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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VC 이끄는 MZ세대]⑨ 신영성 인터베스트 이사 “코딩 덕후가 메타버스 초기 투자로 잭팟”

2021.10.05 Views 1134 경영지원팀

※ 제목을 클릭하시면 온라인 기사 원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알체라·맥스트, 2017년 7월 투자
각각 16배·24배 투자 수익 실현
핀테크 업체 핀다·뱅크샐러드에도 투자

 

신영성 인터베스트 이사. /인터베스트 제공

 

1990년대,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우리나라에는 지금과 같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가 없었다. 1999년에야 정부가 ADSL과 케이블 인터넷을 정액제로 보급하기 시작했으며, 메가패스와 두루넷 등의 브랜드를 단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가 잇달아 등장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전까지 온라인 소통 수단이 없었던 건 아니다. 1990년대 중후반까지는 PC통신의 시대였다. 전화선을 기반으로 한 PC통신은 컴퓨터 너머에 있는 낯선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였다. 파란 화면 너머로 이메일을 주고 받고, 실시간 대화를 나눌 뿐 아니라 동호회에서 정보를 주고받기도 했다. 손에 들고 다니는 전화기를 통해 24시간 인터넷에 연결돼 있는 지금까지도 그 당시 PC통신의 낭만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당시 초등학교 고학년생이었던 신영성은 온종일 PC통신에 빠져 살았다. 누나의 아이디를 빌려 동호회에서 활동하며 코딩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았다. 중학생이던 2001년에는 활동하던 동호회 멤버들과 같이 비주얼 베이직에 관한 책도 써서 냈다. 코딩이 학창시절의 8할을 차지했기에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계속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혔고, 결국 인문계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 경영학과에 진학하는 ‘평범한’ 길을 걸었다.

 

대학을 졸업해 컨설팅 업체에 취직하고 나서도 개발자로 일하고 싶다는 열망이 컸다. 결국 신영성은 개발 경험과 대학에서의 전공을 접목할 수 있는 진로를 찾았다. 벤처캐피털(VC) 심사역으로 취직해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신영성 인터베스트 이사(36)는 심사역이 되기로 한 결정을 한순간도 후회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신 이사는 당초 꿈꿨던 대로 스타트업의 기술력을 조기에 알아보고 투자하는 일에 6년째 전념하고 있다.

2016년 인터베스트에 합류한 이듬해 메타버스 업체 알체라와 맥스트에 초기 투자했으며, 두 회사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7월 상장하자 각각 16배, 24배의 수익을 실현했다. 맥스트의 경우 상장 후 이른바 ‘따상(공모가의 2배에 시초가를 형성한 후 상한가)’을 넘어 ‘따상상상’에 성공했다. 현재는 기술과 금융을 접목한 핀테크 업체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컨설팅 업체에 다니다 VC로 이직하게 된 이유는.

“대학에 다니면서도(고려대학교 경영학과 04학번이다) 계속 개발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했다. 수강 신청을 좀 편하게 하고 싶어서 마우스로 드래그하는 방식으로 시간표를 짜 그대로 수강 신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학교 자유 게시판에 올렸더니 굉장히 많은 사람이 다운로드를 받았더라. 그 덕에 조금 유명해져서 교내 신문과 방송국에서 인터뷰도 하고 학교에서 장학금과 함께 산학 협력 제안을 받았는데, 군대에 가게 되며 흐지부지됐다.

결국 경영대를 졸업해 컨설팅 업체(AT커니·보스턴컨설팅그룹)에 취직했는데, 경영대와 컨설팅은 너무 전형적인 커리어 아닌가. 나는 아마추어지만 ‘개발자의 피’가 몸에 흐르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러던 중 AT커니 입사 선배로서 VC에 이직한 오지성 뮤렉스파트너스 부사장이 벤처 투자업에 대해 알려줬고, 2016년 오 부사장 소개로 인터베스트에 입사하게 됐다. 당시 회사에서 신선한 인력을 원했기에 투자 경험 없이 운 좋게 이직할 수 있었다.”

