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알아두어야 할 것은 대학은 물론 도시에 대해서도 국내에서 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대에서 첫 교환학생 파견자였던 저는 연대 교환학생 후기를 많이 참고했습니다. 준비하시는 분들도 아직은 교환학생 후기가 부족하니 거의 10년전부터 교환학생을 보내고 있는 연대 후기를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Washington University in St.Louis는 줄여서 WashU, 워슈라고 부릅니다. 워싱턴 DC에 있는건가?! 착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미 중부도시 세인트루이스에 있으며, 준아이비리그로 불리는 명문대로 미 국내 20위, 세계 50위 내에 드는 좋은 학교라고 합니다. 미국에 워싱턴 대학교가 몇 개 있는데 보통 워싱턴대학교, 라고 하면 이곳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과연 학교 캠퍼스도 넓고 예쁘고 시설이 좋습니다. 수업 퀄리티가 좋고 교수님들도 뛰어나시고 과제도 많이 내주며 학생들이 굉장히 공부를 열심히 합니다. 미국 학생들이 책상에 발을 올리고 수업을 듣는 등 수업 태도가 안 좋다는 풍문을 들었는데 워슈 학생들은 핸드폰도 절대 보지 않고 바른 자세로 앉아 꼼꼼하게 필기하며 수업에도 열정적으로 참여합니다. 또 의외로 한국인 유학생들이 많습니다.
도시
세인트루이스라는 도시를 들어보신 분이 많지 않으실 겁니다. 세인트루이스는 미 중부 미주리 주에 있으며 톰소여의 모험의 배경이 되는 미시시피 강이 흐르는 도시입니다. 미주리 주나 미시시피 근방은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시골의 대명사로 쓰입니다. 허리케인으로 날아간 오즈의 마법사 속 도로시가 살던 캔자스 시티도 근처에 있습니다. 그래서 미드에서 순진한 시골출신의 대명사로 미주리 출신이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그래서 세인트루이스라고 하면 옥수수밭이 펼쳐져 있는 시골일 것 같지만, 과거 서부 개척시대의 관문으로 번성했었으나 현재는 쇠락한 대도시로, 옥수수밭 같은 것은 보기 힘들고 오히려 키 큰 빌딩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없어서 텅 빈 유령도시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카고 근처라고 하거나 오승환이 있는 카디널스 야구팀이 있는 도시라고하며 알아듣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관광지는 전혀 아니고 도시 전체적으로 할 것도 볼 것도 없고 황량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다른 도시로 여행갈 때 말고는 보통 대학교 캠퍼스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집
세인트루이스는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 중 하나입니다. 와슈 캠퍼스 내는 매우 안전하지만, 학교를 벗어나면 위험합니다. 차 창문을 두드리며 구걸하는 거지도 있고, 지하철은 가난한 사람들만 이용해서 마약을 파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자취, 하숙, 렌트보다는 거의 기숙사에 사는 편입니다. 한국인 유학생들은 기숙사에 살기도 하고 학교 근처 한 아파트에도 많이 사는 것 같았습니다. 교환학생이라면 거의 기숙사에 살게 됩니다.
워슈 기숙사는 꽤 비쌉니다. 싱글 룸 기준 모두 4개월에 6천불입니다. 더블룸이 아주 조금 싸긴 하지만 룸메와 한 방에서 살아야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에 비해 가격차이가 거의 얼마 안나기 때문에 싱글룸을 추천합니다.
기숙사 건물 종류는 많습니다. 연대 교환학생 후기를 읽어보면 다들 이곳저곳에 다양하게 선택했습니다. 요약해보면 선택지는 크게 5개가 있습니다.
1.핫한 12학년 기숙사vs평범한 34학년 기숙사
12학년들은 보통 South40이라고 불리는 구역에 있는 기숙사에 삽니다. 싸포라고 불리고 건물 하나인 게 아니라 리조트처럼 싸포 지역에 빌딩이 여러 개 있습니다. 경영대는 물론 학교 건물들 모두와 멀어서 저는 비추천합니다. 나머지 4개의 기숙사들은 34학년들이 주로 삽니다.
