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ugal] Catholic University of Portugal 17-2 문옥훈

안녕하세요! 2017학년도 2학기에 포르투갈 리스본의 CLSBE(이하 '카톨리카')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15학번 문옥훈입니다. 제 수기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가 될 것 같습니다. 하나는 교환학생을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 중인 분들께 카톨리카를 소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카톨리카로의 파견이 결정된 분들께 실질적인 정보를 드리는 것입니다. 제 수기가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카톨리카를 고민하는 분들께
여러분은 왜 교환학생을 떠나기로 선택하셨나요? 자신의 어떤 모습을 상상하고 계신가요? 학교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이 교환학생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그 기준이 있어야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길을 잃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의 경우엔, '새로운 경험들을 통해 내적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굉장히 막연한 이유를 가지고 교환학생을 선택했습니다. '어떤 특정한 학교에서 특정한 활동을 해야겠다'는 식의 욕심이 없었기 때문에 나라와 학교를 선택할 때에도 치밀하게 따지기보다는 '마음이 가는' 곳을 고르기로 했었습니다.
포르투갈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건 당시 리스본으로 교환학생을 가 있던 친구를 통해서였습니다. 솔직히 그 친구가 아니었다면 포르투갈을 생각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저를 포함한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포르투갈은 정말 생소한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특이하게도 그 점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왜 이 나라는 이렇게 낯설지?'하는 호기심이 저를 자극시켰던 것 같습니다. 포르투갈이라는 선택지를 알게 되고는 선배님들의 수기를 모두 읽어보았습니다. 그러다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는데, 포르투갈로 다녀온 선배님들의 수기에서 다른 후기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무언가가 '공통적으로 일관되게'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진정으로 행복한 교환학생을 하고 돌아오셨다는 느낌과, 가식 없이 진심으로 포르투갈을 추천하고 있다는 느낌.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임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만큼은 그렇게 느껴졌고,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포르투갈에 마음을 빼앗긴 채로 포르투갈이란 나라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한때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갖고 있던 세계 최강의 해양제국이었지만 브라질의 독립 이후 침체를 거듭하고 'PIGS'의 첫 글자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나라. 최근에는 관광산업과 IT산업을 바탕으로 다시 활력을 찾고 있는 평화로운 나라. 1230km에 이르는 해안으로 대서양을 마주하는 유럽의 휴양지. 일년 내내 서핑이 가능한, 유럽에서 가장 날씨가 좋은 나라. 소심하면서도 정 많은 사람들의 나라. 에그타르트의 원조... 다른 '잘 나가는' 유럽 나라들처럼 눈에 띄는 특징은 없어 보였지만, 그럼에도 저는 포르투갈에 점점 끌리게 되었습니다. 면접에서도 어떤 이유로 포르투갈을 골랐냐는 질문이 나왔을 때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 프랑스를 선택했다거나, 복지국가의 선진적인 시스템을 경험해보고 싶어 북유럽을 선택했다는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저는 대책 없이 포르투갈을 골랐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제가 경험했던 리스본은 교환학생을 하기에 참 좋은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성격과 감성에도 정말 어울리는 곳이라 더더욱 좋았습니다. 리스본은 한 나라의 수도 치고는 무척 작은 도시입니다. 인구도 얼마 되지 않아 거리가 붐비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사람들은 걱정스러울 정도로 느긋하면서, 외국인들에게 친절하고 상냥합니다. 길거리는 노란 색을 비롯해 이런 저런 파스텔 톤의 낮은 건물들로 가득하고, 정말 가까운 거리에 공원과 강과 바다가 있습니다. 거의 매일 파란 하늘은 집돌이 집순이들도 외출을 하고 싶게 만들고, 작렬하듯 뜨거운 태양은 짜증스럽기는 커녕 에너지를 마구 충전해 주었습니다. 리스본에 있는 그 어떤 것도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면서 따뜻하고, 정겹고, 편안합니다. 복잡한 행정 절차도 많이 없고, 교통도 매우 편리하며, 교환학생들만을 위해 준비된 행사들도 무궁무진합니다. 사실 제가 원했던 '내적 성장'은 어느 나라를 선택하든 제가 적극적으로 도전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리스본을 선택했던 덕에 저는 그것과 더불어서 여유와 행복까지 가득 안고 돌아왔습니다.