VC 일은 만족스러웠는지.

“아주 행복했다. 컨설팅 업체에 다닐 때도 아침 7시에 열리는 테헤란로커피클럽(스타트업의 네트워킹 모임)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오전 9시에 출근해 새벽 2~3시에 퇴근하다 보면 참석하기 어렵지 않나. VC에 오고 나니 스타트업 네트워킹 행사가 내 일의 일부가 됐다.”

컨설팅 업체 출신이라는 점이 투자업에 어떤 도움이 되나.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맞닥뜨렸을 때 좀 더 용감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컨설팅 회사에서는 고객사의 사업에 대해 단기간에 알아보고 해결책을 빠르게 찾아내는 훈련을 했다. 그래서 내가 아직 접해보지 않은 산업 영역을 만나더라도 적어도 두렵지는 않다.

또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며 매일 같이 강도 높은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 역량과 매일 밤을 새울 수 있는 체력을 갖게 됐다. 밤새 보고서를 쓰는 일이 허다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VC에서도 업무 압박에 크게 힘들어하지 않는 것 같다.”

 

스트롱홀드의 스마트 커피 로스팅 머신. 가스가 아닌 전기를 이용한 로스팅 머신이다. /스트롱홀드

스트롱홀드의 스마트 커피 로스팅 머신. 가스가 아닌 전기를 이용한 로스팅 머신이다. /스트롱홀드

처음 투자한 회사는 어디였나.

“입사 첫해 여름 스마트 커피 로스팅 머신을 만드는 스트롱홀드테크놀로지에 10억원을 투자했다. 고려대 출신 VC 심사역 모임에서 우종욱 대표와 만나게 됐는데, 회사가 굉장히 혁신적인 기술력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당시 스트롱홀드테크놀로지는 100년 넘은 커피 로스팅 산업을 혁신적으로 바꿔보겠다는 일념으로 지하 창고에서 기계를 개발하고 있었다. 테슬라가 내연 기관 자동차가 주를 이루던 완성차 시장에서 혁명을 일으켰듯, 가스 연료 없이도 전기로 로스팅해 좋은 커피 맛을 내겠다는 우 대표의 포부에 끌렸다.”

메타버스 기업에도 초기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언제였는지.

“입사 이듬해인 2017년 7월에 알체라와 맥스트에 동시 투자했다. 당시 우리 회사 IT 투자본부에 나를 포함해 세 명이 있었는데, 투자할 회사를 발굴하기 위해 집단 지성을 이용해보자고 마음먹고 매일 같이 활발하게 논의하곤 했다. 당시 우리는 새로운 기술 트렌드에 남들보다 빨리 접근하자는 생각이 컸다. 그때 주목했던 키워드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이었다.

당시 VR과 AR이 모두 주목받고 있었지만, VR은 기기의 발전이 뒷받침돼야만 시장이 커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반면 AR은 한계는 있지만 스마트폰으로 어느 정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AR 기술을 개발하던 업체 중 두각을 나타냈던 곳이 알체라와 맥스트였고, 두 회사에 각각 15억원과 10억원을 투자했다.”

AR 관련 기업 중 알체라와 맥스트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AR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결국 스마트폰 카메라가 중요하다. 후면 카메라로 공간을 인식해야 하고, 전면 카메라로는 인물을 인식해야 한다. 후면 카메라와 전면 카메라를 이용한 AR 기술 보유 기업을 한 곳씩 고른 것이다. 맥스트는 후면 카메라, 알체라는 전면 카메라에 있어 가장 눈에 띄는 기술력을 가진 회사였다.