2. 캠퍼스 내vs캠퍼스 외
캠퍼스에서 꽤 떨어지는 곳에 Lofts가 있습니다. 다른 곳들보다 천불?오백불?정도 비쌉니다. 학교셔틀을 타고 등교하거나 15분 정도 걸어서 등교해야 합니다. 장점은 조용하고 깨끗하며 시설이 제일 좋습니다. 혼자 쓰는 침대가 더블베드이며 욕조, 식기세척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위치한 곳이 Loop이라는 캠퍼스 옆의 핫한 거리입니다. 이곳에 맛있는 식당도 많고, 기숙사 바로 옆에 한국음식이 90프로 이상인 아시안 마켓, 스타벅스도 있습니다. 제가 파견되었던 학기에 연대 언니가 이곳에 살아서 몇 번 가봤는데 학교가 멀다는 것 빼고는 굉장히 부러웠습니다.
3. 밀포인트
와슈는 밀플랜 제도를 운영합니다. 학교 내 식당에서는 현금이나 카드로 계산하는 게 아니라 학기 시작 전 미리 돈을 냅니다. 골드, 실버, 브론즈, 아파트먼트 밀플랜이 있는데 자취하는 게 아니라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이라면 의무적으로 브론즈 이상을 구매해야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수수료가 있습니다. 브론즈 밀플랜은 1400밀포인트를 주는데 가격은 2천불입니다. 연대 교환학생 후기에도 수없이 밀플랜은 가능 한 가장 낮은 것으로 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높은 밀플랜일수록 오히려 수수료가 많습니다. 2학기중에 학생들끼리 한 회 한정 밀플랜을 거래할 수 있는데, 이때 밀플랜 가격이 폭락해서 50프로 미만의 가격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만약 부족하면 이때 사면 됩니다. 이때, 저 아파트먼트 밀플랜은 기숙사에 안 사는 학생들과, apartment로 분류되는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이 구매할 수 있습니다. apartment에는 Milbrook과 바로 전에 언급한 Lofts가 들어갑니다. 저는 밀브룩을 가장 추천합니다. 시설은 그냥 기숙사 하면 떠오르는 기숙사입니다. 개인실, 주방, 거실, 공용 욕실. 4명이 한 집에 같이 사는데 2개의 싱글룸과 1개의 더블룸이 있습니다. 경영대까지는 빠른걸음으로 5분도 채 안걸립니다. 그리고 아파트먼트 밀플랜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밀플랜 수수료도 가장 적고, 자기가 직접 요리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정보들은 제가 한 학기를 다니며 정리된 것이고 초반에는 정보가 적어 혼란스러웠습니다. 저와 같이 파견되었던 선배는 무난해보이는 Village를 선택했습니다. 빌리지의 특징은 1층이 학교식당이라는 겁니다. 저는 요리를 싫어하는지라 이 점을 보고 빌리지를 선택했습니다. 정말 밥먹기는 가장 편했습니다. 또 밀브룩 바로 옆 경영대가 5분 거리인 점, 기숙사들 중 가장 깨끗하고 새 건물이라는 점(싸포에 더 좋은 건물들이 있긴 하지만 보통 교환학생이 그곳에 배정되지는 않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씩 화장실 청소를 해준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하지만 단점도 많습니다. 제가 가장 불편했던 것은 기숙사들 중 유일하게 주방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게 뭘 의미하냐면...컵라면도 먹을 수가 없습니다. 끓인 물을 구할 수가 없으니까요. 빌리지는 한 집에 4명이 같이 사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면 6개의 문이 보입니다. 4개는 싱글룸 방문, 2개는 화장실입니다. 끝. 거실도 없습니다. 룸메를 마주칠 일이 거의 없습니다. 정말 깔끔하고 개인적지만 좀 외로울 때도 있었습니다. 방음도 너무 잘되어서 제가 새벽 3시에 한국 친구랑 시끄럽게 통화해도 룸메는 아무 소리도 안들린다고 하더군요. 층마다 3개의 common room이라고 거실같은 것이 있어 소파, 티비, 전자렌지, 냉장고가 있긴 한데 대체 이 냉장고를 몇 명과 같이 쓰는 건지 알 수 없습니다. 게다가 어이없게도 한국마트에서 사온 꿀호떡과 호빵을 도난당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밀브룩을 추천합니다. 빌리지가 시설이 조금 더 좋긴 하지만 주방이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서 너무 슬펐기에...
