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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대기업CEO 절대지지, 女2명-30대 4명" 체육회 64개 종목회장 현미경 분석[SC기획]

2021.02.23 Views 751 경영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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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대한체육회장(IOC위원)이 19일 제41대 체육회장 공식임기를 시작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18일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압도적 표차로 당선되며 연임을 확정지었다. 이 회장과 함께 향후 4년 대한민국 체육의 미래를 이끌 대한체육회 산하 68개 종목단체 수장도 대부분 결정됐다. 관리단체로 지정된 철인3종과 LH공사 사장이 당연직 회장을 맡아온 근대5종, 한시적 준가맹단체인 카바디, 서핑 등을 제외한 64개 종목 단체 수장이 결정됐다.

'한결같은 키다리아저씨' 대기업 CEO 절대 지지

64개 단체 중 37개 단체는 단독후보를 추대했고, 27개 단체는 복수 후보가 나서 투표로 회장을 선출했다. 신임 회장이 무려 47명(73.4%)으로 기존 종목단체장이 3분의2 이상 교체됐다. 재선한 회장은 12명(18.8%). 3연임 이상은 단 5명(7.8%)에 불과하다. 이중 4명은 종목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은 '키다리아저씨' 대기업 CEO들이었다. 체육인들의 지지는 절대적이었다. 소위 '최순실 사건' 이후 대기업의 스포츠계 투자가 눈에 띄게 위축된 가운데 한결같은 진심과 뚝심을 보여준 대기업 수장들의 가치에 대한 인정이다.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51·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005년 첫 수장에 취임한 후 양궁인들의 절대적 신뢰 속에 5회 연속 회장으로 추대됐다. 사이클 애호가로 이름높은 구자열 대한자전거연맹회장(68·LS그룹 회장) 역시 4연임에 성공했다. 아마추어 스포츠 사랑을 실천해온 최태원 대한핸드볼협회장(61·SK그룹 회장)도 2008년 12월 첫 수장에 오른 후 3연임이다. 대한축구협회 수장 정몽규 회장(59·HDC그룹 회장) 역시 압도적 지지 속에 3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종목 사유화를 막기 위한 '3연임 불가' 규정도 재정 지원, 국제대회 성적, 국제 스포츠 외교력 등 종목 기여도가 확실한 '회장님'들에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3연임 이상을 기록한 대기업 CEO 4명 모두 고려대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구자열, 정몽규, 정의선 회장이 고려대 경영학과, 최태원 회장이 고려대 물리학과 출신이다.

1985년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이후 1995년부터 포스코건설이 줄곧 회장사를 맡아온 대한체조협회는 한성희 사장(60)이 단독출마, 재선됐다. 박동기 대한스키협회장(64·롯데월드 고문), 임대기 대한육상연맹회장(65·제일기획 고문), 김은수 대한사격연맹 회장(59·한화 갤러리아 대표)도 모두 회장사 후보로 단독출마해 당선됐다. 또 이상현 대한하키협회장(44·㈜태인 대표)은 외조부 고 구태회 전 대한역도연맹회장(LS전선 명예회장), 부친 이인정 전 대한산악연맹회장(76·3연임)에 이어 3대가 회원종목 단체장직을 이어가는 최초의 기록을 쓰게 됐다. 권혁운 대한민국농구협회장(71·IS동서 회장)은 기업인 출신으로 17년만에 당선돼 농구인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국회의원 출신 후보들 잇단 고배

선거 결과, 체육계 내 정치인, 국회의원 출신 후보들의 인기 하향세는 뚜렷했다. 체육에 대한 진정성보다 체육을 발판 삼으려는 구태의연, 일부 정치인들에 대한 반감과 불신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제41회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이기흥 회장에 맞섰던 한나라당 출신 유준상 전 의원(79·4선)은 대한요트협회장 선거에서 낙선하며 연임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전 의원(57·3선)은 대한레슬링협회장 선거에서 조해상 해마로 대표(56)에게 패했다. 김중로 미래통합당 전 의원(71) 역시 대한컬링연맹 회장 선거에서 김용빈 전 카누연맹회장(49)에게 최다득표를 내주며 낙선했다. 레슬링, 컬링 종목 모두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무효를 발표하는 내홍속에 아직 인준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편 박보환 전 새누리당 의원(65)은 치열한 3파전을 뚫고 대한당구연맹 제2대 회장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여성회장 단 2명뿐, 30대 젊은 회장님은 4명

