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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삼성 준법위 조언했던 이한상 교수 "준법위 권한과 책임 강화해야"

2021.02.08 Views 829 홍보실

※제목을 클릭하시면 온라인 기사 원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거론하는데, 그들이 원하는 바를 달성하는 첩경(捷徑)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의 권한 강화입니다. 준법위 위원이 관계사의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권한과 책임을 가져야 재판부가 낙제점을 준 숙제를 풀 수 있습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달 27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교수연구실에서 진행한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달 18일 이 부회장이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던 날,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방향성을 담은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려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선고 일주일 전인 11일 준법위에 위원들의 요청으로 초청 강연에 나서기도 했다. 준법위는 사법부의 제안에 따라 1년 전 조직된 위원회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가 지난달 27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교수연구실에서 조선비즈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말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 이후 삼성그룹의 다음 과제는 이 부회장 사면이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의 14조 취업제한 규정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022년 7월 만기 출소를 하더라도 5년 동안 삼성전자에 재직할 수 없다. 이를 막을 방법으로 이 부회장이 사면된 이후 법무부 심의위원회의 취업 승인을 받는 것이 거론된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사면에 준법위의 활동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옥중에 있는 동안 준법위가 재판부의 지적을 얼마나 해결하는지에 따라 이 부회장의 사면은 물론 삼성의 향후 경영 방향이 달라질 전망이다. 이 부회장도 첫 옥중 메시지에서 "준법위를 계속 지원한다는 다짐과 함께 앞으로도 계속 본연의 역할을 다해 주시라고 간곡하게 부탁한다"며 준법위에 힘을 실어줬다.

이 교수는 "법리적으로는 준법위 활동이 이 부회장의 사면에 영향을 미치면 안 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면서 "준법위가 삼성 지배구조의 ‘레드 팀(약점을 공격해 개선 방안을 찾아내는 역할을 부여받은 팀)’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정준영 부장판사의 판결을 예상했나.

"치유적 사법을 근거로 정준영 판사가 준법위 설치를 주문했다. 개인 범죄의 치유적 사법 수단으로 피해대상인 기업의 반성을 주문한 것이 어색했다. 이 사건은 개인이 경영권 세습을 위해 법인의 돈을 횡령해서 뇌물로 제공한 사건이고, 법인은 피해대상이었을 뿐이다. 애초에 다른 맥락의 숙제를 추가로 요구하면서 감형의 기회를 주는 것이 성립하지 않았다. 정준영 판사가 희망 고문을 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준법위가 이 부회장의 사면에도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을까.

"법리적으로 준법위의 활동이 이 부회장의 사면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다만 현실 세계의 요구와 사면 결정권자의 논리는 당위성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아니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준법위 활동의 성과가 사면 요구의 근거로 작용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준법위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 부회장이 4세 승계를 안 하겠다고 선언했으니 이를 구체화하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도출하는 것이다. 이전에 승계와 관련된 모든 불법 요소를 찾아서 재발 방지책을 제시해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구조조정본부(구조본)-미래전략실(미전실)-사업지원태스크포스(TF)로 이어졌던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다. 준법위가 제대로 숙제를 하려면 일단 사업지원TF의 기능과 권한, 역할을 투명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후 이사회가 이 조직을 통제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업지원TF는 삼성그룹 계열사의 업무 조정을 담당하는 그룹 컨트롤타워다. 최순실 뇌물 공여 사건 개입으로 해체된 미전실의 대안체인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의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되면서 위법 행위의 온상으로 지목됐다.

사업지원TF의 혁신이 필요한 이유는.

"현재 이 부회장과 사업지원TF 사이에는 ‘주인-대리인’ 문제가 있다. 이는 현재 주인인 이 부회장과 대리인인 사업지원TF의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는 의미와도 같다. 사업지원TF는 삼성 경영권 승계 문제의 머리이자 몸통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부회장이 대국민 선언대로 경영권 승계를 고집하지 않으면 이들의 존재 이유는 사라진다. 사업지원TF 소속 인사들의 인사·경제적 이익은 기존 체제가 유지돼야 실현되는 것이다. 그러니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유인이 없는 조직이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지난달 26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6층 임원대회의실에서 삼성전자 등 7개 협약사 최고경영진 간담회를 열고 계열사별 준법경영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제공

외부감시기구인 준법위가 삼성지원TF를 들여다볼 권한이 충분할까.

