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 체험수기
국내경영현장실습 체험수기 | 데라게라덴 · 경영14
주변의 선배, 동기들이 한 학기 중에 인턴 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학기를 진행하는 경우들을 봤었다. 영업업무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실제 업무현장에 대한 경험을 쌓고 싶었고, 그러던 중 Sales 팀의 support포지션으로서 인턴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좋은 기회라고 느꼈다. 특히, 영업업무의 경우 이론적인 배움도 중요하겠지만, 직접 부딪히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외국계 금융기업인 DLL에서 영업지원 인턴을 한다면 영업이라는 부서에 대한 전반적인 경험을 쌓는 동시에 외국계 기업만의 문화 또한 익힐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인턴 활동을 통해 조직 생활에서 필요한 자질과 기본적인 소양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DLL에 지원하게 되었다.
이번 국내경영현장실습을 통해서 배우고자 했던 첫 번째는, 기업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영업사원들에게 필요한 자질이었다. 고객을 응대하는 방법, 고객을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 고객과 상생하는 방법 등에 대해 배우고 싶었고, 데라게란덴의 “같이 가는” 문화를 경험하고 싶었다. 두 번째 목표는, 직원들께 업무 이 외의 것들을 배우는 것이었다. 회사, 조직 생활에서 업무를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직 내의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어떻게 말을 하는지, 어떻게 행동하는지, 어떤 키워드를 공유하는지에 대해서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함께 일하게 될 직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었다. 세 번째 목표는 신입의 회사 생활을 배우는 것이었다. 업무자리, 회식자리, 사적인 자리 등 다양한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능력을 배우고 싶었다. 마지막 목표는 엑셀, 워드 등 대부분의 회사에서 활용하는 문서 작성, 편집 방법을 배우는 것이었다.
데라게란덴은 네델란드 라보뱅크의 자회사이며, 네델란드 본사를 중심으로 30개 국 이상의 지사를 둔 글로벌 여신금융 회사이다. 헬스케어, IT, 통신(사무)기기, 건설중장비, 운수, 농업기계 등을 포함하는 장비의 리스, 할부금융 등을 처리하고 있다. 특히, 국내 헬스케어 사업 부문에서는 연세대, 아주대, 단국대 등의 다수의 대학병원들과 금융거래를 진행 중이며, 필립스, 올림푸스 등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쉽도 유지하고 있다.
회사에서 담당하게 된 주 업무는 헬스케어 관련 리스 계약 진행이었다. 전국 각지에 있는 병원이나 약국을 방문해서 원장님, 약사님들께 새로 들여온 장비에 대한 리스가 어떻게 실행되는지, 어떤 조건으로 리스 계약이 승인됐는지 간단한 설명을 해드리고 계약 체결과 리스 금액 펀딩을 위한 서명을 받아오는 것이었다. 서명 후에 병원에 설치된 헬스케어 장비를 검수하고, 제조년월과 제조번호 확인 후에 당사 스티커를 붙이고 사진 촬영 후 회사로 복귀한다. 장비 검수와 사진 촬영은 중복리스나 공리스가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 중 하나이다. 회사 복귀 후에 계약, 검수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한 계약 일정이 완료된다. 보고서 작성 시에는 해당 병원, 약국과 추후에도 새로운 계약을 진행할 수 있을지, 펀딩한 금액을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간략한 평가를 추가해야 한다. 업무 초반에 가장 힘들었던 점은 매번 비슷한 과정을 통해 계약이 진행 되는데, 항상 새로운 변수가 발생한다는 것이었고, 특히, 이러한 변수에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 긴장감을 갖게 하는 요소였다. 업무에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는 법을 미숙하게나마 터득하게 되었던 것 같다.
