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고경 오피니언

[김동원 교수] 양극화와 장학금

2015.07.08 Views 5680 kubs

[경영대학 교우회보 호상]
 
양극화와 장학금
                                                                                                         김동원 경영대학장
 
영국의 마가렛 대처수상과 미국의 로날드 레이건대통령은 1980년대부터 자유경쟁을 주창하는 시장중심의 경제정책을 적극 전파했고 그 결과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는 지난 몇 세기 주요 국가들의 경제정책을 대표하는 단어가 되었다. 신자유주의는 세금을 낮추고 개인과 기업간의 경쟁을 촉발함으로써 강한 동기유발효과를 유도하여 높은 경제성장을 이루어내는 데에 일조하였다. 하지만 신자유주의로 인하여 창출된 부는 사회전체에 골고루 배분되지 못하여 대부분의 시장경제국가들이 양극화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경제양극화는 대학의 재정과 학생들의 생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쳐왔다. 우리 사회에서도 갈수록 심해지는 경제양극화 현상으로 외제차를 몰고 학교에 등교하는 부유층 학생들도 많아졌지만, 반면 등록금과 생활비를 스스로 마련하며 학교를 다니느라 생활고에 시달리는 저소득층 학생의 수는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 사회에서는 매년 높아지는 이혼율로 인하여 조손가정과 편부모현상도 함께 늘고 있어서 경제양극화의 고통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경제양극화현상에 대응하여 장학금제도도 저소득층 학생을 적극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의 장학금제도는 수십년전의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다. 우선 대부분의 장학금이 아직도 성적위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 대학의 경우 사실상 모든 장학금이 학생의 경제적인 필요에 따라 장학금을 지급하는 복지장학금(Need-based scholarship)이지만, 한국은 아직도 공부 잘 하는 학생을 뽑아서 장학금을 주는 관행이 여전히 일부 대학이나 민간장학재단에서 유지되고 있다. 학생들의 경제수준을 파악하기가 어려우니까 파악하기 쉬운 성적으로 장학금을 지급해온 관행의 결과일 것이다. 일찍이 이런 문제에 눈을 뜬 고려대 경영대학 등 일부 대학은 수년전부터 생활형편에 따른 장학생 선발에 적극 노력하여 지금은 대부분의 장학금을 저소득층 학생에게 지급하고 있지만 아직도 상당수의 경우는 성적으로 장학생을 뽑는 것이 일반화 되어있다. 다행히 최근 국가장학금제도가 생기면서 학생들이 입학시에 가정형편을 장학재단에 보고하게 됨에 따라 학생들의 경제수준을 파악하는 것이 보다 용이해져서 앞으로는 경제수준에 따른 장학생선발비율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부분의 장학금이 등록금만을 지급하고 2중수혜를 금지하고 있어서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어있다. 통계를 보면 생계를 지원하는 장학금은 전체의 20%미만이며 전체 장학금의 80%이상의 등록금만을 지원하도록 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민간 장학재단에서도 등록금이외의 장학금을 2중으로 받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가장학금으로 등록금을 지원받으면 다른 민간 장학금을 수혜 받는 것이 원천적으로 금지되어 있어서 저소득층 학생들이 생활비를 지원받을 길이 봉쇄되어 있는 것이다. 결국, 생활보호대상자나 차상위 계층 학생 등 저소득층은 생활비를 스스로 충당하기 위하여 매주 많은 시간을 아르바이트 등으로 소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높은 청년실업으로 대졸인력의 구직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저소득층 학생이 학업이나 취업준비에 전념하지 못하는 상황은 이 학생들을 사회진입단계에서부터 더 불리한 경쟁상황으로 내모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은 매년 32만명에 달하는 인문계 고등학교 졸업생중 0.2~0.3%내에 드는 우수한 학생들만이 입학할 수 있을 정도로 입학의 문턱이 높다. 이 중 생활보호대상자나 차상위 계층에 속하는 학생들은 고액과외를 받지 않고도 이 문턱을 뛰어넘을 정도로 극히 우수한 재원들이다. 하지만 정작 대학교에 들어와서는 생활고에 시달리느라 공부에 전념하지 못한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우수한 인재들의 앞날을 밝혀주기 위하여서라도 장학제도는 전면 개편되어야 한다. 장학금이 절실히 필요한 저소득 가정의 학생들에게 지급되도록 가정형편위주로 선발기준을 바꾸고, 등록금과 생활비 모두 지원이 가능하도록 장학금의 2중수혜를 허용하고 지원대상을 확대하여야 한다. 경제양극화의 파고를 넘을 수 있도록 장학기금의 확충과 장학제도의 개혁을 위하여 다같이 노력하여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