기술·정책 뉴스로 정교하게 분류해 암호화폐 유형별 가격 반응 메커니즘을 규명한 이 연구는, 모든 소셜 미디어 신호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과 위기 국면에서 투자자들이 오히려 더 비이성적으로 움직인다는 역설적 발견을 담고 있다. 정보시스템(Information System)분야에서 활발한 연구를 이어오고 있는 이동원 교수와 함께 이번 논문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Q1. 먼저, 이번 논문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과 함께 이번 수상이 교수님께 갖는 의미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오랜 기간 소셜 미디어, 데이터 애널리틱스, 플랫폼 비즈니스가 디지털 금융 및 암호화폐 시장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파악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이번 수상은 끈기 있게 다져온 연구 여정의 소중한 결실이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감회가 남다르고 매우 뜻깊습니다. 특히 전자상거래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International Journal of Electronic Commerce 출간과 더불어 상까지 받게 되어 그간의 노력을 기쁘게 보상받은 기분입니다. 무엇보다 이 성과는 결코 저 혼자만의 결실이 아닙니다. 연구에 함께 참여해 주신 공저자 박진관 교수님, 김영규 교수님, 이규한 교수님의 학문적 혜안과, 밤낮으로 치열하게 고민하며 헌신해 준 김기수 석사과정 학생의 땀방울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훌륭한 동료 교수님들과 제자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며, 이번 수상을 앞으로도 깊이 있는 연구를 이어가라는 응원으로 삼아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Q2. 이번 연구로 소셜 미디어 감성이 암호화폐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셨는데요. 논문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번 논문은 트위터(X)상에서 나타나는 대중의 감성이 암호화폐 가격 변동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다룬 연구입니다. 기존 연구들은 단순히 트윗의 긍·부정 수준만 평가하는 일차원적 접근에 머물렀는데, 저희 연구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어떤 내용의 감성인가'에 주목했습니다. 머신러닝 프레임워크를 개발해 트윗을 시장·비즈니스 뉴스, 기술 뉴스, 정책 뉴스의 세 범주로 정교하게 분류하고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펀더멘탈과 기술적 가치가 존재하는 전통적인 암호화폐들은 시장·기술 관련 긍정적 감성과 뚜렷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며 가격 예측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반면 내재 가치보다 온라인 유행과 바이럴 트렌드로 움직이는 밈 코인은 이러한 뉴스 기반 감성 신호에 반응하지 않아 가격 예측이 어려웠습니다. 자산 특성에 따라 소셜 미디어 신호를 흡수하는 메커니즘이 완전히 다름을 증명한 것입니다. 또한 2022년 테라-루나 폭락 같은 대형 충격 국면에서는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이 극대화되면서 감성-가격 간의 연결성이 일시적으로 약화되는 동적 변화도 포착했습니다.   Q3. 이번 연구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와 문제의식은 무엇이었나요? 이번 연구는 현실 시장에 대한 흥미로운 관찰과 학술적 공백을 메우고자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구체적인 계기는 고려대 기술경영대학원 박사과정의 김기수 학생이 석사 논문 지도를 받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일론 머스크의 트윗 한 건에 암호화폐 가격이 수십 퍼센트씩 출렁이는 현상을 목격했는데, 내재 가치나 경제적 펀더멘탈이 모호한 디지털 자산이 온라인 내러티브와 대중의 감성에 이토록 강력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전통 금융학만으로는 명쾌하게 설명하기 힘든 현상이었기에 학자로서 강한 연구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기존 