2. 카톨리카로 결정된 분들께
(1) 출국 전
- 비자 발급(+ 보험 + 항공권)
포르투갈 대사관 홈페이지에 학생 비자 발급을 위해 필요한 서류가 안내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대사관에서 그 이외의 추가 서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으니 꼭 서류 준비에 들어가기 전에 대사관으로 직접 전화를 한 번 걸어보시기 바랍니다. 저의 경우에도 인터넷만 참고해서 준비했다가 대사관에 방문했을 때 몇 가지를 더 요구받아서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필요 서류 중에 보험 증서가 있으므로 이 때 보험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제가 알아봤던 바로는 보험도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는데, 대충 비교해 보니 전반적인 보장내역은 비슷하지만 '사망 시 보장금' 등 구체적인 액수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 본인에게 필요한 것으로 선택하면 될 것 같습니다. 가장 골치아팠던 건 항공권이었습니다. 대사관에서는 포르투갈로 들어가고 포르투갈에서 나오는 왕복 항공권을 요구했는데, 덕분에 언제 들어갈지와 동시에 언제 리스본에서 나올지까지도 미리 결정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꼭 '한국 출발, 한국 도착'일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비자 발급 시에도 필요하고 늦어질수록 가격이 높아질 수 있으니 항공권은 가능한 일찍 준비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 수강 신청
카톨리카에서 메일로 수강신청에 관한 안내를 해 줍니다. 다른 교환교에 비해 수강신청 안내 메일을 늦게 보내주는 것 같지만, 걱정하지 말고 안내 메일을 기다리시면 될 것 같습니다. 카톨리카에서 제공해주는 계정으로 수강신청 사이트에서 정해진 날짜에 수강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수강신청을 위해 피시방에 갈 필요까지는 없는 것 같습니다. 고대처럼 미리 창을 다 띄워놓고 버튼만 클릭하면 되는 방식이 아니라 사이트가 열린 이후에 하나하나 검색해서 신청하는 방식이었습니다. 0.1초를 다툴 만한 시스템이 아닌 듯합니다. 개강 이후에 한 번의 정정 기회가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집 구하기
카톨리카를 선택하신 분들에게 아마 가장 어려운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정해진 기숙사가 없어서 모든 학생들이 스스로 살 집을 구해야 합니다. 기숙사가 없다는 것은 다른 학교들과의 큰 차이점 중 하나입니다. 학교 선택에 참고하셔야 할 것입니다. 집을 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확실한 것은 '일찍 구할수록 좋은 집을 구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당연한 말이긴 하지만 좋은 위치, 좋은 가격, 좋은 컨디션의 집은 꽤 금방 나가버립니다. 귀찮다고 계속 미뤄두면 나중에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됩니다.
i. Uniplaces.com 이용
가장 활발하게 홍보하고 이용하기가 편리하다는 점 때문에 많은 교환학생들이 선택하는 방법입니다. 에어비앤비처럼 거주 기간과 가격대를 설정하는 '필터링 기능'이 있고, 지도 위에 매물이 표시되어 검색이 매우 편리합니다. 페이스북 등에서 중개수수료 할인 코드를 많이 배포하니 꼭 이용해서 할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계약이 일방적으로 파기되거나 집주인과의 미스커뮤니케이션으로 갈등이 생기는 등 크고 작은 문제가 꽤 많이 발생합니다. 이용이 편리하고 매물이 가장 많아 어쩔 수 없이 이용하지만 신뢰받지는 못하는 '애증의 서비스'인 것 같습니다.