나머지 하나는 House11으로 빌리지와 밀브룩 옆에 있긴 한데 별다른 특징이 없습니다. 밀브룩 추천합니다. 기숙사 정보가 적어 저는 구글링해서 워슈 기숙사 건물 전개도를 보는 등 고생을 했기에 가능한 자세하게 적었습니다. 밀플랜에 대해 조금 첨언하자면 저는 브론즈 밀플랜을 가지고 한학기동안 풍족하게 쓰다못해 마지막에는 남아서 억지로 써버리려고 살도찌고 고생을 했습니다. 밀브룩에 살면서 아파트먼트 밀플랜으로 학식도 적절히 먹고 가끔 라면도 끓여 먹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밀브룩 사는 친구네 놀러갔을 때 다같이 거실에서 영화보고 주방에서 요리해먹고 하던 게 부러웠습니다. 저는 거실이 없어서 방에서 파티도 못열고 친구 초대했을 때 제 침대에 앉혔답니다.
먹는 것
언급했다시피 밀플랜으로 학식을 먹는 게 보통입니다. 워슈 학식은 미국내에서 1위를 했다는 소문을 듣고 잔뜩 기대하고 갔는데, 너무 기대를 많이 하시면 안됩니다. 저는 양식 특히 햄버거나 피자를 안좋아하는 편이라 더 그랬는지도 모르지만...그래도 미국내 1위인건 확실해 보입니다. 식당은 언급한 빌리지1층, 우리학교 학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DUC 건물 1층을 주로 갑니다. 싸포에도 Bear's Den이 있으나 거리가 조금 있습니다. 경영대 건물 중 하나인 Bauer에도 밥을 파는데 이곳에서는 밀플랜으로 계산을 할 수 없어서 잘 안 가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이곳에 스타벅스도 있어요! 학관 음식은 늘 같은 샐러드, 햄버거, 멕시칸 스타일 음식들, stir fry 등을 팝니다. stir fry가 와슈의 명물로, 몽골식 볶은요리라고 하는데 뜨거운 중국식 팬에다 자기가 고른 고기, 채소와 면/밥 그리고 소스를 쎈 불에다 달달 볶아서 줍니다. 설명 들으면 별로일 것 같지만 인기 최고이고 저도 주로 이걸 먹었습니다. 선택지 중에 spicy korean이라고 미국스타일 고추장 소스도 있습니다. 저는 돼지고기에다 hoison+spicy korean소스 추천합니다. 그리고 comfort special이라고 맨날 다른 음식이 나오는 메뉴가 있습니다. 라비올리, 뵈프 부르기뇽, 한국식 치킨, 인디안 커리 등등 처음에는 오오 하며 많이 먹었는데 나중에는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은...제가 입이 좀 짧은편이라 그런데 웬만하면 다들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빌리지 1층에는 간단한 마트도 있어서 과일이나 요거트, 과자, 아이스크림도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당연히 전부 마트보다 비쌉니다. 처음에는 비싸서 월마트 다니다가 나중에는 밀포인트가 남았으니 편하게 쓰는걸 추천합니다. DUC에는 멕시칸 푸드, 피자, 햄버거에다 역시 comfort special이 있고 중요한 것은 Washu Wok이라는 중식인데 여기 김치가 있습니다!! 세상에 미국 학식에 김치라니. 초반에는 너무 비싸서 안 먹었는데 후반에는 가끔 중식 오렌지치킨+밥에다가 김치반찬 해서 먹었네요. 만두도 팝니다. 초반에는 밀포인트 조절하다가 나중에는 밀포인트가 남아서 손에 집히는거 다 가져다 먹었네요. 마음껏 드시길 추천합니다. DUC에는 ibby's라는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교내에 레스토랑이라니! 웨이터가 스테이크를 서빙하는 진짜 레스토랑입니다. 바깥 가격과 비슷하게 비쌉니다. 그런데 교내라 어딜가나 붙는 tax가 안붙어요. 밀포인트가 남을 때 가기 좋습니다. calamari 에피타이저에 스테이크, 파스타는 물론 관자요리까지 메인디쉬에 아이스크림, 푸딩 디저트, 샹그리아 한잔까지 한 끼 잘 먹고 나오면 돈이 꽤 많이 나오는데 어차피 이미 한국에서 낸 밀포인트로 긁을거니까 괜찮습니다. 충격적인 사실은 와슈 새내기들은 의무적으로 실버 이상 밀플랜을 사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인 유학생 새내기들이 밀포인트가 너무 많이 남아서 같이 이비스를 가곤 했습니다. 적어놓고 보니 학식에 먹을 게 많네요.