연구를 살펴보니 두 가지 중대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선행 연구가 비트코인 단일 종목에만 치우쳐 있었고, 소셜 미디어 텍스트를 단순히 '긍정' 혹은 '부정'이라는 이분법으로만 분류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저희는 "소셜 미디어상의 '어떤 종류의 이야기'가, '어떤 특성을 가진 코인'의 가치 형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보다 세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고, 이를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으로 파헤쳐 보자는 생각으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Q4. 연구 과정에서 가장 흥미로웠거나 예상과 달랐던 결과가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몇 가지 일반적인 통념을 깨는 결과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밈 코인이 시장·기술 관련 감성에 오히려 부정적으로 반응했다는 점입니다. 소셜 미디어의 영향을 가장 전폭적으로 받는 자산이 밈 코인일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였습니다. 밈 코인은 진지한 시장 뉴스나 기술적 발전 내러티브로는 가격 예측이 불가능하며, 오직 커뮤니티의 투기적 흥분이나 바이럴에만 반응한다는 점이 통계적으로 증명된 것입니다. 가장 극적인 반전은 테라-루나 폭락 이후에 나타난 역설적인 행태였습니다. 저희는 대형 충격이 발생하면 모든 암호화폐가 소셜 미디어 감성에 덜 반응할 것이라 예측했는데, 결과는 정반대의 '양극화'로 나타났습니다. 비트코인·이더리움 같은 주요 코인은 기술 관련 감성 반응이 줄어들며 내재적 펀더멘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밈 코인은 오히려 기술 감성에 대한 반응이 일시적으로 더 강해졌습니다. 극도의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자들이 비이성적인 투기적 거래에 더 몰입하는 역설적 행태를 반영한 것으로, 시장 환경에 따라 자산군별 정보 소화 메커니즘이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매우 흥미로운 발견이었습니다.   Q5. 이번 연구가 학문적 담론이나 업계에 던지는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학문적으로는 감성을 하나의 균질한 신호로 다루어 온 기존 연구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고, '콘텐츠 유형 × 자산 클래스'를 결합해 분석하는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이를 다른 변동성 높은 자산군 연구에도 적용할 수 있는 재현 가능한 분석 틀로 제안하고 싶습니다. 실무적으로는 세 가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투자자에게는 시장·기술 관련 감성이 비트코인·이더리움 같은 주요 코인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신뢰할 만한 신호가 될 수 있지만, 밈 코인은 본질적으로 투기적 자산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규제 당국과 시장 감시 기관에게는 정책 관련 감성의 급격한 변화가 잠재적 시스템 리스크의 전조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그리고 업계 전반에는 단순한 소셜 미디어 buzz 추적을 넘어 그 내용의 성격을 구별하는 정교한 감성 분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Q6. 교수님께서는 Information System, 특히 E-Commerce 분야를 중심으로 활발한 연구를 수행해 오셨습니다. 해당 분야에 관심을 갖고 학자의 길을 걷게 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사실 처음부터 학자의 길을 확고하게 염두에 두고 시작했던 것은 아닙니다. 돌이켜보면 제 여정에는 시대의 거대한 흐름과 약간의 우연, 그리고 소중한 인연들이 참 재미있게 얽혀 있습니다.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석사과정에 진학할 당시만 해도, 솔직히 말씀드리면 준비하고 있던 행정고시와 공인회계사 시험공부를 조금 더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연장선이라는 목적이 컸습니다. 