ii. ELL 등 단체의 페이스북 페이지 이용
카톨리카로 파견이 확정되시면 페이스북에서 'lisboa', 'catolica', 'erasmus'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셔서 여러 단체 그룹에 가입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교환학생과 관련된 이런 저런 정보들이 올라오고는 하는데, 부동산 정보도 있습니다. 이 단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매물이 올라오는데, 수가 많지는 않지만 가끔 괜찮은 매물이 올라왔습니다. 이 단체들과는 페메 등으로 소통하기가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iii. 카톨리카에서 알려주는 여러 사이트 이용
카톨리카에서도 도움을 주려고 하기는 합니다. 메일로 이런 저런 사이트 링크가 포함된 PDF를 하나 보내주고, 엑셀 파일도 보내줍니다. 하지만 깊게 들여다보시면 결국 같은 내용이라는 걸 아실 수 있습니다. 괜찮은 집들이 꽤 있었는데, 아무래도 모든 학생들에게 일제히 제공되는 정보이다 보니 좋은 매물은 정말 빠르게 나가버린다고 합니다. 서두르셔야 합니다.
iiii. ELL 등 단체 사무실 방문하여 도움 요청
리스본에 도착할 때까지도 집을 구하지 못했다면 다음 세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언어도 통하지 않고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할 때 ELL 등 단체 사무실(Baixa나 Liberdade 거리 등 시내에 위치)에 찾아가면 물심양면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단체들은 교환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비영리단체입니다. 좋은 매물이 많은 것 같진 않았지만, 영어가 잘 통하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습니다.
iiiii. 현지 부동산 거래 사이트 이용
이 방법은 '현지인들이 하듯이' 본인의 힘으로 직접 방을 구하는 방법입니다. 'idealista.pt' 'bquarto.pt' 'olx.pt' 등의 부동산 거래 사이트를 통해 매물을 확인하고 집주인과 직접 계약을 진행합니다. 구글 사이트 번역을 이용하면 이해하는 데 큰 문제는 없지만, 앞서 말씀드린 Uniplace.com등과 비교하면 정말 열악한 인터페이스를 갖고 있습니다. 인터넷 상으로 사진과 위치, 가격 등을 확인하시고 맘에 드는 방이 있다면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 '집을 보는' 약속을 잡습니다. 그리고 직접 찾아가 집 상태를 확인한 후에 결정하는 것입니다. 제가 방문해 보았던 집의 주인들은 모두 친절했고, 계약을 하지 않는다고 결코 불편하게 대하지 않았습니다. 이 방법의 장점은 직접 눈으로 보고 결정할 수 있다는 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있겠습니다. 저는 이 방법을 이용했었습니다.
iiiiii. 카톨리카에 도움 요청
그런 일은 없어야 겠지만, 개강까지도 방을 구하지 못하셨다면 카톨리카에 알려야 합니다. 카톨리카 국제처에서 책임지고(?) 도와드릴 것입니다.
리스본 교환학생들은 대부분 '플랫'이라는 곳에서 거주하게 됩니다. 4~7명이 화장실과 주방, 거실 등을 공유하면서 각자의 침실을 쓰는 구조입니다. 한 집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것이 우리에게 익숙하지는 않은데, 장점과 단점이 모두 존재합니다. 외국인 친구들과 살을 맞대며(?) 어울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만큼 잘 활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플랫메이트들과 더 많이 친해지고 싶다면 사람이 많고, 공용거실이 있고, 거주자들이 교환학생들인 플랫을 구하시면 될 것입니다. 방해받지 않고 조용히 지내고 싶으시다면 그 반대인 집을 구하시는 게 좋습니다. 위치는 아무래도 교통이 편리한 곳이 가장 좋습니다. 리스본이 워낙 작은 도시인 만큼 어디에서 살던 큰 문제는 없지만, 근처에 지하철이나 버스가 있다면 생활이 훨씬 편리해집니다. 학교는 Cidade Universitaria 역과 Laranjeiras 역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고, 모든 생활의 중심이 되는 시내는 Baixa-Chiado 역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학교와 시내의 중간 즈음에 위치한, 지하철역과 가까운 곳에 있는 플랫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Saldanha역 근처에서 살았습니다. 구글맵의 스트리트 뷰로 동네 분위기를 미리 느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리스본의 대부분의 집들은 낡고 오래됐습니다. 기준을 너무 높게 잡으면 맘에 드는 집을 찾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 리모델링이 잘 되었거나 아예 신축인 집이 있기도 하니, 꼼꼼히 비교해보시고 좋은 선택을 하시기 바랍니다. 플랫 월세는 매년 급속하게 상승해서 요즈음은 300유로에서 400유로 사이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 짐 싸기