외식도 자주 합니다. 언급한 Loop이라는 거리에 괜찮은 식당이 많습니다. 추천하는 곳은 Corner17. 버블티도 파는 중식당인데 처음에는 멋모르고 가서 국수를 먹었지만 중국 학생들과 가서 근사한 중국식 요리에 밥을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용초수에 메뉴가 많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지삼선, 쯔란양고기 같은 음식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버블티도 58도씨보다 맛있었어요. Salt&Smoke라는 바비큐 집, Taj Mahal이라는 인도식 커리집, 이름이 잘 생각안나는 태국음식점이 맛있었고 주로 가는 곳들입니다. 하지만 싸다는 건 아닙니다...외식비는 10프로세금+15프로팁까지해서 가볍게 한끼먹으면 20불 내외로 나옵니다. 룹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걸어서 갈 수 있지만 일주일에 한번쯤씩은 한국인 유학생 친구들과 우버를 타고 멀리 나가서 사먹기도 합니다. 쉑쉑이 세인트루이스에서 시작된 것을 아시나요?! 쉑쉑 1호점도 가고, 한국음식점가서 삼겹살, 쭈꾸미, 떡만두국도 먹고, 대만음식도 먹고, 피자도 먹고...다 맛있습니다. 하지만 우버 비용까지 나오면 외식비는 인당 30불내외까지 올라갑니다.
수업
저는 15학점을 신청했다가 한 수업을 withdraw하고 12학점만 들었습니다. 학교 수업 시스템은 고대와 놀랍도록 똑같습니다. 보통 수업 당 3학점, 주 2회 각 80분씩 수업이 있고, 월수2교시 화목5교시 이런 식으로 정말 고대와 시스템이 비슷합니다. 안 그런 수업도 있긴 합니다만...저는 경영대 3과목과 교양2과목을 신청했습니다. 경영대 과목들 역시 고대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저는 전필 Business Strategy말고는 가능한 고대에서는 들어볼 수 없는 재밌는 전선들을 들으려고 했습니다.
Business Strategy
전필로 인정받았습니다. 놀랍게도 제가 갔을 때는 한국인 교수님이셨습니다. 한국인이라서 다르신 건 하나도 없었지만. 와슈 자체가 워크로드가 엄청나고 수업이 빡빡합니다. 교수님도 굉장히 준비를 철저히 잘 해오시구요. 고대 경전과 별로 다를 게 없습니다. 매 수업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를 하나씩 읽어가야 합니다. 빡빡한 15페이지 내외를 읽고 교수님이 블랙보드에 업로드해두신 질문들에 답을 써서 제출해야합니다. 이 케이스들은 제가 사야하는데 course packet이 140불이었습니다. 저작권에 짤없는 미국에서는 친구랑 같이사서 복사하고 제본하고 이런거 절대 안됩니다. 다들 모두 140불내고 자기거 샀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수업인데다가 다른 경영대 수업도 똑같이 수업 하나당 케이스 하나씩을 읽게 시켜서 처음에는 너무 할게 많아서 힘들었습니다. 일주일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4개씩 읽어야 하니...그런데 수업에는 굉장히 많이 도움이 됩니다. 그 외 특징은 없습니다…중간기말팀플있는 것도 한국이랑 다 똑같습니다.