알체라의 경우 당시 네이버 카메라 앱 ‘스노우’와 손잡고 안면 인식 기술을 제공하고 있었다. 스노우를 이용해봤다면 알겠지만 안면 인식 기술은 굉장히 정교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스노우 카메라를 통해 선글라스를 착용한 사진을 찍는다면, 고개를 좌우로 돌려도 선글라스가 붕 뜨지 않고 얼굴에 잘 맞아야 한다. 사소해 보이지만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알체라는 당시 이미 이용자가 2억 명 넘는 스노우와 손잡고 기술을 개발 중이었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안면 인식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었다. 사용자의 안면 인식 데이터가 AI 모델에 들어가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또다시 정확하고 정교하게 얼굴을 인식하도록 하는 순환 구조가 잘 돼 있었다.”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에서 서비스하는 증강현실(AR) 카메라 앱 '스노우'. /스노우 제공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에서 서비스하는 증강현실(AR) 카메라 앱 '스노우'. /스노우 제공

전·후면 카메라의 AR 기술에 어떤 차이가 있나.

“둘은 요구하는 기술 요소가 굉장히 다르다. 후면 카메라의 경우 공간을 인식하는 물리적 기술이 중요하다. 공간을 빠르게 스캔해서 좌표계를 구성한 뒤, 각기 다른 사물을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 반면 전면 카메라는 빅데이터가 좀 더 중요하다. 수많은 얼굴 데이터와 제스처를 학습해서 ‘이것이 사람의 움직임’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메타버스는 최근 급격히 주목 받는 테마다. 초기 투자 당시 메타버스에 대한 개념 정립이 돼 있었나.

“메타버스 자체는 사실 해외에서는 오래 전부터 존재하던 개념이다. 맥스트의 경우 2012년부터 이미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박재완 맥스트 대표는 회사를 창업했을 때부터 ‘언젠가 메타버스의 시대가 올 텐데, 이에 필요한 기술을 우리가 먼저 선점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뚝심 있게 기술 개발에 전념해왔다.”

신 이사도 2017년부터 메타버스 시장의 도래를 확신했는지.

“그 때는 막연하게 짐작한 정도였다. ‘메타버스가 몇 년 후에 뜰 테니 투자하자’고 결정한 건 아니었다. 다만, 인식의 지평을 넓히려는 창업가들에게 늘 관심을 갖고 있긴 했다. 아마존과 이베이가 상거래를 온라인의 영역으로 확장했고 애플이 모바일 생태계를 열었듯, 메타버스 역시 새로운 세상이다.

사람은 새로운 차원의 것을 항상 갈망하기 마련이다. 선구자들이 새로운 세상을 개척하면, 그것은 우리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결국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어줄 수 있는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알체라와 맥스트에 투자해 얼마의 수익을 냈는가.

“맥스트에는 10억원을 투자해 240억원을 회수했다. 지분 희석을 고려해 24배 수익을 낸 것이다. 지분 희석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최대 수익률이 38배에 달한다. 알체라에는 15억원을 투자해 239억원을 회수했다. 지분 희석을 고려한 수익률은 16배, 희석을 고려하지 않은 수익률은 30배다.”

메타버스 외에 주로 투자한 분야는.

“AI 관련 기업에 주로 투자하려 하고, 핀테크 업체에도 많이 투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9년 여름 자산 관리 서비스인 뱅크샐러드와 대출 상품 비교 플랫폼인 핀다에 투자했다. 뱅크샐러드에는 150억원을, 핀다에는 95억원을 투자했다.

나는 산업군을 먼저 고민하고 난 뒤 업체를 물색하는 ‘탑 다운’ 방식의 투자를 많이 하는 편이다. 핀테크 역시 적당한 시기가 됐다고 생각했기에 투자를 결정했다.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많이 해소됐다고 여겼다.”

핀테크에 대한 규제는 요즘도 다시 강해지지 않았나.

“곡절이 있을 수는 있지만 핀테크 산업이 나아가는 방향 자체는 비가역적이라고 생각한다. 즉, 한 번 열리면 다시 닫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뜻이다.