리스본에서 무엇을 구할 수 있고 무엇은 구할 수 없는지 알면 짐싸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리스본에서 구하지 못할 물건은 거의 없습니다. 다른 유럽 국가들처럼 '한인 마트'는 없지만, 그래도 중국인 마트에서 웬만한 양념과 식료품을 모두 구할 수 있습니다. 옷도 저렴하고 좋은 브랜드가 많고, 필수적인 생활용품도 마트와 쇼핑몰에서 대부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한국에서 준비해 오기를 추천드리는 물건은 전기밥솥과 전기장판, 바리깡, 욕실슬리퍼, 블루투스 스피커, 감기약을 비롯한 약 종류, 나중에 친구들에게 줄 한국산 선물 등이 있겠습니다. 아무래도 캐리어 용량이 허락한다면 한국에서 기존에 쓰던 이런 저런 물건들을 들고 오는 것이 예산을 절약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짐은 출국 3일 전 즈음에는 캐리어에 담기 시작해서, 남은 시간 동안 생각나는 것들을 넣거나 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2) 리스본 도착 이후
- 시내(집) 들어가기
리스본에는 반듯한 아스팔트가 아닌 울퉁불퉁한 모자이크와 타일로 된 도로가 많고,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많은 언덕의 도시입니다. 지하철이 공항까지 연결되어 있지만 캐리어가 있다면 택시 이용을 추천드립니다. 리스본은 우버가 잘 되어 있는 편이고, 일반 택시 요금도 그렇게 비싸지 않습니다.
- 교통권 발급하기
관광객들은 Zapping이라고 해서 우리나라 티머니처럼 돈을 넣어 놓고 쓰는 것과 1일 이용권을 많이 사용합니다. 하지만 교환학생처럼 오래 머무는 사람들에게는 한 달 이용권 'Lisboa Viva'카드가 더 유리합니다. 사진과 여권을 들고 Pombal 역이나 Saldanha 역의 사무실에 찾아가 카드를 만들면, 한 달에 26유로 정도로 지하철과 트램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추가로, 만 23세 이하이신 분들은 더 할인된 가격으로 할 수 있는데, 학교에서 추가로 서류를 받아가야 합니다. 미리 카톨리카에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 유심칩 개통하기
MEO와 NOS, 그리고 VODAFONE이 포르투갈의 3대 통신사입니다. 하지만 교환학생들은 대부분 학교나 교환학생 단체에서 제공하는 유심칩에 돈을 충전하여 이용합니다. 저는 WTF이라는 브랜드를 이용했습니다. 가끔 엄청난 프로모션이 있기도 하니, 정보에 귀를 열어두고 계신다면 돈을 절약할 수 있으실 것입니다.
- 필요한 물건 사기/장보기
리스본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소매점은 Pingo Doce와 Continente입니다. 그 외에도 Jumbo, Mini Preco, Lidl 등이 있습니다. 외식을 자주 하기 어려운 만큼 마트에서 장을 볼 일이 많습니다. 집 가까이에 마트가 있으면 많이 편리합니다. 포르투갈 마트들은 PB상품이 꽤나 강력합니다. 다른 브랜드 제품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질이 꽤 좋아 많이 이용하게 됩니다. 포르투갈은 야채도, 과일도, 고기도, 과자도, 술도, 물도, 우유도, 치즈도 모두 너무 저렴해서 초반에는 장을 보러 갈 때마다 기분이 좋을 것입니다. 제가 아는 한 가장 규모가 큰 대형마트는 Colombo라는 쇼핑몰 안에 있는 Continente입니다. 리스본 시내에 유일한 백화점은 El Corte Ingles입니다. 문구류는 Continente의 계열사(?) 인 Note! 를 검색하셔서 찾아가면 구하실 수 있고, 동네 구석구석에 Papelaria(문구점)가 있습니다. 옷이나 신발 등의 쇼핑은 Colombo, Dolce Vita 등의 쇼핑몰이나 Baixa 시내의 매장, Freeport 등의 아울렛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한식 식재료나 조리도구 등은 Martim Moniz 역 주변의 중국인 마트를 이용하시면 되고, 스포츠 관련 용품은 Decathlon이 매우 저렴하고, 전자기기는 주로 Fnac이라는 매장에 많이 있고, 서점은 Baixa에 있는 Bertrand가 가장 규모가 큽니다.