Retail Management
수강신청할 때 실라버스가 없어서 description만 읽었을 때는 서점, 카페 같이 작은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법을 배운다고 해서 우와 재밌겠다 신나게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그런게 아니라 조금 작은 규모 기업들에 배우는 경영전략 수업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주제가 되는 기업들은 한국에서만 자란 제가 접하기 조금 어려운 기업들입니다. Gap이라거나 마트 체인인 Target까지는 근처에 있으니 가보기라도 했지만 생활용품인 L.L.Bean, 요가복 전문인 LuLuLemon이나 David's Bridal이라는 웨딩드레스 샵 등등 미국 학생들은 올리브영처럼 당연하게 알고 있는 기업을 저는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배울 때 약간 혼란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교수님이 과제로 매장을 직접 방문해서 사진찍고 조사하고 발표하게 시키십니다. 괴로웠지만 미국 기업들에 대해서 배워서 재밌었다고 총평을 내리고 싶습니다. 교수님은 백발 노교수님이신데 패션산업에 종사하셨다고 하시며 스타일도 남다르셨습니다. 미국수업평가 사이트에서 평이 굉장히 좋으셨는데, 흔한 ppt슬라이드도 없이 전부 구술로만 수업을 진행하시고 낭랑한 목소리가 아니라 할아버지 목소리셔서 저는 필기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수업마다 비즈니스케이스 하나씩을 읽어 오도록 원하는 수업이 이것이고, 거기 더해서 수업 하나당 월스트리트 저널 등 다양한 곳의 인터넷 기사 4,5개를 올리셔서 싹 다 읽고가야 합니다. 참고로 여기도 비즈니스 케이스가 모여있는 코스패킷 가격이 또 140불입니다...처음에는 쩔쩔매면서 읽어가려고 노력했는데 나중에는 포기하고 그냥 수업가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직접 가서 조사하고 발표하는 4번의 팀플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전체 grade의 10프로밖에 안합니다...팀플 한번에 2.5퍼센트라니...그래도 와슈 모범생들 다들 열심히 해와서 저도 엉겁결에 성실히 했네요. 영어발표가 무서웠는데 여기서 자주 팀플 발표하다보니 훈련도 됐습니다. 배운 게 많아요! 추천합니다.
Personal Finance
재무관리에서 한 발 더 나아갔는데, 개인 자산관리 쪽으로 나아갔습니다. 내 차는 어떻게 사야할지? 연금은 어떻게 관리할지? 생명 보험은 뭘 들지?를 공부합니다. 굉장히 인생에 도움이 되는 수업이고 교수님이 시니컬한 코미디언 스타일로 웃기십니다. 고대 1교시에 해당하는 시간에 수업하는데 출석체크를 안하고 중간기말50프로씩에 따라 성적이 매겨지는데 시험지를 미리 올려주십니다...꿀강입니다. 수업은 정말 재밌는데 정말 수업을 잘 안 갔습니다...각국의 모든 교환학생들이 이 수업을 듣는 것 같습니다. 수업내용을 예를 들자면 “너가 차를 사러 가려면 날씨가 안 좋은 날이 좋아. 비가 오면 정말 좋아 자동차 딜러들이 그런 날에는 빨리 거래를 끝내려고 해.” 정말 실용적인 수업이죠...? 그런데 미국 세율이나 노조 관련 문서작성 등 미국인이 아니면 별로 쓸모가 없는 것들도 많이 배웁니다. 그래도 쉽고 재밌습니다. 계산도 PV나 annuity만 계산하는 정도였습니다.
