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ard - 뉴욕] 2008년 수기 모음 -1
2008.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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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대학
2008년도 여름 국제 인턴 수기 모음
경영학과 03학번 신원선
국제인턴십의 일환으로 2008년 7월 14일부터 8월 8일까지 4주간 Lazard Asset Management 뉴욕 본사에서 근무하였다. 맨하탄 49-50번가의 30 Rockefeller Plaza 58층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미국 내 성공하신 몇 안 되는 한국인 Portfolio Manager 중 한 분이신 John Lee 전무 이사님과 함께 일한 4주는 지금까지의 대학 생활 중 가장 보람차고 즐거운 기간이었다.
Lazard는 투자자문과 자산운용 사업에 특화되어 있는 기업이다. 그 중 내가 있었던 Lazard Asset Management(이하 라자드)는 뉴욕에 본사를 둔 글로벌 자산운용회사이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려대 경영대 학생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장하성 펀드’(본명: Lazard Korea Corporate Governance Fund)를 운용하고 있는 회사이며 최근 한국에서 자산운용업 사업인가를 획득하여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나는 공식적으로 뉴욕에서 인턴을 하는 데 요구되는 비자를 기간 내에 획득하기 어려워 라자드코리아에 소속되어 4주간 뉴욕 본사로의 출장 형식으로 인턴을 수행하게 되었다. 따라서 라자드코리아에서 2주간 인턴 생활을 하고 뉴욕으로 가게 되었는데, 오히려 이로 인해 사전에 라자드라는 회사와 금융시장에 대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증권사 트레이딩룸 견학, 타 금융기관에 계신 분들과 만남을 주선해주셔서 한국 금융업에서 일하는 분들의 업무와 생활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속한 Korea Equity Team은 Emerging Market 그룹의 일부로 한국인은 나와 함께 계신 전무님이 전부였고 주위에는 Emerging Market을 담당하는 여러 Portfolio Manager들과 그의 Analyst 그리고 Secretary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들이 일하는 모습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한국 사무실의 분위기와는 많이 달랐다. 물론 내가 있는 곳이 서로 운용하는 펀드가 다른 Portfolio Manager들이 중심이 되어 각자의 업무가 이루어지는 곳이긴 하지만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 다들 자기 일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자신의 일이 많으면 아침 일찍부터 나와서 저녁 늦게까지 일하고 자신의 일이 끝나면 다른 사람과는 상관없이 사무실을 나간다. 다들 자유롭게 자신의 의지대로 일하는 모습이었다. 자신의 상사와도 친구마냥 편하게 이야기하면서 그렇다고 어느 선을 넘거나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 무언가 Professional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무님 또한 나를 그러한 분위기에 맞게 일하게끔 해주셨다. 여러 과제를 내 주시며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었다.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언제든지 도움을 주셨고 도서관에서 조사가 필요하다면 자유롭게 다녀올 수 있게끔 해 주셨다. 나는 보다 많은 자료를 찾기 위해 그리고 인터넷과 한글의 제약으로 인해 노트북을 들고 도서관을 가는 일이 빈번하였다. 내가 4주간 맡았던 일 중 첫 일주일은 Emerging Market과 한국 주식 시장 그리고 자산운용사의 미래에 대한 여러 자료들을 요약하였고 남은 3주간은 주로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조사와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전무님께서는 기업지배구조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셨고 나 또한 여러 선진국들의 기업지배구조를 분석해보고 한국의 기업지배구조들을 살펴보면서 한국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이 시급히 이루어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는 보고서를 통해 밝히도록 하겠다.
일주일에 한번씩 라자드에 있는 인턴들끼리 점심식사가 있었다. 이곳에 와 있는 인턴들은 나와 같은 3, 4학년의 학부생으로 인도, 중국, 독일 등에서 온 학생들부터 미국 Top School의 MBA 학생들까지 다양하다. 매주 다른 분들의 임직원들과의 식사가 잡혀 있었고 한번은 라자드 회장이자 CEO이신 Ashish Bhutani와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다른 인턴들이 궁금해 하거나 생각하는 것들이 한국 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에 대응하여 임직원 분들께서 해주신 인생과 경험이 담긴 좋은 조언들은 어떠한 기술 한 가지를 배운 것보다 더욱 값지게 다가왔다.
처음 라자드 인턴으로 선발되었을 때 미국을 가면 닥치는 대로 일을 받아서 여러 기술들을 배우고, 내 능력을 인정받고 이 분야에서 성공하는 데 발판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만 하였다. 그러나 전무님의 생각은 다르셨다. 업무의 기술적인 부분은 나중에 취업하고 배워도 좋으니 관광, 여행 등을 통해 보다 다양한 경험을 하라고, 그것을 통해 배우는 것이 훨씬 많다고 하셨다. 업무 시간이 끝나면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카메라만 들고 집을 나섰다. 무언가 집에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만으로 맨하탄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너무나도 많은 볼거리에 4주 동안 쉬지 않고 돌아다녔음에도 못보고 돌아온 곳이 너무 많다. 나의 경우, 맨하탄에 집을 구할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고 같이 돌아다닐 수 있는 친구들도 몇몇 있어서 불편함 없이 시내를 돌아다닐 수 있었다. 주말에는 친구들과 보스톤, DC 등을 여행하면서 같은 미국임에도 다양한 문화와 생활을 볼 수 있었었는데 이는 앞으로 어디에 삶의 가치를 어떻게 살아갈 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솔직히 4주간 인턴 생활을 하면서 회사 업무의 기술적인 부분을 배운 것은 거의 없다고 본다. 자료 요약, 인터넷과 도서관에서의 자료 조사 등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얻었지만 이번 인턴을 통해 깨닫게 된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미국에서 좀 더 객관적으로 한국을 바라보시는 전무님과의 대화는 나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었으며 교우회를 통한 여러 선배들과의 만남으로 나의 진로에 대한 방향을 조금 더 확실하게 잡을 수 있게 되었다. 금융권 취업을 생각하는 나는 전무님과 같은 Portfolio Manager들이 어떠한 철학을 갖고 기업을 선택하고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 등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 이번 인턴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이었다.
두 학기를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뉴욕에서의 이번 인턴십은 나의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에서 매번 반복되는 생활로 자꾸 현실에 안주하려 하고 좁고 굳어 있던 나의 생각에 큰 자극을 주어 무언가 밝게 트인 느낌이다. 이번 경험으로 예전보다 조금은 넓고 멀리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되었고 한 단계 성장했다고 믿는다. 학교의 지원 하에 최고의 경험을 할 수 있는 국제인턴십을 아직 참가하지 않은 학생들은 꼭 한번 갔다 오기를 바란다. 이는 고려대학교 경영대 학생만이 눌릴 수 있는 특권이다. 가고 싶은 지역이면 더욱 좋겠지만 어느 지역이라도 그저 새롭고 다양한 경험만으로 배우고 느끼는 점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저의 멘토가 되어주신 John Lee 전무님, 그리고 라자드코리아의 대표님을 포함한 모든 임직원 분들의 따뜻한 조언과 배려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또한 이러한 기회를 만들어주신 장하성 교수님과 국제실 선생님들 그리고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의 노고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앞으로도 이와 같은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