그런데 대학원에서 Information System 분야를 깊이 있게 접하면서 제 인생의 방향타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현실의 경영 문제를 기술과의 융합 관점에서 풀어내는 연구 자체에 점점 깊은 매력과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이죠. 그러던 중 마침 가장 친한 대학 친구가 유학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덩달아 뛰어들게 되었고, 1998년 처음 미국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당시 학계와 업계에 불어닥친 E-Commerce 열풍은 마치 지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AI 열기와 똑같았습니다. 패러다임이 통째로 바뀌는 짜릿한 변곡점 한가운데 서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E-Commerce 중심의 IS 연구에 깊이 매료되었고, 그것이 지금까지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한 평생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계획된 삶보다는 우연한 기회와 시대적 흐름, 그리고 좋은 인연들이 저를 이 자리까지 이끌어 준 만큼, 늘 감사한 마음으로 연구에 임하고 있습니다.   Q7. 앞으로 탐구해 보고 싶으신 새로운 연구 주제나 관심 분야가 궁금합니다. 지금 제 시선이 온전히 향해 있는 곳은 단연 'AI'입니다. 현재 연구실(SoMAC) 구성원들과 함께 다양한 AI 관련 주제를 두고 여러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학문적 관심은 기술의 구조적 작동 원리를 넘어, AI가 실질적으로 인간의 일상과 비즈니스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그리고 향후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거시적인 흐름에 있습니다. 특히 AI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긍정적인 효과만큼이나 사회적 부작용과 윤리적 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룰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Responsible AI'와 'Explainable AI' 분야를 깊이 있게 탐구하고자 준비하고 있는데, AI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이 격변의 시기에 기술의 효율성만을 좇기보다 이 혁신이 인간 사회와 어떻게 건강하게 공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 앞으로 제 연구의 핵심 이정표입니다.   Q8. 마지막으로, 연구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경영학 분야에서 연구자의 길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제가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핵심 가치는 바로 '진정성'입니다. 경영학은 상아탑 속에 갇힌 학문이 아니라, 매일 살아 숨 쉬며 격변하는 현실 비즈니스를 다루는 학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좋은 논문을 쓰겠다는 목적이나 유행하는 연구 방법론만을 맹목적으로 좇기보다, 비즈니스 환경과 기술의 변화에 진심 어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새로운 현상을 마주할 때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이 변화의 본질은 무엇이며 기업과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습관을 키우십시오. 학자로서 시대를 관통하는 위대한 연구 질문은 결국 현실의 문제를 진정성 있게 고민하는 관찰에서 흘러나오는 법입니다. 더불어, 연구자의 길에는 완벽한 계획만큼이나 '열린 마음'과 '우연'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지금 당장 완벽한 미래의 청사진이 그려지지 않더라도 조급해하거나 불안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현상에 대한 진정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매 순간 마주하는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 나간다면, 여러분 모두 학계와 사회에 기여하는 훌륭한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아래는 이동원 교수의 논문 소개와 요약글이다. 