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글로벌 - 인도] 2008년 수기 모음 -1

2008.09.26 Views 2099 경영대학

2008년도 여름 국제 인턴 수기 
04학번 구현진

 대학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보람찬 방학을 보내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많았던 내게 이번 마지막 여름 방학은 그 어느 때보다 의미 있고 뜻 깊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기억 속엔 일진 파라다이스가 함께하고 있다. (여기서 기업명이 일진 파라다이스가 아니라 마음 편히 머물 수 있었던 곳이었다는 뜻이다)
 처음에 인도로 해외인턴을 간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로부터 걱정이 앞선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리고 정작 인도로 가겠다고 마음먹었던 나 역시 출국일이 다가오면서 서서히 긴장하기 시작했다. 인도라는 낯선 땅에 가서 생전 처음으로 해보는 인턴 업무를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을지, 우리와는 너무나도 이질적인 환경에서 잘 버틸 수 있을지 이런저런 걱정거리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것은 다른 나라 기업들에 비해 함께 가는 사람들이 3명 더 있다는 것이었다. 7월 7일 출국일, 우리 네 명은 공항에서 만나 함께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방콕에서 10시간이 넘는 대기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어느새 그동안 가졌던 긴장감과 부담감이 설렘으로 점차 바뀌어갔다. 이렇게 방콕을 경유해서 드디어 인도사람들이 가득가득한 비행기로 갈아탔다. 왠지 모를 낯선 냄새, 그리고 사람들... 마치 우리 네 명이 딴 세상에서 온 듯 했고 인도 사람들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살짝 겁도 났다. 기내식 음식에서도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약간은 역한 냄새 때문에 거의 손도 대지 못했다. 방콕 공항에서 그나마 가졌던 설레던 기대감이 또 다시 두려움으로 변해가는 것 같았다. 한 달이라는 길지도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시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방콕에서 출발한지 세 시간이 훌쩍 넘어 인도 마드라스 공항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수화물 찾는 것에서부터 공항 시설, 입국 절차 등 모든 것이 허술하고 우리나라 보다 훨씬 뒤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를 마중 나와 계신 김봉규 과장님이 보였다. 인상이 너무 좋고 인자하신 김 과장님을 뵙고 나서야 인도 도착 후 처음으로 마음 편히 웃을 수 있었다. 차를 타고 회사 숙소를 향하는 길은 거의 도떼기시장에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진기한 모습이었다. 차 사이로 끼어드는 소들, 신호도 없는 도로를 마구잡이로 건너는 사람들, 여기저기서 빵빵거리는 소리...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도로 중간 중간에는 공사 진행이 중단된 듯한 곳도 여러 군데 있었고 길이 잘 닦이지 않은 곳을 지날 땐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심하게 덜컹거리고 흔들거렸다. 신기하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했다.
 일진에는 법인장님 이하 총 열 분의 주재원분들이 계신다. 매일아침 6시에 출근을 하셔 보통 밤 10시까지 업무를 보셨다. 인도는 한국과 달리 주 6일 근무에 업무량도 훨씬 많다고 하셨다. 인도라는 먼 땅에서 주야를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시는 주재원분들을 보니 절로 애국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쁜 업무 속에서도 늘 우리들의 인턴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세심히 배려해주셨고 때로는 친구처럼, 삼촌처럼, 아버지처럼 살갑게 대해 주셨다. 가끔씩 가지는 술자리에서 이런저런 좋은 말씀들을 참 많이 해주셨다. 인도 주재원으로 생활하기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늘 웃음을 잃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활하시는 모습들이 아직까지 눈에 선하다.
 우리들의 대부분의 일과는 각 부서별 교육부터 시작하여 거래처 기업방문이었다. HMI를 비롯해 만도, 한일, 화신, 명신 등 여러 업체들을 견학하였다. 그때마다 주재원분들께서 차량 지원을 해주셨고 특히 이 헌영 차장님은 바쁘신 와중에 우리와 동행해주시기도 했다. 우리가 방문했던 업체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HMI (현대자동차)이다. 규모면에서든 기업 시스템 면에서든 대기업다운 모습이 눈에 확 들어왔다. 공장 견학을 할 때 자동차로 이동할 만큼 어마어마한 곳이었다. 그리고 절대 잊을 수 없는 (그 곳에서 우리는 현대리조트라고 불렀다) 現代亭은 정말 대단했다. 정몽구 회장이 이곳을 방문하여 감탄사를 연발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그런 곳이었다. 아름다운 연못이 있었고 멋진 나무들이 있었고 각종 새들 및 가축들이 살고 있는 자연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했다. 인도는 자연 및 환경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도로 하나를 닦더라도 기존에 심어져 있는 나무를 피해 약간 비뚤어진 곳이 있을 정도라고 했다. 이런 인도 분위기에 맞춰 단지 자동차 생산량 증대에만 주력하는 것 보다 훨씬 철저한 현지화 마인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 자동차 견학 및 현대정의 모습)