(3) 포르투갈에서의 생활
- 술과 음식
리스본 젊은이들은 술을 꽤 좋아합니다. 게다가 유럽 각지에서 여행객들과 교환학생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바와 클럽이 있는 Bairro Alto, Cais do Sodre 쪽은 언제나 활기가 넘칩니다. Bairro에는 바가 많고, Cais do Sodre 쪽에는 클럽이 많습니다. 맥주나 샹그리아, 까이삐링야 등을 테이크아웃 잔에 받아 길거리에서 마시며 사람들과 떠들기도 하고, 음악이 좋은 바에 찾아가 칵테일이나 샷을 먹기도 하고, 조금 술이 오르고는 늦은 밤에 클럽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합니다. 우리처럼 안주가 다채로운 것도 아니고, 매번 코스도 비슷해 지루해질 수도 있지만 가끔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는 부족함이 없겠습니다. 외식은 아무래도 자주 하기에는 부담스럽습니다. 괜찮은 음식을 먹고 맥주까지 곁들이면 15~20유로가 깨집니다. 하지만 아무리 비싸도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서는 훨씬 싼 편이라고는 합니다. 다양한 Bacalhau 요리, Sardinha 구이, 문어밥이나 문어 구이, Picanha 스테이크 등은 꼭 드셔보세요.
- 교환학생을 위한 행사
리스본은 교환학생 단체의 활동이 활발하기로 정말 유명합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단체는 우리의 KUBA나 KUBS BUDDY처럼 학교 안에서 운영되는 단체가 아니라 리스본 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단체입니다. 카톨리카에도 International Club이 있지만, 버디 프로그램과 개강 첫 주의 Welcome Week 행사가 끝나면 존재감이 사라집니다. 버디 프로그램은 메일을 통해 수요 조사를 하는데, 저는 버디가 매칭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연락이 닿지 않아 버디 없는 한 학기를 보내야 했습니다. Welcome Week 행사는 약 1주일 간 Welcome Dinner, Beach Day, Walking Tour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대부분의 교환학생이 참여하기 때문에 꼭 최대한 많이 참여해서 친구들의 얼굴을 익히시길 바랍니다. 리스본 전체 대상의 단체로는 ELL과 TIAB, ESN 세 단체가 있습니다. 카톨리카 Welcome Day에 각 단체에서 회원을 모집합니다. 10~20 유로를 내고 회원 카드를 만들 수 있는데, 이 카드가 있어야 각 단체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할 수 있고 헬스장 등 할인 혜택도 얻을 수 있습니다. 친구들과 협의해서 하나를 고르시면 될 것입니다. 저는 ELL을 선택했는데, 매 달 캘린더가 꽉 차 있을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단체였습니다. 물론 모든 행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ELL 주최의 행사에서 많은 추억을 쌓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나 쯤은 만들어 보시고 행사에도 나가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 문화생활
리스본에도 즐기고 체험해 볼만한 문화 생활이 꽤 많습니다. Benfica와 Sporting의 축구 경기도 꽤 자주 있고, 포르투갈 전통 소싸움도 있고, Bairro와 Alfama에는 포르투갈 전통 음악인 Fado를 감상할 수 있는 곳도 많습니다. Rossio나 Luis de Camoes 광장, 여러 전망대, 테주강변에서는 항상 거리연주자들이 음악을 들려줍니다. 와인 바에서 포트와인을 비롯해 포르투갈의 여러 와인을 체험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입니다. 영화관도 시설이 꽤나 괜찮고, Colombo에는 볼링장도 있으며, 시내 곳곳에 다양한 종류의 카지노도 있습니다. LX Factory나 도둑시장 등의 벼룩시장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저는 가보지 못헀지만 시내에서 조금만 가면 Laser Tag나 Paint Ball도 할 수 있고, 서핑 수업도 ELL 등의 단체를 통해 매 주 있습니다. 교환학생을 하면서 제일 아쉬웠던 게 뭐냐고 하면 바로 '서핑을 해 보지 못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저처럼 미루지 마시고 꼭 서핑에 일찌감치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 여가생활