2026년 고려대 경영대학 이동원 교수가 공동저자로 참여한 논문 「The Heterogeneous Impact of Social Media Sentiment on Cryptocurrency Valuation」(공저: James L. Park, Gisu Kim, Young-Kyu Kim, Kyuhan Lee)이 국제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Electronic Commerce에 출간되며, SK/IBRE 어워즈 논문상을 수상했다.    「The Heterogeneous Impact of Social Media Sentiment on Cryptocurrency Valuation」 본 연구는 소셜미디어에서 형성되는 감성이 암호화폐 가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고, 특히 뉴스 유형과 암호화폐 종류에 따라 그 영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규명했다. 연구진은 머신러닝 기반 분석 프레임워크를 구축하여 트윗을 시장·비즈니스, 기술, 정책 관련 뉴스로 분류하고, 각 트윗의 감성을 긍정·부정 등으로 분석하였다. 이와 같은 분석 결과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전통적인 암호화폐는 시장 및 기술 관련 긍정적 감성과 강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반면 밈 코인은 감성 신호를 통해 가격 변동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2022년 테라-루나 사태와 같은 대규모 시장 충격이 발생할 경우,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이 강화되면서 소셜미디어 감성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이 약화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본 연구는 뉴스 유형에 따른 감성 정보가 암호화폐 가격 형성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주며, 암호화폐 종류에 따라 소셜미디어 정보의 영향력이 상이함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투자자와 연구자들에게 보다 정교한 감성 분석 기반 투자 의사결정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 논문 원문 보기  : The Heterogeneous Impact of Social Media Sentiment on Cryptocurrency Valuation   경영신문 학생기자단 1기_취재,촬영: 이현지  

2026.06.09 Views 2794

5년 4회 우승 쾌거 - 고려대 경영대, HSBC/HKU 비즈니스 케이스 국내 대회 우승, 6월 한국 대표로 출전

5년 4회 우승 쾌거, 고려대 경영대학 C-Value 팀 HSBC/HKU Business Case Competition 국내 대회 우승, 6월 홍콩 국제대회 한국 대표로 출전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소속 C-Value 팀이 'HSBC/HKU Business Case Competition' 국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오는 6월 홍콩 국제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게 됐다. 최근 5년간 국내 대회에서만 4회 우승을 기록한 고려대의 저력이 올해도 이어졌다. HSBC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홍콩대학교(HKU)가 2008년부터 매년 공동 주최하는 이 대회는 전 세계 24개 대학이 참여하는 학부생 대상 비즈니스 케이스 컴피티션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올해 국내 대회에는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KAIST 등 17개 대학 30팀이 참가했으며, 두 차례 예선을 거쳐 진출한 결승에서 C-Value 팀이 최종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C-Value 팀은 경영학과 2학년 박하연, 이현진, 정연우, 조채윤(이상 경영 25) 학생 네 명으로 구성됐다. 팀은 1차 예선에서 테무(Temu)의 성장 전략을, 2차 예선에서 홍콩 패스트푸드 체인 카페 드 코랄(Café de Coral)의 성장 방안을 분석했으며, 본선에서는 샤오미의 전기차 시장 진출 전략을 제시해 심사위원들로부터 "프로페셔널한 발표 능력과 창의적인 솔루션"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시상식은 HSBC Korea 사무실에서 열렸으며, HSBC Korea 피터 김 대표(CEO)는 "전략적 사고뿐만 아니라 실제 압박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이들은 미래의 리더가 될 인재들이 아니라, 이미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인재들"이라고 밝혔다. 