교양과목들은 한국에서 들을 수 없는 것을 들으려고 했습니다. 와슈는 이중전공, 복수전공에 굉장히 오픈되어있어서 정규학생들은 double major는 물론 전공이 3개 4개이기도 합니다. 저는 미술/예술/역사를 좋아해서 주로 그 분야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법, 미디어, 정치, 언어, 문학, 춤, 각종 이과 과목들 등 정말 다양한 수업들이 많아서 평소에 흥미를 가져본 분야를 시도해보기 정말 좋은 곳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교환학생은 수강신청을 제일 먼저 해서 아무런 부담도 없습니다. 와슈는 medical school이 유명한데 아마 그쪽은 수업을 못 듣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Introduction to Modern Art, Architecture and Design
와슈 미대 새내기들의 필수 기초 과목입니다. 경영학의 이해(이제 경영학원론? 이름이 바뀌었나요?)에 해당하는 것 같은데, 저처럼 비전공자로 미술에 관심있는 사람이 듣기에 좋았습니다. 모던 아트에 대해 배우는데 이 수업을 듣고 미국 미술관들을 가면 정말 감상의 격이 달라집니다. 모던 아트 수업 듣고나서 뉴욕 모마, 시카고 art institute 가서 즐거웠습니다. 로댕에 대해 수업 듣고 그 다음주에 시카고 여행가서 시카고미술관에서 실제 작품 보고 그러면서 많이 배우고 느꼈습니다. 제가 평소에 관심 있던 분야라 저에게는 가장 재밌는 수업이었습니다. 새내기들이 잔뜩 강당에 모여서 듣는 수업이라 부담도 적었고 교수님이 노교수님이신데도 낭랑하고 또렷하게 발음이 너무 좋으셔서 토플 듣기평가하는 것 같았습니다. 한국인 유학생들 중 미대생들이 많아서 유학생 동생들과 만나고 좋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추천합니다. 단점은 작품명과 작가명 스펠링 하나라도 틀릴까봐 철저히 외워야 한다는 겁니다...Picaso? Picasso?까지는 괜찮은데 퀴즈를 볼 때 조르주 쇠라 스펠링을 몰라서 좌절했던 기억이 납니다.
Egyptian Art
제가 이집트에 대해 한번 배워보고 싶어서 신청한 수업인데 이게 바로 제가 수강철회한 수업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교수님이 이탈리아 분이셔서 이집트 왕 이름을 영어로 말씀하시는 걸 제가 알아듣기는가 너무 힘들어서입니다. 두 번째로는 와슈 수업이 주의해야 할 점이 대학원 수업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 않습니다. 일반인들도 돈 내면 들을 수 있는 수업들도 섞여 있구요. 저는 경영대 수업 중에 하나를 신청했는데 들어가지지 않아 알고 보니 master degree 수업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 수업은 아마 art history 전공생들의 심화 과정이었던 것 같은데 교양 수준이 아니라서 중간고사를 볼 때 이집트 왕 이름을 외우며 고생한 이후 레포트를 쓰다가 포기했습니다. 와슈 수강신청할 때 실라버스가 올라오지 않은 수업들이 많은데, 어떻게 교환학생 신분으로 미리 알 수 없으니 정정때 실라버스 보고 얼른 바꾸시거나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귀찮고 도전정신으로 덤볐다가 결국 포기했습니다.
한국인 친구들 만나기
와슈에는 한국인 유학생들이 많습니다. 한국인 유학생 모임이 크게 2곳이 있는데 저는 그 중 KISS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같이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소모임도 하고, 집에도 놀러가고, 교환학생으로 허둥지둥하던 저를 많이 도와준 언니오빠 동생들이 있어 정말 좋았기에 다들 꼭 들어가시기를 추천드립니다. 페이스북에 검색해서 연락하면 친절하게 도와주십니다.