사실 리스본에서의 여가생활에는 딱히 특별할 것은 없습니다. 그저 '여유를 부리는' 것이 리스본에서의 여가생활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즐겼던 여가생활은 Gulbenkian 공원에서 오리 구경하기, 학교 근처의 Casa do Lago 카페에서 햇빛 맞으며 커피 마시기, Tejo 강변에서 석양 감상하기, 여러 전망대에서 야경 즐기며 맥주 마시기, 헬스장 가기, 여유롭게 장 봐서 요리하기 등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리스본은 날씨가 너무도 좋고, 겨울에 해도 긴 덕분에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기가 참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어떤 파티나 수업, 여행보다도 평소에 시간이 남을 때마다 밖으로 나가서 했던 산책이 제 교환학생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생각합니다. 귀찮더라도 최대한 밖으로 많이 나가시고, 혼자 있기보다는 친구들을 불러 함께 좋은 시간 보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학교생활
카톨리카는 법과대학, 상경대학, 인문대학 등이 함께 있는 나름의 종합대학입니다. 하지만 캠퍼스의 크기는 고대와 비교할 수 없게 작습니다. 경영대학은 하나의 건물을 사용하는데, 카톨리카의 건물들 중 가장 크고 웅장하며 현대적이라 타과생들의 부러움을 사고는 했습니다. 솔직히 카톨리카에는 교환학생이 누릴 만한 '캠퍼스 라이프'는 딱히 없는 것 같습니다. 학식은 경영대 바닥 층에 하나, 도서관 건물에 하나, 인문대 쪽에 하나 있습니다. 4유로 후반대의 가격으로 적당한 점심을 먹을 수 있습니다. 학교 안에서 술을 팔지는 않는데, 대신 커피 파는 곳은 많습니다. 공부는 경영대 로비나 도서관, 빈 강의실 등에서 할 수 있는데 저는 스타벅스를 제일 많이 찾았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학교가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학교 주변으로는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업이 끝나면 '칼귀가'하는 분위기였습니다.
- 수업
포르투갈의 대학수업은 ECTS라는 단위를 사용합니다. 카톨리카와 고려대학교 간에 학점 변환 비율이 정해져 있습니다. 카톨리카는 특이하게도 수업마다 학점이 천차만별입니다. 저만 해도 3.5ECTS짜리 수업부터 시작해서 6ECTS짜리까지 다양했습니다. 수업 시수보다도 전공과의 연관성이나 주제의 경중에 따라 복잡하게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5ECTS 미만의 수업은 참 골칫거리입니다. 애매하게 2.1학점, 2.4학점을 취득하게 되는데, 이런 학점을 취득하면 앞으로의 수강 계획에 차질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2.4학점짜리 전공선택을 하나 듣고 올 경우, 귀국 후에 남은 '0.6학점'을 채우기 위해(!) 3학점짜리 전공선택을 하나 추가로 수강해야 하는 것입니다. 저는 어리석게도 이 사실을 염두에 두지 못한 채로 '배우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과목들을 신청했었는데, 제가 실제로 강의실에서 보낸 시간보다 훨씬 적은 학점을 취득한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부디 여러분은 신중하게 결정하시기를 바랍니다.