우승팀은 6월 1일 웰컴 디너를 시작으로 6월 2일부터 4일까지 예선 라운드를 거쳐, 6월 5일 HSBC 홍콩 본사에서 열리는 결승에 오르게 된다. "이번엔 한 달의 준비 시간이 있으니 더 탄탄하게 준비하겠다"는 팀의 각오처럼, 국내 무대에서 다시 한번 저력을 입증한 C-Value 팀이 홍콩에서 어떤 가능성을 펼칠지 주목된다. 우승까지의 여정과 팀의 이야기를 인터뷰로 들어봤다.   "밤새 한 집에 모여 파자마 파티 하면서 장표 그렸어요" — C-Value 팀 인터뷰   Q1. 팀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통계학에서 유의성을 측정하는 P-value에서 착안했어요. 저희가 같은 C반 동기들이라는 의미를 담았고, 대외적으로는 'Create the Value'라는 구호를 더했습니다. C반 동기들의 우정과 경영학 지식을 섞은 이름이에요. (박하연)   Q2. 3시간이라는 제한 시간, 어떻게 관리했나요? -타임 매니지먼트가 핵심이었어요. 20~30페이지 케이스를 읽고, 토론하고, 전략 세우고, 슬라이드를 손으로 직접 쓰고, 발표 연습까지 3시간 안에 다 해야 했거든요. 실제 본선과 같은 조건으로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면서 제한 시간 안에 논리를 완성하는 훈련을 했어요. (정연우)   Q3. 역할은 어떻게 나눴나요? -각자 잘하는 분야가 달라서 분업이 자연스럽게 됐어요. 연우가 팀 리드로 전체 전략 논리를 잡고, 저는 실행 전략, 현진이는 회계·통계 수치 분석, 채윤이는 시장 분석과 발표를 맡았어요. (박하연)   Q4. 본선에서 가장 긴장된 순간은요? -예상보다 많은 30페이지 케이스가 주어졌을 때, 그리고 손글씨 슬라이드를 실물화상기로 송출하는 발표 환경이요. 연필로 쓴 글씨가 화면에서 흐리게 보이는 상황도 있었지만, 반복된 시뮬레이션 덕분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어요. (조채윤)   Q5. 전공 수업이 실제로 도움이 됐나요? -케이스 문제는 배경 지식 없이는 풀 수가 없어요. 마케팅, 회계, 오퍼레이션스 관리, 정보시스템 등 경영학 전반의 지식이 다 동원됐거든요. 특히 현대자동차와 산학 협력으로 진행하는 전략 수업에서 배운 전기차 배터리와 EV 산업 동향이 본선 샤오미 케이스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됐어요. (박하연, 정연우)   Q6. 우승 비결을 한마디로 꼽는다면? -팀워크요. 대회를 위해 처음 만난 팀이 아니라 원래부터 같이 수업 듣던 친구들이라 서로 강점과 약점을 잘 알고 가감 없이 얘기할 수 있었어요. 예선 기간엔 한 집에 모여 밤늦게까지 장표 그리고 전략 짰어요. 파자마 파티 하는거 같아서 즐거웠습니다. (정연우, 박하연)   Q7. 홍콩 국제대회 각오 한마디씩 해주세요. -이번엔 한 달의 준비 시간이 있으니까 더 탄탄하게 준비할 거예요. (조채윤) 현지에서 다른 팀들 발표를 보면서도 많이 배워오고 싶어요. (박하연)     경영대학 학생기자단_1기  : 이채우   

2026.05.29 Views 2547

“공연장이 먼저 잡혔다” 무모하게 시작한 경영대학 교수밴드의 8년

“공연장이 먼저 잡혔다” 무모하게 시작한 경영대학 교수밴드의 8년 그 시간이 경영대 DOOSAN Art & Culture Room의 새로운 울림으로 이어지기까지   (왼쪽부터) 김민정 교수(건반), 김종수 교수(보컬), 김대기 교수(드럼), 유시진 교수(보컬&베이스), 김병조 교수(기타)    무모한 시작이 만든 첫 무대 2018년, 연습보다 공연장 예약이 먼저였다. “말만 하고 있다가 박종원 교수님이 갑자기 날짜를 잡고 공연장을 예약해버리셨어요. 아무런 준비가 안 된 상태였는데, 어쩔 수 없이 하게 됐죠.”   2018년 첫 공연의 현장 유시진 교수의 회상처럼,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밴드의 첫 공연은 치밀한 계획보다 무모한 추진력에 가까웠다. 첫 공연 날, 객석을 채운 건 가족뿐이었다. 김병조 교수는 당시를 떠올리며 웃었다. “2018년 첫 공연 때 관객은 직계 가족밖에 없었어요. 정창화 교수님 한 분 빼고는요.” 그래도 두려움이 없었던 건 그 덕분이었다. 유시진 교수가 덧붙였다. “관객이 가족이라 오히려 다행이었죠. 첫 공연부터 선정된 곡들이 굉장히 난이도가 높았는데, 관객이 가족밖에 없으니 겁이 없었던 거죠.”   같은 LSOM 전공에 근무하는 김대기 교수(드럼)와 김병조 교수(기타)의 의기투합으로 시작한 밴드는 마케팅 전공의 유시진 교수(보컬&베이스)와 박종원 교수(세컨기타)의 영입으로 틀을 갖췄다. 그렇게 시작된 밴드가 올해로 8년째다. 공연 횟수만 13번, 레퍼토리는 40여곡. 