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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하반기 ‘취업의 화신’ 비책…인성·전문성·실무경험 뽐내라

2016.09.30 Views 963 CDC

 
인하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임다정 씨(24)는 최근 독일계 특수화학기업 랑세스코리아 입사를 확정지었다. 랑세스코리아는 경력직 수시채용 전통을 깨고 임 씨를 창사 첫 신입사원으로 채용했다. 임 씨는 화려한 스펙을 갖추지 않았다. 대신 아무도 스펙으로 쳐주지 않는 안전관련법 공부에 힘쓰는 한편, 별개로 ‘위험물산업기사’ 자격증을 땄다. 임 씨는 구직 기회가 없어 보이는 분야라도 자기 적성에 맞는 걸 찾아내 한 우물만 팠던 게 성공 비결”이라고 활짝 웃었다. 

동덕여대 일본어과를 졸업하고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수출창업지원팀에 재직 중인 이설휘 씨. 언뜻 일본어를 잘해서 입사한 것 같지만 사실은 달랐다. 이 씨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자신의 창업 경험을 강조했다. 대학 시절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으로 건너가 한국요리와 미국요리를 결합해 만든 퓨전 메뉴를 판매하는 음식점을 창업해 운영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풀어낸 것. 면접에선 수출창업지원팀이 행사를 자주 연다는 설명을 듣고 행사 진행(MC)을 했던 일화를 소개했고 즉석에서 행사 진행 멘트를 재연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합격, 수출창업지원팀으로 배정됐다. 이 씨는 "지원하는 팀이 어떤 업무를 주로 맡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관련 실무 경험을 내세웠던 게 합격 비결"이라 말했다. 

하반기 취업 시즌이 시작됐다. 스펙보다 실무 능력을 부각시킨 임 씨처럼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를 가려내기 위해 공을 들이는 시점이다. 달라진 취업 트렌드, 이색 구인, 알짜 기업 정보를 종합적으로 따져봤다. 

脫스펙 시대라는데 뭐가 달라졌을까 

“한번 맘껏 놀아봐” 오디션 면접 대세 

하반기 공채 시즌이 돌아왔다. 삼성, 현대차, SK 등 10대 그룹은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소폭 늘리겠다고 공언, 취업준비생들의 시름을 그나마 덜어주는 분위기다. 포스코의 경우 지난해보다 700명 늘린 1900명 선발을 확정지어 10대 그룹 최고 증가율을 보였다. 재계 10위권 밖에선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효성그룹이 전년 대비 인원을 확 늘려 500여명의 신입사원을 뽑기로 했다. 

채용 인원을 늘린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기업들은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인재를 뽑기 위해 보다 전형을 까다롭게, 또 다변화하고 있다. 인재 기준 역시 종전과 다른 시각으로 보려는 분위기다. 인문학 소양, 자기표현에 강한 이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기도 한다. 

▶ 1.“강심장 모십니다” 오디션 채용 

▷ SK, 계급장 떼고 15분 발표서 판가름 

기업 인사담당자들 사이에서는 점점 스펙이 핵심 직무 역량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많이 나돈다. 토익이 900점 이상이지만 해외 지사 발령을 꺼리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금융자격증이 5개라는데 정작 고객 유치엔 빵점인 이들도 있다. 서류상 스펙으로 평가하기 힘든 지원자의 개성과 장점, 잠재력을 파악하기 위해 담력, 재치, 전문성 등을 보려는 시도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최근 뜨는 게 공개 오디션 방식이다. 