교환학생 친구들 만나기
와슈는 놀랍게도 고대와 다르게 교환학생이 전교에 별로 없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전교에 30명내외였습니다. 이탈리아 보코니에서 10명정도가 왔는데 그들끼리 친하게 지내기도 하고, 학교 분위기가 묘하게 인종끼리 노는 분위기라, 아시안 교환학생들과 가장 많이 어울리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Buddy 만나기
와슈에 교환학생이 적기 때문에 버디 시스템이 잘 되어있지 않습니다. 버디가 없어 초반에 적응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교환학생별로 1:1 버디가 있기도, 없기도 합니다. 저는 왜인지 없었고, 같이 간 선배도 없었고, 연대 언니는 있었는데 다들 자기가 왜 없는지 자기는 왜 있는지 몰랐습니다. 학교측에서 안내를 해주지 않은 것인지…있다고 해도 큰 도움을 주지는 않습니다. 초반에 단체로 학교와 도시를 구경시켜주는 정도에서 끝이 나고, 1:1버디와는 밥한끼 먹습니다. 고대의 버디시스템을 생각하시면 안될것같습니다.
동아리
학기 초반에 동아리 페어를 해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팜플랫도 많이 받아왔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하고싶은 게 없고 수업과 KISS 소모임, 여행으로만도 바빠서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다들 오픈되어 있으니 페어에 참여하시고 들어가시기를 추천합니다.
세인트루이스 관광
세인트루이스가 대도시이긴 하지만 볼 것은 없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Gateway 아치 외에 볼거리는 크게 없습니다. 카디널스 야구 경기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buddy들이 데려가주는 날이 있으니 그때 같이 가시기를 추천합니다. 저는 여행과 겹쳐 가지 못했습니다.
미국 여행
미국 여행이 익숙하신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저는 미국은 처음이라 여행을 이곳저곳 다녔습니다. 제가 파견되었던 2018-1학기에는 spring break가 길게 있어 저는 그 기간에 추가로 앞뒤로 수업을 조금 빠지고 멕시코까지 여행했습니다. 이 외에도 시카고가 가까워서 버스여행도 경험해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센루에서 왕복하는 미국 국내 비행기가 꽤 비싼 편입니다. 제 기준으로는 델타, 유나이티드 등의 국내선을 이용할 때 최소 왕복 30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spring break같은 때는 모든 학생들이 다 다른 도시로 떠나기 때문에 비행기값이 엄청나게 올라가기 때문에 미리 표를 끊어 두시기를 추천합니다.
기타
-헬스장 시설이 좋고, 학생들에게 무료여서 자주 이용했습니다. 헬스장은 Village와 Milbrook 기숙사 근처에 있습니다.
-아마존 student 계정으로 이용하시면 택배로 이것저것 주문하기 좋습니다. 그런데 반품은 좀 어렵습니다. 미국 택배시스템이 안좋기도 하고, 와슈 택배 반품함에서 도난사건이 꽤 있었습니다.
-초반에 교내를 순환하는 셔틀을 탈 때 시간표를 보기가 좀 힘듭니다. 와슈 앱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100%실시간이 아니라는 점을 유의하시면 초반에 덜 헤맬 것 같습니다.
-학교내에 Mildread Lane(스펠이 정확치 않습니다) 미술관이 있습니다. 피카소 작품도 있고 재밌으니 한 번 가보세요! 저는 여기서 앞서 언급한 미술 수업을 들었습니다.
-1학기에 파견간다면 센루가 꽤나 춥습니다. 1월 도착했을 때는 영하20도였던 기억이 나는데, 4월 한국 갈때쯤에는 날씨가 굉장히 풀려서 반팔티를 사기도 했습니다.
와슈로 고대 첫 파견을 가게 되어 이것저것 좌충우돌했지만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정보가 많이 없기에 필수적인 정보를 최대한 자세히 쓰느라 소소한 생활 내용은 빠진 게 많은데, 이외에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다면 메일
soeon1204@네이버.com으로 연락주시면 최대한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여행하고 즐기기에는 대도시의 학교들보다 조금 불편함이 있지만, 예쁜 캠퍼스 안에서 미국적인 대학생활을 해보기에 만족스러웠습니다. 공부를 열심히하는 학교라 워크로드가 세긴 하지만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도움도 많이 받고 새로운 경험을 하기에 좋은 학교입니다. 좋은 선택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