대동제, 새내기 새로배움터, 단독공연까지 경영대학의 크고 작은 행사마다 이들의 연주가 함께했다. 그리고 올해, 밴드는 무대 위에서 쌓아온 시간을 학생들의 연습실 안으로 옮겨놓았다. 기부를 통해 DOOSAN Art & Culture Room에 악기 및 음향기기를 설치하여 학생들이 마음껏 연습할 수 있도록 환경 조성에 기여한 것이다.     연구와 연주 사이, 공백기가 이은 것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결성 이듬해인 2019년, 창립 멤버 김병조 교수가 연구년으로 미국으로 떠났다. 여기에 코로나까지 겹치며 밴드는 약 3년간 사실상 활동을 멈췄다. 그러나 멈춤은 끝이 아니었다. 유시진 교수는 그 시간을 베이스 레슨에 쏟았다. “베이스 기타를 담당할 분을 백방으로 수소문해봤는데, 도저히 못 구해서 제가 직접 레슨을 받기 시작했어요. 그 뒤로는 꼼짝없이 베이스도 하게 됐죠.” 드럼의 김대기 교수도 마찬가지였다. 레슨을 더 받기 시작했고, 멤버들이 각자 파트를 갈고 닦으며 돌아온 뒤 밴드의 사운드는 달라졌다. “지금은 각자 맡은 파트를 완성해서 오니까 사운드 체크 정도만 해도 합이 괜찮아요.”        김대기 교수는 그 변화를 두고 “전문가는 역시 전문가”라고 했다. “대학 다닐 때도 밴드를 했는데, 그때랑은 레벨이 달라요. 자신의 역할은 완성해서 온다, 그게 저한테는 가장 놀라운 점이었어요.” 유시진 교수는 합주가 단순한 연습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새롭게 발견했다기보다 확인하는 느낌이에요. 알고 있던 사람의 성격이 합주할 때 그대로 드러나거든요.” 연구와 연주 사이의 경계는 어떨까. 김대기 교수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드럼은 연주하면서 딴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요. 한 번 잘못 밟으면 바로 게임 끝이라 항상 초긴장 상태거든요. 오히려 역으로 논문이 안 풀릴 때 밴드 생각은 나요.” 유시진 교수도 웃으며 거들었다. “보통 실력의 3분의 2 정도가 실전에서 나온다고 하잖아요. 연습을 더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니까 실수도 많고, 이런저런 생각할 겨를이 없죠. 차분히 앉아서 논문 쓰는 것 하고는 완전히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음악은 연구의 반대편이 아니었다. 막힌 논문 앞에서 문득 무대를 떠올리게 만드는 것, 학문의 언어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집중하게 만드는 것. 경영학과 음악이라는 두 언어를 함께 구사하는 것이 이들에게는 서로를 지탱하는 방식이 됐다.     몰래 진행된 오디션, 그리고 가문의 영광 밴드에 새 바람이 분 것은 2025년 대동제였다. 키보드의 김민정 교수, 보컬의 김종수 교수가 무대에 처음 함께 섰다. 두 사람은 그것이 오디션인 줄 몰랐다. “작년 대동제 때 처음 함께 연주했는데, 사실 그게 저희 나름의 오디션이었어요. 두 분은 모르셨겠지만요.” 김병조 교수는 슬쩍 웃으며 덧붙였다. “그 이후부터 적극적인 영입 활동을 했죠.”     영입 제안을 받았을 때 두 교수의 반응은 엇비슷했다. 기대보다 두려움이 먼저였다. 김종수 교수는 “학부 때 키보드를 쳤었는데 너무 오래 안 했고, 선배 교수님들이시니까 민폐가 될까 봐 망설여졌다”고 했다. 김민정 교수의 사정은 조금 달랐다. 제주도에서 열린 교수 세미나에서 처음 공연을 봤을 때의 충격이 먼저였다. “취미로 가볍게 하시는 거겠지 했다가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진짜 프로페셔널한 밴드 같아서 너무 놀랐어요.” 그러다 합류 제안이 왔다. “‘가문의 영광’이다 싶었죠. 근데 동시에 민폐 끼치면 큰일 날 것 같아서 좀 무서웠어요.” 막상 들어오고 나서 두려움은 녹았다. 김종수 교수는 선배 교수들의 악보 암기에 혀를 내둘렀다. “열 개 이상의 곡을 다 머릿속에 넣고 연주하시는 거 보고 진심으로 놀랐어요. 학문적인 암기력이나 이해력이 음악에서도 그대로 나오는구나 싶었어요.” 김민정 교수는 합주할 때 선배 교수들이 박자가 어디서 틀어졌는지 미세하게 짚어내는 것을 보며 감탄했다. “저는 그냥 ‘너무 잘하신다’고 감동받고 있는데, 진짜 프로페셔널한 진지함이 있으시니까 이게 가능한 거구나 싶었어요.” 기존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김병조 교수는 두 신임 멤버를 보며 “밴드는 물론 고려대 경영대의 앞날은 걱정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무대 의상과 가족, 그리고 각자의 인생곡 밴드 생활은 연습실 안에서만 피어나지 않는다. 유시진 교수는 요즘 무대 의상 고르는 재미에 빠졌다. “옷 사러 가면 ‘저거 무대에서 입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와이프가 맨날 말리죠. ‘고마해라’ 하면서요.” 