선거 절차를 진행한 64개 회원단체 회장 당선인 중 여성은 박지은 대한루지경기연맹회장(44·대구과학대 부총장)과 허태숙 대한스쿼시협회장(54·㈜청담아시아 대표이사) 등 단 2명뿐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권고한 여성 임원 쿼터 30%에 턱없이 못미치는 수치. 남성 중심적 한국 체육계의 한계는 여전했다. 그러나 박 회장과 허 회장, 모두 구성원들의 압도적 지지에 힘입어 단독후보, 연임에 성공하며 여성 리더의 능력을 입증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64명의 당선자 중 최고령 당선자는 1942년생, '만79세' 정해선 대한게이트볼협회장, 최연소 당선자는 1985년생, '만36세' 오주영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이다. 3040 청년 회장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30대는 최연소 오주영 회장을 비롯 유승민(38·탁구), 윤정무(37·복싱), 오준혁(37·주짓수) 회장 등 총 4명(6.3%). 40대는 박지은(44·루지) 김용빈(49·컬링) 이상현(44·하키) 강민주(49·카라데) 김종민(41·킥복싱) 강성민(45·크라쉬) 회장 등 총 6명(9.4%)이다.

역시 5060세대가 64명의 당선인 중 43명(67.2%)으로 절대 다수였다. '1970년생'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 '1962년생'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등 50대 수장이 21명(32.8%), '1960년생' 최태원 대한핸드볼협회장 등 60대가 23명(35.9%)으로 가장 많았다. 70대 회장은 10명(15.6%)이다. 70대 '노익장' 회장님은 바둑, 골프, 승마, 게이트볼, 그라운드골프, 씨름 등 시니어 동호인, 팬들이 많은 종목에 집중됐다.

메달리스트, 선수 출신 회장님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 '월드클래스' 체육인 수장도 2명 배출됐다. 체육계 청년 리더 대표격인 '아테네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 유승민 IOC위원(39)이 단독후보로 대한탁구협회장 재선에 성공했고, LA, 서울올림픽 남자유도 헤비급 동메달, 1985년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레전드' 조용철 용인대 교수(60)도 대한유도회장에 단독 출마해 당선됐다.

연임에 성공한 오한남 대한민국배구협회장(69)은 대신고-명지대를 거쳐 실업 및 국가대표로 활약한 선수 출신 사업가다. 또 대한럭비협회장에 당선된 최윤 OK금융그룹 회장(58)은 일본 나고야 출신 재일동포 3세로 일본에서 학창시절 럭비선수로 활약한 바 있다. 정창훈 대한수영연맹 신임회장(57·전 경기도수영연맹 회장)과 정인선 대한소프트테니스 신임회장(61·서울아이미성형외과 원장) 역시 학창 시절 전문선수 출신이다.

총리 동생, 치킨 CEO, 강호동 스승… 이색 회장님

이 밖에 정세균 국무총리의 동생인 정희균 전 전북테니스협회장(54)은 테니스 선수출신 주원홍 전 회장, 곽용운 전 회장 등을 제치고 52.9% 과반 이상을 득표하며 당선돼 화제가 됐다. '천하장사' 이만기, 강호동의 '호랑이 선생님'으로 유명한 황경수 상임부회장(74)도 씨름인들의 압도적 지지속에 '직무대행'을 떼고 정식 대한씨름협회장에 당선됐다. '장미란 스승' 최성용 대한역도연맹 회장은 선수, 지도자 출신으로 유일하게 3선에 성공했다.

'치킨 CEO'의 당선도 화제다. 대한레슬링협회장 선거에서 최다득표한 조해상 해마로 대표는 부어치킨을 운영하고 있다. 대한수영연맹 선거에 출마한 소진세 교촌에프앤비(교촌치킨) 대표이사(70)가 고배를 마셨지만, 윤홍근 제너시스BBQ그룹 회장(66)은 관리단체 해제를 염원하는 빙상인들의 지지 속에 대한빙상연맹 회장에 단독후보로 당선됐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