KT그룹의 ‘KT 스타오디션’이 대표적이다. 이 전형은 학교, 학점, 영어 성적 등을 완전히 배제한 채 지원자가 채용담당자 앞에서 자신의 경험과 열정을 5분 이내로 자유롭게 발표하는 과정만을 평가해 서류전형을 면제해준다. SK그룹의 ‘바이킹 챌린지’도 이런 방식이다. 지원자는 채용 홈페이지에 도전과 열정이 담긴 스토리를 접수한 후 15분간 개인 PT로 진행되는 바이킹 오디션과 관계사별 면접, 인턴십을 거쳐 최종 선발된다. 바이킹 챌린지 전형의 이력서에는 학교, 성별, 학점, 어학점수 대신 이름과 생년월일, 연락처, 최종학력, 졸업연도만 기재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아예 인재를 찾아가는 전형을 도입해 화제가 되기도. ‘The H’란 프로그램은 인사담당자가 직접 캠퍼스를 찾아 인재를 발굴하거나, 월별 주제를 띄운 후 지원자가 H상담센터로 찾아오면 면접을 통해 선발한다. 롯데그룹 역시 지난해 상반기부터 스펙 대신 직무에 대한 기획서, 제안서, PT, 미션 수행 등의 방식으로 합격자를 선발하는 스펙태클 오디션 전형을 운영하고 있다. 스펙태클 오디션이란 ‘화려한 볼거리(Spectacle)’라는 뜻과 ‘무분별한 스펙 쌓기에 태클을 건다(Spec-tackle)’는 뜻으로, 오직 직무 수행 능력만을 평가해 채용하는 인재 선발 제도다. 화장품 회사 러쉬코리아는 올해 상반기 동영상으로만 자기소개서를 제출한 후 1년 차 선배 사원들이 공개 오디션 방식으로 신입직원을 선발하는 인사 실험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구인구직업체 잡플래닛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의 탈스펙 기조가 강화되면서 오디션처럼 다양하고 독특한 채용 방식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 2.‘지대넓얕’보다 실무형 인재 

▷ 국가직무능력표준(NCS) 모르면 백수 

팟캐스트 ‘지대넓얕(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인기다. 인문학적 소양은 물론 다양한 기초 상식을 두루 갖추고픈 현대인의 숨은 욕구를 잘 건드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풍부한 교양을 갖춘 인재도 좋다. 하지만 기업 채용담당자는 이런 인재보다 실무형을 선호한다. 말이 좋아 실무형 인재지 뽑는 데는 늘 어려움이 있을 터. 그래서 아예 최근에는 직무 적합성을 좀 더 통계적으로 꼼꼼히 보고 있다. 

물론 기업에 따라 직무 적합성을 평가하는 방법은 다소 차이가 있다. 최근 대세는 국가직무능력표준(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이하 NCS)이나 에세이 등 따로 직무 적합성 평가를 위한 필기시험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직무 적합성 평가를 통과한 인원에 한해 삼성 고유의 입사시험인 GSAT를 치를 자격을 부여한다. 직무적합성 평가는 지원자의 전공과목 이수 내역, 활동 경험, 에세이 등을 통해 지원자가 해당 직무와 관련해서 쌓아온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서류 작성 시에도 이수 교과목을 세부 입력하게 돼 있는데 수강했던 전공과목별로 수강연도, 성적, 재수강 여부, 계절학기 수강 여부를 기재하며 소프트웨어 직군은 GSAT 대신 SW역량시험을 치룬다. 이 시험은 고사장에서 PC를 사용해 C, C++, Java 프로그램 언어로 코딩하는 실기 테스트로 총 2개 문제에 180분이 주어진다. 

따라서 취준생이라면 학창 시절부터 관련 수업을 두루 많이 들어놓는 건 기본. 기존 기출 문제를 참고하고 최근 이슈나 업계 동향을 바탕으로 모의 테스트를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인턴제도 최근엔 보다 위상이 높아졌다. 인턴십 경험자의 70% 이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채용 연계형 인턴십을 진행하는 회사가 늘고 있기 때문. 신한카드는 올 상반기부터 6주간의 인턴십 프로그램을 이수한 사람을 대상으로 최종 신입사원을 선발하고 있다. 홈플러스도 하반기 고졸 신입사원 120여명을 뽑는데 3개월의 인턴 과정을 거쳐 정규직으로 점포 영업 관리, 상품 발주, 고객 서비스 등의 업무를 맡길 계획이다. 