김대기 교수도 가족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조건이 있다. “공연 때마다 와주고 있어요. 집에서 치는 건 시끄럽다고 별로 안 좋아하지만요.” 다섯 교수의 음악 취향은 각자의 이력처럼 제각각이다. 드럼의 김대기 교수는 이글스와 YB를 좋아한다. 드러머로서의 철학도 뚜렷하다. “기교를 부리기보다 다른 멤버들이 편하게 연주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박자를 잡아주는 역할이 되고 싶어요.” 베이스 겸 보컬의 유시진 교수는 Journey, 윤도현, 전성기 시절의 김경호를 꼽는다. “보컬로는 윤도현처럼 가식 없이 솔직하게 노래하는 스타일을 좋아해요.” 베이스를 치면서 노래까지 하는 게 “힘들지만 재밌다”며 웃었다. 기타의 김병조 교수는 중학교 때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을 듣고 이 세계에 발을 들였다. 랜디로즈, 슬래쉬, 잭 와일드 풍의 70~90년대 록이 주된 카피 대상이다. 보컬 김종수 교수는 본조비와 부활—박완규, 정동화, 이승철로 이어지는 보컬 계보를 통째로 좋아하는 발라드 록파다. 다음 레퍼토리로 부활의 〈Lonely Night〉도 준비 중이다. 키보드 김민정 교수는 너바나에서 에이미 와인하우스, 힙합까지 이 밴드에서 가장 넓은 장르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교수님들이 여성 싱어가 한 명 더 있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이글스에서 너바나까지. 어쩌면 처음부터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밴드는 8년째 그 간극을 박자로 메워오고 있다.     연습실이 없던 시절을 기억하며, 기부로 힘을 보태다 8년간 무대를 뛰면서, 교수들은 누구보다 잘 알게 된 것이 있었다. 제대로 된 연습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지였다.   경영대 락밴드 동아리 ‘너와나’의 지도교수를 맡고 있는 김병조 교수는 “학생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공간에서 예술적 감성을 키웠으면 하는 바램으로 DOOSAN Art & Culture Room 조성을 학장님께 건의하고 추진했으며, 밴드, 댄스 동아리를 넘어 많은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한다.”라며 소회를 밝혔다. 한 기업의 기부로 마침 공간이 마련된 만큼, 함께 밴드를 해온 교수님들도 힘을 보태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뜻을 모았다고 회상했다. 이에 KUBS 120 MARCH 모금 캠페인의 일환으로 교수밴드의 멤버 박종원·김대기·유시진·김병조·김종수·김민정 교수는 이 공간이 학생들의 연습 공간으로 더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악기 및 음향기기 구입에 기꺼이 나섰다.     로망은 잠실, 다음 스텝은 신규 멤버 추가 영입 밴드는 계속된다. 김대기 교수는 “잠실 운동장에서 한번 해보는 게 로망”이라고 했고, 2028년엔 앨범도 내고 싶다고 했다. “AI 작곡도 이미 한번 시도해봤는데 꽤 그럴듯하게 나왔어요. 녹음 장소도 이미 알아봐 뒀고요.” 유시진 교수는 각 파트마다 예비 멤버를 두고 자연스럽게 이어나가는 그림을 그렸다. 김병조 교수는 슬쩍 경고를 날렸다. “지금 추가 리쿠르팅 계획도 있어요. 당사자들은 모르시겠지만, 저희는 다 보고 있습니다.”   2025년 연말 밴드 공연 모습 무대 위에서 함께 박자를 맞춰온 시간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섰다. 논문이 막힐 때 문득 떠오르는 드럼 비트, 강의실에서는 볼 수 없던 서로의 표정, 각자의 전공과 세대를 넘어 하나의 곡을 완성해가는 경험. 교수 밴드의 8년은 그렇게 경영대학 안에 또 다른 리듬을 만들어왔다. 그 리듬은 이제 학생들에게 건네졌다. 지난 5월 KUBS Trading Zone과 함께 문을 연 DOOSAN Art & Culture Room은 5월 8일 데모데이를 시작으로 첫발을 뗐다. 연습실이 없어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던 기억에서 출발한 작은 바람은, 학생들이 마음껏 움직이고 연주할 수 있는 환경으로 이어졌다. 교수들이 8년간 쌓아온 시간은 이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학생들은 이 자리에서 서로의 에너지를 나누며, 자신만의 무대를 준비해갈 것이다.      

2026.05.27 Views 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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