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비친 KU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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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랙’은 핫한 스타트업의 발자취(Track)를 쫒으며 그들의 성장 동력을 파헤쳐보는 시리즈 콘텐츠입니다.

‘불’은 문명을 대표한다. 불이 없었으면 번영은커녕, 생존조차 어려웠을 테니. 인류에게 불을, 그리고 문명을 가르친 ‘프로메테우스’의 뜻이 ‘먼저 생각하는 사람’인 이유다. 오늘 소개할 두 청년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피부 관리에 무관심하고, 무지한 남성들을 위한 제품을 말이다. 하지만 여의치 않았다. 아무리 연구를 거듭해도 남성 화장품 시장을, 남성들의 취향을 먼저 꿰뚫어 보기 어려웠다.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불’을 손에 넣었다. 팔 만한 제품이 아니라, 팔릴 만한 트렌드였다. 지난했던 피보팅의 시간을 감내하고 이제 서서히 영그는 열매를 바라보고 있는 이들, 프로메테우스를 꿈꾸는 스타트업 ‘코스메테우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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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트렌드를 알고 싶다면, 코스메테우스에게로.

 
 
[Track 01] ‘창업은 내 운명’ 묵직한 두 사내의 만남

코스메테우스의 두 기둥, 태원석(33) 대표와 한우철(34) 이사의 첫인상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상당한 풍채와 무게감, 심드렁하면서도 은근히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걸친 듯한 헐렁한 옷. 쉽게 말해 어두운 뒷골목에서 마주치면 절로 뒷걸음질 치게 만드는 분위기를 갖췄다.

‘아니, 이 사람들이 남성 뷰티 제품을 팔았었다고?’

겉으로 보이는 투박함과 달리 내면의 섬세함이 존재할지 모른다는 상념에 빠져있을 때쯤, 너털웃음과 함께 첫 인사가 날아들었다.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날이 많이 더워졌죠? 허허허.”

의구심으로 가득한 에디터의 표정을 읽었는지, 짐짓 부드러운 어조와 말투다. 생각해보니 독특했다. 지금껏 만나왔던 스타트업 멤버들에게 특유의 패기와 파이팅을 느꼈다면, 이들에겐 어딘가 모를 여유와 노련함이 스며들어 있었다. 마치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듯한 그런.

실제로 그랬다. 태원석 대표는 어릴 적부터 꽤 다채로운 경험을 했지만, 번번이 운명의 여신에게 외면을 받았다. 미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타고난 거구로 인해 미식축구 유망주로 꼽혔지만, 손을 크게 다치면서 포기했다. 악기 연주에도 능해 음대 진학을 생각했지만 그 역시 손 부상으로 접어야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선 희망하던 이공계 진학이 무산돼 경영학을 전공했고, 박사를 염두에 두고 석사로 진학했으나 이 역시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태 대표는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고 정신을 차려보면 일요일 밤이었다”며 “결국 남의 일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고나니 더 이어갈 수 없더라”고 회상했다.

 
코스메테우스의 두 남자, 태원석 대표(오른쪽)와 한우철 이사.
 
코스메테우스의 두 남자, 태원석 대표(오른쪽)와 한우철 이사.
 
한 이사의 인생 궤적도 역경 일색이다. 역사학을 전공하고자 했기만 수험생활이 길어지며 부전공으로만 하고자 했던 법학을 주전공으로 선택했고, 남들 하는 대로 사법시험을 준비했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다. 나이 서른이 되어서야 취직을 했지만 엉망인 시스템에 허덕이다 석 달 만에 뛰쳐나왔다. 한우철 이사는 “스스로 어찌해볼 수 없는 ‘부속품’의 위치가 싫었다”고 했다. 설상가상 가세(家勢)마저 기울기 시작했다.

이런 두 사람이 2012년 독서토론 동아리에서 우연히 만났다. 조직생활과는 태생적으로 맞지 않고, 인생사(史) 자체가 피보팅(pivoting)의 역사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사람은 이내 비슷한 면을 가진 서로를 인식했고, 창업이라는 한 배를 타기에 이르렀다.

 
 [Track 02] 의욕적인 시작과 의욕 꺾이는 난관


두 사람은 2016년 겨울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은 큰 욕심 없이 도전을 의미로 삼았다. 그렇게 선택한 것이 바로 남성 스킨케어 화장품이었다. 한국 남성 화장품 시장의 약진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시장 규모만 따지면 전체 화장품 시장의 10% 남짓이지만, 성장 폭이 가파르다. 지난 2010년에는 7300억원 수준이었지만, 오는 2020년까지 두 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남성 1인당 화장품 구매액도 45달러(약 5만500원)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문제는 남성들의 마인드가 시장의 규모와 제품 다양성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점이다.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피부 관리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남성들은 많지 않았다. 제품을 구분할 수 있는 정보도 부족했다. 두 청년이 남성 화장품 분야의 프로메테우스를 자처했던 이유다.