인턴 기간 중 이틀에 걸쳐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했다. 원래 3일로 계획된 일정에 약간 차질이 생겨 다행인지 불행인지 하루가 줄었다. 공장 일에는 초보 중에 초보라 불량률과 직결되는 작업이 아닌 단순 업무를 하게 되었다. 먼저 조립라인에서 door checker 부품들을 하나로 조립하는 일을 했다. 부품들을 끼워 맞추는 데도 순서가 있었기 때문에 단순 업무라 해서 한눈을 팔수가 없었다. 난생 처음 해 보는 일이라 처음엔 재미있게 했지만 워낙 단순 반복적인 일이라 이내 곧 지루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충격적인 사실은 이런 지루한 일을 8시간 동안이나 하고 인도 현지인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하루에 200루피, 우리 돈으로 5000원이라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앙상하게 뼈만 남은 노동자들의 모습이 더 안쓰럽게 보였다. 우리는 단 이틀 말 그대로 체험으로 끝날 일을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평생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지루하게 여겼던 마음이 부끄러워졌다. 조립라인에서 일을 끝내고 brake disc 기름제거 작업을 했다. 하나에 3kg 정도 되는 이 disc는 기름때가 너무 많이 끼어있으면 불량의 원인이 된다는 설명을 듣고 있는 힘껏 열심히 닦았다. 무게가 나가는 것을 자꾸 들었다 놓았다 하니 절로 땀이 났다. 현지인 노동자들이 간식시간이 되자 모두 한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짜이라는 인도 차를 한 컵씩 손에 들고 수다도 떨면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때, 내 근처에서 일하던 노동자 한명이 짜이 한잔을 챙겨 와서 나에게 건넸다. 정말 고맙고 감사했다. 땀이 나고 목이 타서 차가운 물 생각이 간절했던 그 때였지만 그 친구가 건넨 뜨거운 짜이 한잔의 맛은 너무나도 달콤하고 고소하게 느껴졌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인도 사람에게서 정이라는 것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인도 전통 결혼식에 참석해서 식사하는 모습 & 인도 아이들과)
 인도에 있으면서 여러 주재원들 댁을 방문했다. 이 헌영 차장님, 박재우 대리님, 신영길 대리님, 그리고 일진은 아니지만 다른 업체의 이상한 과장님 댁을 방문해서 주재원분들 및 가족들이 생활하는 모습들을 직접 확인해볼 수 있었다. 모두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계셨고 우리나라와 달리 모두 대리석 바닥으로 된 집이었다. hot-hotter-hottest 라는 세 기후로 나눠질 정도로 무더운 인도 환경특성상 시원한 대리석 바닥이 더위를 식히는 데 한 몫 하는 것 같았다. 주재원분들의 자녀들이 하나같이 영어를 너무 잘해서 많이 놀랐다. 인도식 발음이 약간 믹스되긴 했지만 역시 어릴 때 인도로 와서 유치원, 초등학교 생활을 해서 그런지 영어 습득 능력이 빨리 이뤄진 것 같았다. 부럽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새로운 환경에 적응 하는 게 쉽지 않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괜히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바쁜 업무로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없으셨던 주재원분들의 가정에서의 모습은 정말 가정적이고 다정한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이국땅에서 피어나는 가족애가 더 크게 보이는 듯 했다.
 한 달 남짓 내가 머물었던 인도라는 곳은 누군가 했던 말처럼 20세기와 21세기가 공존하는 나라였다. 우리보다 훨씬 앞선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사회 교과서에서나 봤을 법한 우리나라 60년대 모습을 옮겨놓은 곳도 있었다. 그리고 머무는 내내 가장 마음이 아팠던 빈부의 격차. 거기에 계급이라는 엄격한 선이 존재하기에 선천적으로 선택받지 못한 많은 사람들을 볼 때면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동시에 한국 땅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게 생각했다.
인도를 다녀온 지금, 나는 아직까지 인도가 기회의 땅이라는 말을 절대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몇 가지 부분에 개선만 이뤄진다면 인도의 성장은 무궁무진할 것이라 기대한다. 곧 사회라는 큰 세계에 발을 내디딜 나에게 인도라는 또 다른 세상을 먼저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주신 학교 측에 감사드리며 인도에서 머무는 동안 많이 아껴주시고 챙겨주셨던 황인태 법인장님, 이헌영 차장님, 함인호 과장님, 김봉규 과장님, 강창조 대리님, 박재우 대리님, 신영길 대리님, 김창주 대리님, 이상부 대리님, 그리고 해외 영업으로 단 한번밖에 뵙지 못했지만 첫날 함박웃음으로 맞이해주셨던 방선호 대리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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