1) Strategy (6ECTS)
본교 전공필수인 '경영전략'으로 인정되는 수업입니다. 격주로 3시간씩 진행되는 Theoretical 수업과 매 주 두 번씩 진행되는 Practical 수업으로 구성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점은 고려대학교 기준으로 3학점만 인정됩니다. 두 번의 팀플 발표와 한 번의 레포트, 한 번의 기말고사가 있습니다. 가장 많은 시간을 써야 했던 과목이었습니다. 외국인 친구와의 팀플이 처음이었는데, 저에게는 꽤나 큰 도전이었고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2) Portuguese Language Course (4ECTS)
희망자에 한해 추가 수업료를 지불하고 듣는 포르투갈어 수업입니다. A1 수준의 교재를 가지고 한 학기 내내 진행되는데, 한 주에 총 네 시간 반의 수업이 진행됩니다. 출석은 매번 체크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배운 게 많았고, 함께 듣는 외국인 친구들과 친해지기도 가장 좋고, 교수님과도 개인적으로 소통할 수 있었던 정말 좋은 수업이었습니다. 제가 아는 후배가 포르투갈로 간다면 랭귀지 코스는 꼭 수강하라고 추천할 것입니다. 포르투갈어를 할 줄 몰라도 포르투갈에서 생활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조금이라도 포어를 구사하려고 노력하는 외국인에게는 상상 이상의 혜택이 돌아온다는 게 제가 느낀 사실이었습니다.
3) Business and its Environment (3.5ECTS)
강의 이름에서 Environment 앞에 'External', 'Non-market'이라는 단어를 삽입하면 이 수업에서 다루는 내용이 더 명확해질 것 같습니다. 절반의 학기동안만 진행되기 때문에, 중간고사 기간 한 번의 시험만 보시면 수업이 마무리됩니다. 팀플 발표가 한 번 있습니다. 흥미로운 내용일 것 같아 신청했는데, 교수님께서 수업을 능숙하게 진행하시지 못하셨고 내용도 기대한 만큼 흥미롭지는 않았습니다.
4) Data Management Tools (5ECTS)
엑셀과 엑세스를 배우는 수업입니다. 출석 체크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취업을 위해서든 뭐든 엑셀과 엑세스는 필요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신청했었지만, 제일 힘든 수업이었습니다. 진도가 굉장히 빠르고 교수님의 영어도 알아듣기 힘들어 수업시간에는 필기를 받아적기에 바빴고, 나중에 그 필기를 보며 따로 공부하느라 꽤나 애를 먹었습니다. 중간고사 기간에 엑셀을 배우고 그 이후로 엑세스를 배우는데, 중간고사는 시험이지만 기말고사는 과제 대체였습니다. 힘들기는 했지만 이제 엑셀과 엑세스가 낯설지는 않아서 나름의 수확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5) Contemporary Political Thoughts - Europe in the 20th Century (4ECTS)
유럽에 왔으니 유럽에 대해 배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신청했는데, '유럽'을 배운다기 보다는 '20세기 전후 유럽에서 오고갔던 정치철학적, 정치경제학적 논쟁'을 각 사상가별로 배우는 수업이었습니다. 출석은 매 시간 체크했습니다. 관련 분야에서 꽤 저명하신 어떤 교수님과 그 교수님의 제자로 보이는 교수님 총 두 분께서 진행하셨습니다. 두 분 모두 수업에 엄청난 열의를 보이셨고, 저도 모든 수업을 꽤 집중해서 들었습니다. 리스트, 슘페터, 하이에크, 포퍼, 오크숏 등을 조금이라도 배워보고 싶은 분들께 적극적으로 추천드립니다. 시험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있고, 두 시험 모두 완전 논술형입니다.