소비자들이 모바일을 통한 금융 서비스에 익숙해지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핀테크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려워진다. 사람들이 모든 생활을 50% 이상 모바일에서 하고 있는데, 금융 서비스만 직접 영업점에 가서 이용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핀테크 시장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고객이 원하는 바를 기민하게 간파하고 정교하게 서비스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기민함과 디지털 기술 역량은 대형 금융사보다는 스타트업이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은 핀테크 스타트업에 기회가 올 것으로 믿는다.”

 

핀다의 최성호 기술전략 자문위원, 박홍민 대표, 이혜민 대표(왼쪽부터). /핀다 제공

핀다의 최성호 기술전략 자문위원, 박홍민 대표, 이혜민 대표(왼쪽부터). /핀다 제공

핀다에는 어떻게 투자하게 됐는지.

“이혜민·박홍민 대표는 원래 페이스북을 통해서만 알았는데, 만나보니 굉장히 에너지가 넘치고 많은 사람에게 호감과 신뢰를 얻는 스타일이었다. 금융업은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을 넘어 여러 이해 관계자들과의 좋은 관계 형성이 중요한 산업군이다.

그래서 3~5년 이상 업계 이해 관계자들로부터 신뢰를 받아 온 창업자에게 투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아직 신뢰를 쌓지 못한 창업자라면, 아무리 똑똑하고 능력이 있어도 사업을 전개해나가는 데 있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또 핀테크의 여러 분야 중 대출에 집중해 문제에 깊게 파고들었다는 점에도 끌렸다. 핀테크 안에서도 대출과 투자, 예금, 카드 등 세부 업종에 따라 필요한 데이터와 가입 방법, 고객의 기대치 등이 제각기 다르다. 해당 업종에 최적화된 정교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핀다는 대출 분야에서 그런 서비스를 잘하고 있다고 느꼈다. 결국 핀다는 투자 시점에 비해 기업 가치가 5~6배 오르며 순탄하게 성장하고 있다.”

AI 기업에도 투자한다고 했는데, 대표적으로 어떤 회사가 있을까.

“AI 스타트업 수아랩에 25억원을 투자했다. 이 회사는 투자 후 반년 만에 미국 나스닥 상장사 코그넥스에 인수됐는데, 이를 통해 41억원을 회수할 수 있었다. (당시 수아랩의 매각 가격은 2300억원이었다.)

피투자사가 미국 회사에 M&A되는 것은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일 아닌가. 4개월간 M&A를 위한 협의가 이뤄지는 동안 내내 긴장하며 지내야 했다. 결국 인수가 마무리됐을 때는 감격적이었다. 우리나라의 기술 기업이 해외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사례였기 때문이다.

맥스트가 오래전부터 메타버스 외길을 걸었다면, 수아랩은 2013년 설립된 이래 딥러닝 외길을 걸은 뚝심 있는 회사다. 요즘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이 높은 몸값을 인정 받아 해외에 매각되는 사례가 많은데, 결국 기술력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투자를 하다 보면 가장 힘든 순간이 언제인가.

“피투자사가 자금 조달과 경영권 매각 등 중요한 문제에 봉착했을 때, 이사회 멤버로서 같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해당 사안이 심각할 때는 2~3주는 온 신경이 그 문제에 쏠려 있기도 하다. 창업가들이 많이 괴로워할 때는 밤에 픽업해서 같이 드라이브를 하기도 한다. 힘들어할 때 기분을 전환하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투자업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달리기를 워낙 좋아해서 마라톤을 완주해본 경험이 있다. 투자업은 마라톤과 같다고 생각한다. 성과를 내고 빛을 내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투자업은 젊을 때 잠깐 하고 그만둘 만한 일이 아니라, 수명이 긴 직업이다. 오랫동안 일을 하다 보면 축적되는 것들이 있다.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좋은 체력이 가장 중요하다. 멘탈도 건강해야만 한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서야만, 안타도 홈런도 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