Sales 부서의 인턴으로 있었기 때문에 헬스케어 계약 이 외에도 농업기계 리스 계약 건 또한 담당했다. 주로 트렉터와 콤바인, 이앙기 등의 기계에 대한 계약을 진행했다. 헬스케어 계약의 경우와 다르게 농민들과의 계약에서는 구비해야 할 서류들과, 받아야 할 서류들이 좀 더 많았다. 병원과의 계약과는 다르게, 농민들은 신용등급이 낮아서 리스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농민들이 대리점을 통해 리스를 진행하기로 했으나 리스에 대해 확실하게 인지하지 못한 상황이 다수였기 때문에 농업기계 계약은 사전에 설명해드릴 내용을 간단히 복습하곤 했다. 특히, 농번기가 한창일 때는 농사일 때문에 밭에 나가계신 농민들을 찾아가서 계약을 진행하거나, 인감도장을 집에 두고 오셔서 대리점에 계신 고객님과 함께 댁에 방문해서 계약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상황을 많이 겪곤 했다. 트렉터나 콤바인을 활용해서 농업을 하는 농민 들 중에 전라도에서 업을 하시는 분이 다수였고, 장시간 운전을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래서 업무가 많이 몰렸을 때에는 계약을 진행했던 도시에서 숙박을 하고 돌아온 경험도 있다.
외근 일정이 없는 날에는 사무실에서 Sales support 팀을 보조하는 업무를 했다. 매달 업데이트 되는 PF report 를 참고해서, 트렉터 계약의 주요 벤더인 LS Mtron, Kukje, Daedong, Tongyang 각각에 해당하는 대리점들의 Contingent risk limit을 체크하고 한도를 초과한 대리점이 있는지, 각 대리점의 현재 PF 값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했다. 한도를 초과한 대리점이 있을 경우에 각 벤더 담당자에게 보고하고, 해당 대리점에 한도 증액을 위한 자료들을 요청했다. 매달 한 번씩 두산 산업차량의 Monthly Location Log를 확인하고 실제로 장비들이 엑셀 상의 기록과 일치하는 곳에서 사용되고 있는지 장비조사를 하는 업무를 진행하고, 매달 새로운 리스물건에 대한 취득세 신고를 맡아서 진행했다. 승인을 위한 자료를 조회하는 업무도 주로 했었는데, 등기등본이나 재무자료, 감사보고서나 여신신용공여 자료 등을 주로 다뤘다. 이 외에는 진행된 계약서류를 스캔하고 PDF편집으로 필요한 자료들만 추출해서 벤더 측에 보내거나, 대리점과 병원에 우편을 보내는 업무를 했다.
업무 외적으로는, 직원분과 함께 외근 업무를 나갔을 때,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을 때, 그 분들의 대학시절이나 신입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지금 당장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인 ‘취업’을 달성한 분들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신입사원을 뽑을 때, 직원분 본인이라면 어떤 사람을 뽑고 싶은지, 어떤 능력에 관심이 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실습 전에, 영업사원은 고객을 내 편으로 만들어서 업무 성과를 달성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 고객에게 저자세를 취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기업 모든 활동의 결과물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역할인 만큼, 하나 하나의 계약이 중요하고 그 계약이 성사되지 않는 것은 큰 손실이며 내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약을 다니면서 들었던 얘기들과 직원분들의 마음가짐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조금은 변했다. 계약에 최선을 다해서 임해야 하는 것도,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러기 위해서 고객에게 항상 저자세를 취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오히려 강하게 대처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과 만만하게 보이는 것도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실제로 농민들과의 계약을 다니면, 농협 이자와 비교하면서 이자율을 낮춰달라고 하거나 리스료 상환 스케줄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최대한 자신이 흡족하게 맞춰달라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그럴 때, 영업부 직원들은 기준점을 제시하고 그 외의 요구는 들어주지 않는다. 그 기준을 지키면서 혜택을 제공하는 정도였다. 업무 초반에 그런 상황에 한 시간씩 농민의 하소연을 들으면서 겨우 계약을 체결했던 내 모습과는 달랐다. 이런 점들을 배워야 겠다는 생각을 많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