- 여행
여행은 크게 학기 시작 전, 학기 중, 학기 끝난 후의 여행으로 나눠집니다. 저는 학기 시작 전에 체코와 크로아티아를 각각 1주일간 여행했고, 학기 중에는 아이슬란드와 런던을 비롯해 포르투갈 국내(신트라, 라구스, 오비두스, 에보라, 나자레, 비제우, 포르투 등)를 돌아다녔으며, 학기가 끝난 후에 모로코와 바르셀로나를 다녀왔습니다. 학기 전후로는 원하는 만큼 여행을 하실 수 있지만, 학기 중에도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으시다면 시간표를 잘 짜셔야 합니다. 저는 경영전략이 월, 화, 금이었기 때문에 공강을 만들지 못해서 학기 중에 해외로 떠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포르투갈 국내에도 꼭 가볼 여행지가 많기 때문에, 해외여행은 학기 전후로 계획하고 학기 중에는 포르투갈 국내를 돌아다니거나 새롭게 사귄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해외여행으로는 모로코를 추천합니다. 포르투갈과 가까워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으면서도 평생 잊지 못할 강렬한 인상을 받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 친구 만들기
가장 큰 고민이자 가장 기대되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떠나기 전 '친구를 잘 사귈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제일 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리스본에서는 모든 분들이 말씀해주시는 것처럼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친구를 많이 만들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플랫메이트들과 친해지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될 친구들이기 때문에, 그들이 좋은 사람들이라면 가장 쉽게 친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플랫메이트들과 친해지려면 방 안에만 있기 보다는 거실이나 주방에 자주 나가 얼굴을 자주 비추고, 한 번씩 한국 요리도 먹어보라며 건네주고, 특별한 날에 외식이나 클럽에 함께 가자고 제안해 보면 좋을 것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수업을 함께 듣는 친구들과 친해지는 것입니다. 카톨리카에 교환학생들이 많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수업을 여러 개 듣다 보니 수업이 겹치는 친구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두 개 이상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가 있다면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어보세요. 수업시간에 옆자리에 앉거나, 수업 끝나고 같이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면서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마음이 맞는 친구가 있다면 밥 한 번 먹자고 말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세 번째 방법은 교환학생 행사에서 친구를 만드는 것입니다. ELL 등의 단체에서 하는 행사에 며칠 연속으로 나가 보면 매번 얼굴을 비추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친해질 수는 없겠지만 자꾸 얼굴이 마주치다 보면 서로 낯이 익고, 자연스레 친근해질 것입니다. 다음에는 어떤 행사에 나올 거냐고 먼저 물어보고, '어떠어떠한 행사가 재미있어 보이던데 함께 가지 않겠냐'고 제안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외국 경험이 없는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리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시험용 영어로는 극복할 수 없는 언어의 장벽, 전혀 다른 공감/유머 코드, 점점 고갈되어 가는 대화 소재 등 외국인 친구와 친해지는 데에는 여러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특히나 첫 만남부터 서로 너무도 쉽게 친해지는 유럽인들 사이에서 말할 수 없는 소외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한국 친구들이 꽤나 큰 힘이 됩니다. 일부로라도 한국인들을 멀리 하겠다는 분들도 분명 계시지만, 개인적으로는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좋은 사람들이 리스본을 선택해서 찾아 오고, 그들과도 정말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습니다. 외국인 친구들을 만드는 것도, 좋은 한국인들과 추억을 쌓는 것도 모두 교환학생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과 비교하거나 어떤 기준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본인이 가장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따르는 것이 가장 현명할 것입니다.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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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긴 글이 되었습니다. 능력이 부족해서 리스본에서의 교환학생을 생생하게 전해드리거나 실제 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드리는 데에 성공하지 못한 것 같기도 합니다. 다시 한 번 요약하고 강조드린다면, 저처럼 특별하고 구체적인 목표가 없으신 분들, 유럽의 범죄와 인종차별이 두려우신 분들, 마음의 여유와 평안을 얻고 싶으신 분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소박하지만 소중한 추억들을 가져 오고 싶으신 분들, 평생 동안 그리워할 만한 두 번째 고향을 만들어보고 싶은 모든 분들께 포르투갈 리스본의 카톨리카를 진심으로 추천합니다. 궁금하신 게 있으시면 aucun1357@gmail.com으로 편하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