▶ 3.“우리, 대화로 합시다” 면접 강화 

▷ 취업 사교육 받은 ‘붕어빵’ 답변자 퇴출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기업 인사담당자 523명에게 ‘올해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시 어떤 점이 강조될 것으로 예상되는지’를 복수응답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약 30%는 인성평가를 위해 인적성검사 강화, 심층면접 등 면접의 강화를 꼽았다. 특히 대기업(45.1%)과 중견기업(30.6%) 인사담당자는 ‘심층면접 등 면접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응답자가 많았다. 

올 하반기 취준생이라면 기업별로 특성화된 면접에 대비해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PT면접 외에도 토론면접, 합숙면접 등 기존 면접 유형들이 보편적으로 자리 잡고 있으나 동시에 몇몇 기업들은 자체 개발한 면접 유형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는 게 잡코리아 측 설명. 

특성화된 면접으로는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이 해당한다. 

삼성의 면접전형은 임원면접, 직무역량면접, 창의성면접 세 가지로 구성되는데 이 중 창의성면접은 제시된 과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발표하고 면접위원과 문답을 주고받는 시험으로 지원자와 면접관 간 토론을 하며 점수를 매긴다. 취업 사교육 시장에서 훈련받고 ‘붕어빵’ 답변을 하는 지원자를 걸러내고, 직무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라는 게 삼성그룹 인사팀 설명이다. 

▶ 4. “스펙…뭣이 중헌디?” 인성 우선 

▷ 인성검사 시 책임감 최우선으로 고려 

직무 적합성, 실무 경험 등 역량을 중요하게 평가하지만, 기본적인 인성이 갖춰지지 않은 지원자에 대해서는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 기업이 많다. 특히 지원자들 스펙이 갈수록 상향 평준화되는 상황에서 직무 능력 외에 인성이 옥석을 가리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인성평가의 1차 관문은 인성검사다. 주로 객관식으로 일정한 문제를 풀게 하는 기업이 대다수다. 대기업의 경우 자체 인적성검사를 도입하는 경우가 많다. 삼성은 GSAT, 현대자동차는 HMAT, LG는 LG Way Fit Test, SK는 SKCT 등 각 기업별로 인재상과 기업문화 등에 따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의 비중을 달리해 자체 제도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사람인 관계자는 “인성검사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솔직함이다. 하나의 성격적 특성을 알아보기 위해서도 다양하게 변형시킨 문제를 내기 때문에 문제마다 다른 답을 내놓는다면 허위 반응으로 탈락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임원급 이상이 참관하는 인성면접의 형태로 평가를 실시하는 기업도 많다. 실무 면접과 달리 지원자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으며 회사의 인재상, 문화와 부합하는지 등을 판단하기 위한 질문을 많이 한다. ‘50대 남성에게 비비크림을 판매하는 방법을 말해보라’ ‘선천적 시각장애인에게 노란색을 어떻게 설명해줄 수 있을까’ 등 오랜 면접 경험과 연륜에서 나오는 날카로운 질문들이 많으므로 정직하면서도 자신 있게 답변하는 것이 좋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시선이 흔들리거나 자기도 모르게 다리를 떠는 등의 행동은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만큼 절대 금물이다. 

사람인이 기업 367개 사를 대상으로 각 사의 ‘인재상 키워드’를 조사한 결과, ‘책임감(58%, 복수응답)’이 1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성실(56.9%)’ ‘열정(38.7%)’이 각각 2, 3위였다. 이 세 키워드는 최근 3년간 동일 조사에서도 지속적으로 최상위권을 유지해 시대가 변해도 인간의 기본 덕목은 변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특별취재팀 : 박수호(팀장)·나건웅·김기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75호 (2016.09.21~09.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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