이들은 시중의 제품을 모두 구해서 사용해보고, 기능성에 맞춰 조합한 박스를 만들어 팔기로 했다. 이제는 너무나도 유명해져버린 뷰티 커머스 플랫폼 ‘미미박스’와 유사한 모델이었다. 공들여 만든 박스를 2017년 3월 화이트데이에 맞춰 시장에 내놨다. 가격은 3만원 대. 200개 판매를 목표로 세웠으나 BEP(손익분기점)였던 110개를 간신히 팔았다.

망한 건 아니지만, 성공은 더더욱 아닌 수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실망감은 더 컸다. ‘제품’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본다는 각오였던 터라, 더 이상 밀어붙이기도 힘들었다. 방향을 틀어야 했다.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앱 기반 피부미용시술 중개를 통한 토탈케어 서비스가 그것이었다. 피부과 병원과 환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사업을 진행하고, 고객관리를 위해 전자진료차트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검증된 피부과와 전문의를 엄선·제휴해 고객의 과다한 비용 지출을 줄이고 안전한 피부과 정보를 찾을 수 있게끔 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코스메테우스의 두 번째 BM. 앱 기반 의료진료 중개를 통한 토탈케어 서비스.
 
코스메테우스의 두 번째 BM. 앱 기반 피부미용시술 중개를 통한 토탈케어 서비스.
 
하지만 자본과 자원이 없는 이들에게 플랫폼 사업은 너무 험한 영역이었다. 특히 ‘개발’이 발목을 잡았다. 단순히 외주를 맡기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원하는 모델을 구현할 수 있는 개발자를 찾기란 쉽지 않았고, 찾았다 해도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수익을 내기도 전에 거금을 투자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렇게 다시 1년 가까이를 허송세월하다시피 했어요. 무더운 여름을 에어컨도 없는 자취방에 틀어박혀 보내면서 아이템만 만지작거리는 시기가 이어졌습니다. 그때는 정말 한 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느낌이었죠.”(한우철 이사)

 
[Track 03] 코스메테우스가 만들어갈 ‘엔드게임’, 트렌드 분석

그렇게 2018년 여름이 찾아왔다. 이들은 경기도의 한 스타트업 지원기관의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인큐베이션 센터 입주라는 소기의 성과를 만들어냈다. 세 번째 도전을 위한 둥지를 마련한 셈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교육을 받고, 조언을 들으면서 발상의 전환이 이뤄졌다.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보자는 것이었다. 일련의 실패와 그를 통한 경험에서 얻은 결론이었다. 태원석 대표는 “지금까진 ‘하고 싶은 일’에 꽂혀 앞뒤 재지 않고 벌려봤으니, 이제는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면서 “이것이 우리가 스타트업을 시작한 이래 내린 가장 명쾌한 결론”이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들이 잘 할 수 있는 일이란 것은 무엇이었을까? 화장품 박스나 피부과 중개 앱을 만드는 과정에서 데이터에 기반해 트렌드를 분석하는 과정을 무수히 진행했는데, 그게 바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코스메테우스의 세 번째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하다.

 
먼 길 돌아온 코스메테우스의 선택, 데이터를 통한 트렌드 분석.
 
먼 길 돌아온 코스메테우스의 선택, 데이터를 통한 트렌드 분석.
 
결단을 내리고 나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이들은 수개월 동안 뷰티 유튜버 세계를 꼼꼼히 모니터링하며 분석했고, 이를 통해 제품의 마케팅 및 소비 트렌드를 유의미한 결과값으로 기록할 수 있었다. 여기에 뷰티 블로거 이재영 씨를 자문으로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마케팅의 소스가 되는 트렌드 분석의 결과값.
마케팅의 소스가 되는 트렌드 분석의 결과값.

 
기존의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유명 유튜버 1명이 온라인 방송을 통해 개별 제품을 홍보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코스메테우스는 이를 전부 취합해 여러 가지 결과를 산출하고, 월별 리포트로 만들어 화장품 제조사들에게 판매한다. 제조사들은 이 정보를 토대로 기획이나 마케팅에 사용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이번 달에 고객들이 유튜브를 통해 접한 제품의 종류와 방송 시청률 및 조회수를 기반으로 자료를 만드는 것이다. 어떤 제품이 강세이고 어떤 방식의 마케팅을 통해 효과를 얻었는지 등등이 핵심이 된다. 코스메테우스는 이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크롤러(crawler‧웹상의 다양한 정보를 자동으로 검색하고 색인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스파이더, 봇, 지능 에이전트라고도 부른다.)를 최근 자체 개발했다. 향후 100%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이들의 목표다.

코스메테우스는 현재 여러 기업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얼마 전 첫 거래도 성사됐다.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올 상반기 안으로 복수의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트렌드 분석 리포트 판매 외에도 이를 바탕으로 한 전문 컨설팅도 준비 중이다. 화장품을 벗어나 전자제품이나 게임, 영화, 패션 등으로도 분야를 넓힐 계획도 갖고 있다.

이들의 진짜 비즈니스는 이제 막 시작됐다. 그간 거듭했던 실패가 다시 반복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더 이상 변화가 두렵지 않다.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으니까. 그 역시 답이 되지 못한다면… 다시 찾으면 되니까.


/사진: 코스메테우스 제공

출처 : 더퍼스트미디어(http://www.thefirstmedia.net)