"준법위는 현재 삼성그룹 7개 관계사와 자율적 업무협약을 맺은 정도의 권한만 갖고 있다. 준법위 위원들이 법적인 근거를 지니려면 삼성그룹 개별 회사의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이 되고 나서, 각 계열사 이사회 하부조직으로 준법위를 만들어 위원장을 겸임하는 정도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단순 자문기구는 힘이 없다. 집행 기능까지 맡아 책임을 져야 실효성이 강화된다. 준법위가 여론을 등에 업고 사업지원TF를 비롯한 기존 체제에 대한 ‘레드 팀’으로 활약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혹시 모를 불법적 경영권 승계 시도를 찾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권한 강화가 현실성이 있을까.

"실제 준법위를 비롯해 삼성 그룹 일부에서 나의 제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들었다. 그러나 개별 회사 이사회에서는 현 준법위의 존재도 ‘옥상옥’이라는 생각에 이들의 권한 강화를 꺼린다고 한다. 준법위 위원들 자신도 이해관계 상충 문제로 소극적이다. 사외이사가 되면 삼성을 견제하는 독립적인 역할을 맡지 않고 한편이 된다고 오해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는 사전에 예견 가능한 요소이기 때문에 충분히 방지책을 만들 수 있다. 사외이사로서 주주의 이익 대변과 회사 감시 역할 가운데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후자를 택하겠다고 사전에 계약서를 쓰고 면책특권을 받으면 된다."

이 부회장의 역할은 무엇일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지키려면 최종적으로는 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목표로 둬야 한다. 이 지점부터는 이 부회장의 결단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기업 지배구조를 SK그룹처럼 지주사와 사업회사 형태로 정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경우 문제가 되는 금융 계열사는 별도로 금융지주사를 만들고 독립하는 방법도 여러 전문가가 추천하고 있다.

이후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부회장은 지주사 이사회의 의장을, 사업지원TF는 이사회 사무국으로 발전적으로 개편하는 것이 방법이다. 현재와 같이 사업지원TF가 삼성그룹의 주요 사항을 밀실에서 ‘깜깜이’식으로 결정하는 체제가 아니라 이사회에서 공식적으로 투명하게 통제받는 체제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이러한 체제 개편을 받아들일까.

"회사 설립 초기에는 오너가(家)가 경영을 주도하는 방식이 적합할 수 있지만, 안정 단계에선 오히려 이사회를 중심으로 회사를 관리하는 방식이 효율적일 수 있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도 한창 잘나갈 나이인데도 앤디 제시에게 경영을 맡기고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난다고 한다. 현재 이 부회장의 역할도 사업회사 경영보다는 그룹의 성과를 감시하고 굵직한 투자안을 승인하는 역할이 크다. 혹자는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나면 인사권을 행할 수 없어 실질 지배력이 없어진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사회 의장도 충분히 주요 보직의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자신이 가진 명예와 부, 사회적 영향력을 후대에 물려주고 싶은 것은 인간의 당연한 심리라고 봤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또한 사업회사의 경영권 승계보다는 향후 이사회 의장직을 잇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투자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사업회사 경영진은 능력과 책임이 먼저 뒷받침돼야 하므로 후대에 세습하는 방식은 문제를 야기한다"면서 "반면 이사회 의장직은 기업 문화의 유산을 지키는 수준에서 감독자 역할을 수행하는 자리로, 오너가가 맡는 것에 투자자들도 상대적으로 관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한국의 자본주의 체제가 발전하려면 물적 토대인 주식회사 제도가 제대로 기능을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고루 이익을 

 

공유하는 자본시장 구조 또한 발달한다. 삼성이 세계적인 회사가 돼서 자랑스럽다. 하지만 삼성의 경영 방식이 우리나라 경영의 표준이라는 점에서 그간 경영권 승계과정의 불법적 요소들이 다른 회사에도 악영향을 준 것 같아 안타깝다. 이제라도 삼성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재계의 모범이 돼야 대한민국 자본주의에 미래가 있다고 본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