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 루마니아] 2008년 수기 모음 -1

2008.09.26 Views 2056 경영대학

 [대우조선해양 - 루마니아] 2008년 수기 모음 -1
경영학과 01학번 권성우
 
KBS신화창조의 비밀 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대우망갈리아 조선소(이하 DMHI)는 생각 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역동적이고 활기 넘치는 곳이었다. 4000여명 이상의 루마니아 현지 근로자들과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 만들어지고 있는 배를 보고 있노라면 인간의 위대함 마저 느끼게 된다. 합작회사의 10%만이 성공한다는 우려를 잠재우고 유럽의 변방인 루마니아에서 한국인의 기상을 드높이는 이곳을 방문할 수 있었던 것이 나에게는 큰 영광이었다.
DMHI에서 인턴사원으로서 내가 맡았던 업무와 하루 일과에 대해 조금 소개를 하고자 한다. 함께 온 4명의 인턴 사원 중에 나는 다른 한 명과 함께 경영 지원 실에 배치 되었다. 당시에는200명 정도의 한국 근로자들이 파견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루마니아 현지에 잘 적응 할 수 있도록 숙박부터 생활에 관련된 많은 부분을 지원하는 것이 주 업무가 되었다. 물론 인턴 사원들이 모든 일을 처리 할 수 없기 때문에 담당자 이셨던 홍용기 대리님 이하 직원 들의 업무를 보조하는 일을 주로 하게 되었다. 하루 일과는 7시에 시작된다. 7시 30분에 각자가 맡고 있는 담당구역을 청소하고 청소 후에는 루마니아 어로 번역된 국민체조 음악을 들으며 체조로 하루 일과를 건강하게 시작한다. 이는 예전에 루마니아 현지화에 성공하게 된 이유로 텔레비전에도 소개 되었던 것인데 직접 체험해 보니 참 좋은 아이디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인 성향이 매우 강한 루마니아 사람들에게 공동체 의식과 주인의식을 심어주는데 큰 공헌을 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나보다 국민체조를 잘하는 금발의 루마니아 직원을 보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청소와 체조를 마치면 이후에는 12시30분까지 오전 사무를 보게 된다. 보통 식사 시간은 12시부터 1시까지 인데 관리직 근무자들은 현장 근무자들이 모두 식사를 하고 난 다음에 식사를 했다. 이를 통해 현장을 중시하고 현장 근무자들을 가장 우선시 하는 회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고 이러한 마음가짐은 앞으로도 꼭 지니고 살아야겠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면 오후 업무가 시작된다. 오후 업무는 7시에 끝나고 이후 회사에서 저녁을 먹고 통근 버스를 통해 회사 숙소로 돌아 갈 수 있었다. 현지에는 다양한 국적의 현장 근로자들이 있어서 이들을 위해 다양한 나라의 음식이 제공되고 있었다. 운이 좋게도 타국 루마니아에서 우리 인턴 사원들도 맛있는 한국음식을 접해 볼 수 있었다. 숙소는 작은 아파트를 빌려 생활 했는데 회사측의 배려로 인해 너무 깨끗하고 쾌적한 곳에 머물 수 있었다. 인턴 사원들에게는 너무 후한 대우를 해주셔서 생활 면에 대한 불편함은 전혀 없었다.


 한 달간의 인턴 생활 중에 기억에 남는 일은 현지어를 공부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흔히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영어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공식 석상에서의 의사소통과 문서는 모두 영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영어는 기본으로 하고 현지어를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업무를 하다보면 현지 직원과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데 영어권 국가가 아닌 경우에는 외국인들끼리 영어로 의사소통 한다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때에는 온갖 바디랭귀지를 동원하거나 상대편의 언어를 배우는 수밖에 없다. 조선업의 경우 현장 근무자들 중에는 영어 구사력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에 공동 작업간에 언어 문제로 인한 어려움을 많이 느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현지어를 배우는 것은 쉽지 않다. 언어의 특성상 배우는데 시간과 비용의 투자가 요구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단한 표현의 현지 어를 배우는 것은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첫째, 현지 어를 배우려는 자세는 현지 직원들에게 다가가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열심히 공부해서 서투른 한국말로 배우려는 의지를 보이는 외국인을 한번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우리의 언어를 배우려 노력한다는 것은 문화를 배우려는 것이고 이러한 자세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않을 사람은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사소통 수준에 집착하지 않고 서로에게 다가가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

둘째, 현지어 학습을 통해 생산 현장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조선업은 대표적인 제조업의 특성을 보인다. 현장직원의 비율이 매우 높고 이들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작업의 질과 양을 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현장 근로자들의 경우 학력수준이 높지 않고 또한 외국어 구사력이 떨어지는 것이 객관적인 사실이다. 이들에게 업무에 필요한 적정수준의 회화를 가르치고 업무에 관련된 전문용어는 영어로 통일하여 부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를 통해 작업간 문제해결이나 작업지시를 함에 있어서 전체적인 효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턴십 마지막날 우리는 명명식 참관의 영광을 얻을 수 있었다. 명명식이란 조선소에서 만들어진 배가 이름을 얻고 바다로 처음 나가는 것을 축하해 주는 행사인데 이를 볼 수 있었던 것은 큰 영광이었다. 행사는 한 달간의 짧고도 아쉬운 인턴 십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나에게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조선소에서의 준비기간을 마치고 대양(大洋)으로 나가는 배와 인턴 십을 마치고 고려대학을 떠나 사회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하려는 내가 매우 비슷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렇듯 소중한 국제경영의 현장을 발로 뛰며 배울 기회를 준 회사와 학교의 모든 관계자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