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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KU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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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마리몬드의 윤홍조 대표
ㆍ할머니들, 치유 위해 그린 그림들 수첩·가방 등 패션 소품으로 탄생

윤홍조 대표는 “사회적기업일수록 이윤을 내 지속성을 가져야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못다 핀 꽃에 나비가 날아든다. 나비의 날갯짓에 꽃은 하나둘 봉오리를 터뜨린다. 생명력을 얻은 꽃은 나비를 통해 다른 꽃에 희망을 전한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꽃 그림을 모티브로 제품을 만드는 ‘마리몬드’가 전하는 메시지다.
휴대전화 케이스, 수첩, 가방, 티셔츠, 모자 등 다양한 패션 소품을 판매하고 있는 마리몬드의 윤홍조 대표(31)를 지난 24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났다.
“흔히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못다 핀 꽃’에 비유하잖아요. 그런데 할머니들은 이제 해외 전쟁 지역의 성폭력 피해자를 돕는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이러한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89)의 작품을 바탕으로 제작된 마리몬드 스마트폰 케이스
윤 대표는 대학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을 처음 찾았다. 고려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윤 대표는 신입생 때 대기업 입사를 꿈꿨다. 하지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역사적 아픔을 가진 할머니들의 존엄성을 알리면서도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활동을 찾고 싶었다”고 했다. 윤 대표는 대학 졸업반 때 입사지원서를 한 장도 쓰지 않았다. 대신 친구·후배 4명과 함께 창업을 했다. ‘희망을 꽃피운다’는 의미의 ‘희움 더 클래식’을 설립하고 2012년 1월 사업자등록을 했다.
“부모님 반대가 심했어요. 딱 1년만 해본다고 했지만 사업은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그린 꽃 그림을 패턴으로 스카프, 넥타이 등을 만들었다. 하지만 ‘착한 이미지’만으로는 제품 판매량이 늘지 않았다. 윤 대표는 “사업에 대한 감각이 전혀 없었던 것”이라며 “나중에 기업 컨설팅을 받으면서 중요한 건 제품이 아니라 ‘스토리’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2013년 사업을 포기하고 싶던 때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돼 2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디자이너를 채용하고 직원들과 머리를 맞댄 끝에 ‘마리몬드’라는 이름으로 2014년 새롭게 출발했다. 그는 “위안부 할머니를 상징하는 나비가 라틴어로 ‘마리포사’ ”라며 “여기에 반 고흐가 생명과 희망을 묘사한 ‘아몬드 나무’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마리몬드’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89)의 작품을 바탕으로 제작된 마리몬드 에코백
마리몬드 디자인의 시작은 고 심달연(1927~2010)·김순악(1928~2010) 할머니의 압화(꽃과 잎을 눌러서 말린 그림)에서 움텄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치유를 위해 시작한 그림이 예술적 가치를 갖게 된 것이다.
꽃을 패턴화해 젊은층에게 인기가 높은 스마트폰 케이스를 제작한 것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2014년 초에는 인기 걸그룹 멤버인 미스에이의 수지가 마리몬드의 휴대폰 케이스를 사용하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윤 대표는 “따로 마케팅을 한 건 아닌데 연예인들이 팬들에게 마리몬드 제품을 선물받아 그 의미를 알고 애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표는 사회적기업일수록 이윤을 내고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빈부 격차나 환경 문제 등 요즘 떠오르고 있는 사회 문제는 정부나 공적 영역에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며 “사회적기업들이 많이 생겨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연봉이 대기업 직원보다 많아야 이쪽에서 일하는 인재들이 늘어날 것입니다. ‘열정 페이’만으로 ‘나눔’을 강조하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마리몬드가 그런 선례를 만들어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